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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C 로그 :: 그림자를 위한 세레나데 下 / 솔음사헌

* 후원자 x 발레리노 AU

* 서양배경으로 영문이름을 사용합니다. 

김솔음: Leander Fawn

백사헌: Severin Blanc 

* 폭행, 폭언, 납치, 학대 암시 등의 소재 주의!

 

*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시나리오의 원본 링크 : https://www.postype.com/@yelloduck72/post/9761711

* 사용한 인트로 링크 : https://colorname1357.tistory.com/63

 

 

 

 

Severin Blanc:(마차 안으로 들어가 앉습니다.)
Severin Blanc:(…흰색도 의외로 잘 어울리네.)
(늘 어두운 옷만 입길래 몰랐는데.)
Leander Fawn:출발하지.
Severin Blanc:……! 잠깐,
(마차 문으로 몸을 바짝 기울입니다.) 집사 님은 안 가시나요?
집사: 저는 저택을 지켜야 하기에 동행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파티가 끝날 때쯤 마중 나가겠습니다.
두 분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Severin Blanc:(……아, 이런.)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습니다. 움켜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굳은 얼굴로 아래를 응시합니다.)
Leander Fawn:(잔뜩 긴장한 듯한 세베린을 보니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훤합니다. 누가 누구보고 변태라는 건지…)
Severin Blanc:…(별 관심 없는 듯 대충 듣고는 고개만 끄덕입니다.)
Severin Blanc:(슬며시 마차 창문의 커튼을 젖혀 봅니다.)
Severin Blanc:(그래도 마차 안에서는 안 건드리네… 경계를 풉니다.)
거의 다 왔나 보네요.
Leander Fawn:그러게.
벌써 도착해서 실망했어?
Severin Blanc:무…!
아니거든요.
Leander Fawn:난 실망했는데.
우리 마음이 안 맞네.
Severin Blanc: …그럼 한 바퀴 더 돌고 오시든가요.
저는 여기서 내릴 거니까요.
Leander Fawn:재밌네.
어디 한 번 두고 가봐.
Severin Blanc: …저, 진짜 그냥 내릴 건데요?
그렇게 겁 줘봤자… 막, 엄청 화내시진 않을 거 다 알거든요?
Leander Fawn:화는 안 내겠지.
근데… 기억은 오래 할걸.
(다리를 꼬고는 무릎에 손을 올립니다.)
나 의외로 뒤끝 긴 편이라서.
Severin Blanc:(아오, 진짜…)
(무시했다간 나중에 엄청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차피 지금은 파티 가야 하잖아요. 이러다 늦으면 어쩌시려고요?
Leander Fawn:그런 건 정말 늦은 다음에 천천히 생각하면 돼.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지.
Severin Blanc:……
(손잡이를 붙잡은 채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Leander Fawn: (도착한 모양이네. 그럼 장난은 여기까지 할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손잡이를 쥡니다.)
Severin Blanc:(얼굴에 반항적인 기색이 슬며시 떠오르기도 잠시, 다가와 손을 겹쳐쥐는 리앤더에 놀라 어깨를 덜컥 떱니다.) ……!
(덫에 걸린 새가 반사적으로 날개를 퍼덕이는 것처럼 허겁지겁 리앤더에게 입을 맞춥니다.)
Leander Fawn: …! (예상치 못한 키스에 눈을 크게 뜹니다. 무슨 의도인지 짐작하려는 듯 가만히 멈춰 세베린을 지켜봅니다.)
Severin Blanc:(에라, 모르겠다…싶은 심정으로 리앤더의 목에 팔을 덥석 감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어색하게 입술을 부빕니다.)
(그러다 이내 민망한 얼굴로 슬그머니 떨어집니다. 시선을 떨군 채 작게 웅얼거립니다.)
……이, 이걸로 봐줘요.
Leander Fawn: ……(그러니까.)
(내가 덮칠까 봐 먼저 입을 맞췄다는 거지.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던 녀석다운 극단적인 행동입니다.)
(아무래도 버릇을 이상하게 들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도 이럴까봐 좀 무서운데.)
Severin Blanc:(젠장, 안 통하나? 좀 약했나…)
(속눈썹 아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입술을 조심스레 깨물며, 작게 숨을 고른 뒤 나직하게 묻습니다.)
……봐주시면 안 돼요?
Leander Fawn: (……윽.)
(은근슬쩍 말투를 공손하게 바꾸는 것까지 전부 속 보이는 수법입니다. 연기라는 걸 알면서도… 웃긴 건, 또 넘어가게 된다는 거지.)
(잠시 머릿속을 가다듬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문 열려고 한 건데.
Severin Blanc:……! (그 말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쪽팔림에 얼굴이 확 달아오릅니다.)
아이씨, 누가 문을 그렇게……!
아, 됐어요!
(그대로 문을 쾅 젖혀 열더니 마차를 나갑니다.)
Leander Fawn:(자기가 착각해놓고 성내기는. 작게 웃으면서 따라 내립니다.)
Severin Blanc: (이게 무슨 대단한 이벤트라고… 그냥 입구와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서있겠다고 하면 끝나는 거잖아.)
(하지만 굳이 리앤더에게 말하진 않습니다. 웬만하면 안에서는 혼자 돌아다닐 생각이니까.)
Leander Fawn:날 찾아와.
Severin Blanc:…(고개를 대강 끄덕입니다.)
Severin Blanc:…(윽, 눈부셔.)
Severin Blanc:(…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속을 숨긴 채 웃고, 마시고, 떠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여기도 저기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 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겠죠. 유명세 따위는 이 공간에선 무의미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름을 밝히기도 애매합니다. '저 세베린 블랑인데요, 아시나요?' 이럴 수는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날 모르는 누군가가, 단지 관심으로 다가오게 만들려면.)
……(이 파티에 온 목적은 후원자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능숙하게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살짝 흘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합니다.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방향이 훨씬 유리하니까요.)
(샴페인 잔을 은반 위에 올린 채 지나가던 직원에게 다가갑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저기… 음, 잔 하나 받아가도 될까요?
Severin Blanc:(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잔을 받아듭니다. 한 모금 마신 뒤, 홀 한쪽으로 조용히 물러섭니다.)
(사람들 무리에서 약간 떨어진 자리에 홀로 서서, 잔을 든 채 조심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태도를 일부러 연출하면서.)
?: 혼자 계시네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으신가 봐요?
Severin Blanc:(놀란 척 흠칫 고개를 돌려 상대를 마주봅니다. 그러곤 살짝 머쓱해하는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아… 네, 티가 났나요?
사실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서요… 다들 자연스럽게 어울리시는데, 저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부끄러운지 말끝을 흐립니다.)
은색 가면의 여성:그렇군요. 이런 자리는 처음엔 다들 그렇게 느끼기 마련이죠.
그럼 파트너 분을 찾아보시는 건 어떠세요? 여성 분과 오셨을 것 같은데.
Severin Blanc:아… (씁쓸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입니다.)
입구에서 짝은 정해줬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라서 인사만 하고 각자 흩어졌어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저는 이벤트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 같네요.
은색 가면의 여성: 저런…
은색 가면의 여성:사실 이런 파티의 목적은 새로운 인연을 찾는 거니까요.
아직 친분이 없는 상태라는 건 오히려 선입견 없이 더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죠.
Severin Blanc:(그 말에 마음이 놓인 듯 살며시 웃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났으니 벌써 절반은 이룬 셈이겠네요.
은색 가면의 여성:어머… 과찬이세요.
Severin Blanc: 그, 혹시 어떤 분야에서 일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런 자리가 익숙하신 것 같아서요.
(말을 건넨 뒤 문득 놀란 듯 덧붙입니다.)
아…! 혹시 실례되는 질문이었다면 죄송합니다.
(마치 순수한 호기심에 던진 질문이었지만, 뒤늦게 예의를 벗어난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 하는 듯.)
은색 가면의 여성: 아니에요. 그 정도야 뭐.
은색 가면의 여성:자선 재단 쪽 일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예술 분야—특히 무용이나 음악처럼, 시작은 쉽지만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운 길을 선택한 젊은 분들을 돕는 일을 주로 하죠.
후원이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기회가 될 만한 자리를 연결해드리는 정도예요.
Severin Blanc:(순간 눈빛이 살짝 달라집니다. 운이 좋은데.)
(곧 눈에 띄게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한결 공손하고 따뜻한 어투로 말합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선생님 덕분에 많은 이들이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예술을 후원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죠.
은색 가면의 여성:후후…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늘 애정으로 버텨야 하죠.
Severin Blanc: 어쩐지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무용을 하고 있어서요.
은색 가면의 여성: 아…! 역시 무용수 분이셨군요. 왠지 그런 기운이 느껴졌어요.
Severin Blanc:하하… 아직 배울 게 많지만요.
은색 가면의 여성: 겸손도 하셔라. 그런 마음가짐이면 앞으로 더 많은 성과가 있을 거예요.
아,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Severin Blanc:정말 감사합니다. (미소와 함께 명함을 받아 챙깁니다.)
은색 가면의 여성:천만에요.
은색 가면의 여성: 혹시 어느 발레단 소속인지 물어도 될까요?
Severin Blanc:물론이죠. Artic Owl 발레단입니다.
은색 가면의 여성:Artic Owl… 아, 혹시…!
은색 가면의 여성: 세베린 씨 아니신가요? 요즘 무용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계신…!
Severin Blanc:(대답하려다 망설이며, 난처한 듯 가볍게 웃음을 짓습니다.)
은색 가면의 여성: 아, 아…! 죄송해요. 가면 무도회에서 이름을 묻다니, 저답지 않게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해버렸군요…
Severin Blanc:(잔잔히 웃습니다.) 괜찮습니다. 파티가 끝난 뒤에 따로 연락드릴게요.
그때는… 정식으로 제 소개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은색 가면의 여성: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꼭 연락 주세요, 약속이에요.
Severin Blanc:…(대충 부드럽게 웃어 보입니다. 원하는 건 이미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의 감정은 필요하지 않다는 듯.)
(예의 바른 미소 너머로 피로감과 이 대화가 슬슬 끝나길 바라는 귀찮음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갑니다. 빤히 드러내지는 않지만요.)
은색 가면의 여성:…아쉽네요. 더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하지만 파티는 이제 시작했으니까요. 또 뵐 수 있겠죠?
Severin Blanc:그럼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Severin Blanc: (여성이 멀리 사라지자 벽에 등을 기대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십니다. 아까의 대화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곧장 냉정한 표정이 됩니다.)
(자선 재단이라… 그보다는 개인 후원이 훨씬 더 뜯어먹기 좋은데.)
(어디 적당히 돈 많은 호구 없나. 슬쩍 눈을 굴려 탐색해 봅니다.)
Severin Blanc: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염난 남자:이번 폭설 피해가 심각해서 저희 쪽에서 구호 물품도 보내고 작은 기부도 했답니다.
부채를 든 여자:아, 정말 뜻깊은 일이죠! 저희도 조금이라도 더 힘을 보태고 싶어요. 사회 환원이라니, 뭔가 마음이 뿌듯해지더라고요.
호리호리한 남자:맞아요, 맞아요.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많아야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법이죠!
Severin Blanc:(이 나라에 정착한 외국인이라면 재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씀씀이도 후해 보이고… 아마 태생이 외부인인 만큼 이 나라 소속임을 증명하려고 보이기식 기부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 온 외국인들은 예외 없이 발레에 미쳐 있으니까.)
(잘만 구슬리면 꽤 쏠쏠하게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손에 든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무리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 이게 누구야?
Severin Blanc:……(얼굴을 보는 순간 저절로 욕이 튀어나옵니다. 아, 씨발…)
옛 단장: 이거, 이거… 후원자 좀 붙었다고 말 한마디 없이 홀랑 무용단을 떠나버린 위대한 세베린 블랑 아니신가!
옛 단장: 네까짓게 이렇게 귀한 곳에, 이런 귀한 차림으로 있다니…
이제는 무대 말고 사교 무대에서 날개를 펴시려나 봐?
하긴, 춤보다 돈 많은 놈들한테 꾀 부리는 쪽이 훨씬 편하지. 몸 안 망치고, 고개 몇 번 끄덕이면 되니까?
옛 단장: 그래도 그렇지 한때 널 키워준 단장 얼굴은 한 번도 안 보러 오는 거냐? 좀 잘 나간다고 입을 싹...닫고 말이야.
네가 떠난 이후로 관객이 모이질 않는단 말이다. 벌써 빚이 산처럼 쌓였다고…
Severin Blanc:(하, 이씨…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리더니 팔을 확 내칩니다.)
(그리곤 구두발로 단장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찹니다.)
Severin Blanc:(후, 숨을 깊이 내쉰 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허리를 숙여 단장을 내려다봅니다.)
이봐,
옛 단장: 너, 너 이 새끼…!
Severin Blanc:(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낮게 중얼거립니다.) 네가 거지된 게 내 탓이야? 어디서 생사람을 잡아.
넌 내가 그 극장에 불 안 지른 걸 다행으로 생각해.
네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옛 단장: 이……!
Severin Blanc:(이내 구겨진 옷을 툭툭 털고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내려다봅니다.) 병신 새끼.
옛 단장: 이게 은혜도 모르고!
Severin Blanc: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Severin Blanc:(하……진짜 끝까지 민폐네.)
옛 단장: 너, 너… 두고 봐.
Severin Blanc:(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립니다. X까.)
Severin Blanc:(경비가 오자 순식간에 무해한 피해자의 얼굴로 돌변합니다.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경비: 괜찮으신가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Severin Blanc:그게… 갑자기 절 붙잡고 시비를 거시더라고요. 지금은 도망치셨는데…
아마 술에 취하셔서 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신 것 같아요…
경비: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Severin Blanc:아, 괜찮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Severin Blanc:(죄다 흰옷에 가면을 쓰고 있으니 찾을 수 있을 리 없지. 어차피 큰 기대도 없습니다.)
직원: 저… 휴게실에 갈아입을 옷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이용하세요.
Severin Blanc:…(더 이상 연기할 기운이 나지 않습니다. 고개만 가볍게 까딱이고, 직원이 안내한 방으로 조용히 들어갑니다.)
탁.
Severin Blanc:……
(어두운 표정으로 안에 들어섭니다.)
Severin Blanc:…?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Severin Blanc:…! 어,
Leander Fawn:……
Severin Blanc:……(입을 틀어막은 채, 책장 뒤에 숨어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몸, 몸이 왜 저래. 어쩌다가 저런 지경이…)
(설마 집사가 말했던 '약'이라는 게 저 몸을 치료하기 위한…)
Leander Fawn: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네.
Leander Fawn: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Severin Blanc:……(꿀꺽. 침을 삼키고는 머뭇거리며 책장 옆으로 비켜 섭니다.)
네, 뭐… 조금은요. (자신의 팔뚝을 쓸어내리며 머쓱하게 말합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몸…
Leander Fawn:(웬일로 부정을 안 하네.)
(세베린을 물끄러미 보다가 손짓으로 부릅니다.)
Severin Blanc:…(천천히 걸어가 리앤더 앞에 섭니다.)
Leander Fawn:…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오히려 잘 됐네.
Severin Blanc: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Severin Blanc:…(눈썹을 살짝 찡그릴 뿐, 더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습니다. 징그러운 광경이긴 해도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진 않습니다.)
(이걸 봤다고 이제 와서 날 없애버릴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담담히 묻습니다.)
Leander Fawn:……
Severin Blanc:…(일단 받습니다.)
Severin Blanc: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Severin Blanc:(가방 안을 힐끗 쳐다봤다가 이내 시선을 원위치로 돌립니다.)
주사, 이거 뭐… 저보고 어떡하라고요.
Leander Fawn:네가 좀 놔줘.
Severin Blanc:…진심이에요? 저 이런 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
도대체 제 뭘 믿고 이런 걸 맡기시는 건데요?
Leander Fawn:너도 날 믿고 몸을 맡겼잖아.
나도 그러는 것뿐이야.
Severin Blanc:……
…잘못돼도 저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짧게 숨을 들이쉰 뒤, 검게 도드라진 선에 바늘을 꽂아 넣습니다.)
Leander Fawn:신체를 소생시키는 약이야. 물론 일시적이긴 하지만.
Severin Blanc:소생, 이요.
Leander Fawn:어.
보이는 그대로 나는… 온전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Leander Fawn:…오래전 어떤 괴물에게 당해서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어.
그 탓에 이 약 없인 정신도 몸도 제대로 버티기 힘들지.
Severin Blanc:……
Leander Fawn:문제는, 요즘 이 약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몸을 뒤로 기대며 세베린을 슬쩍 올려다봅니다.)
그 ‘방법’이란 게 이 도서관 지하에 있는 장서들 중 하나에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거든.
Severin Blanc:…지금 이걸 저한테 말하는 건,
저보고 찾는 걸 도와달라는 거예요?
Leander Fawn:…내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다리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
Severin Blanc:그것도 그 괴물인가 뭔가한테 당한 거예요?
Leander Fawn:(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세베린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네가 그랬지. 도와주겠단 말, 아직 유효하다고.
그러니까… 부탁할게. 도와줘.
Severin Blanc:……
(왜 하필 저런 눈으로…… 착잡하게 한숨을 쉬며 뒷머리를 매만집니다.)
(수당 한 푼 없는 허드렛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일은 뒤도 안 돌아보고 거절하는 게 옳다고─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뭔 개소린가 싶긴 해요. 그래도 그쪽이 이런 걸로 헛소리할 사람은 아니니까.
…그리고 도와주겠단 말도 제가 먼저 꺼낸 거니 약속은 지킬게요.
대신 계산은 확실히 해주셔야 돼요.
Leander Fawn:당연하지.
…고맙다.
Severin Blanc:…네, 뭐.
알면 됐어요.
Leander Fawn:…너 의외로 침착하네.
적어도 당황은 할 줄 알았거든.
Severin Blanc:사실 알고 있었거든요. 그쪽이 30년 전에 실종된 사람이란 거…
그리고 평범한 인간일 리 없다는 것도요. 5년 전이랑 지금이랑 하나도 안 변했으니까.
Leander Fawn:그래? 그건 역시 거짓말이었구나.
(눈썹을 살짝 치켜올립니다. 하지만 힐난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입니다.)
그런데 용케 도망치지 않았네.
너 도망치는 건 선수잖아.
Severin Blanc:…제가 왜 도망쳐야 하죠.
Leander Fawn:안 무서워? 인간이 아니라는데.
Severin Blanc:딱히…
원래도 유령보단 인간이 더 무섭죠.
그리고 그쪽 옆에 있으면 알아서 콩고물이 떨어지는데, 굳이 그런 멍청한 짓을 왜 해요?
Leander Fawn:……(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살짝 로맨틱한 이유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난 유령이 더 무섭던데.
Severin Blanc:그쪽도 초 단위로 돈에 쫓기다 보면 그런 건 안 무섭게 될 걸요.
Leander Fawn:(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너 돈 많은 호구가 이상형이라고 했었지.
Severin Blanc:그건 갑자기 왜요?
Leander Fawn:그냥, 아쉬워서. 일찍 죽기까지 하면 완벽히 네 이상형이 될 수 있을 텐데.
Severin Blanc:(그 말에 눈썹이 이상하게 꿈틀거립니다. 별 희한한 사람 다 보네…하는 표정입니다.)
죽으면 이상형이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이에요.
됐으니까… 그냥 살아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덧붙입니다.)
…저도 그게 더 좋으니까.
Leander Fawn:…(그 말에 멈칫합니다.)
너, 진짜……
Severin Blanc:네?
Leander Fawn:……아니야.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
Severin Blanc:(뭐야, 왜 말하다 말아. 뚱한 얼굴로 헐렁하게 팔짱을 낍니다.)
그래서, 그 장서라는 건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는데요?
Leander Fawn:도서관 지하로 가는 길까지는 알고 있어.
…그 뒤부터는, 미안하지만 네가 스스로 찾아야 할 거야.
Severin Blanc:…만약 도둑으로 몰리면 그쪽 이름 댈 거예요
Leander Fawn:그래. 협박당했다고 해.
너 그런 거 잘하잖아. (웃으면서 말합니다.)
Leander Fawn:12시 전, 모두가 가면을 벗기 전에만 돌아오면 돼.
그럼 누구도 네가 한 짓이라고 생각 못할 테니까.
Severin Blanc:…(그 말에 시계를 봅니다.)
Severin Blanc:(도서관에서 힌트도 없이 책 한 권을 찾는 데 1시간 반이라… 꽤 빠듯한데.)
혹시 단서 같은 건 없어요?
Leander Fawn:제목 없는 검은 책을 찾으면 돼.
절대 펼쳐보지 말고, 그대로 가져와.
Severin Blanc:…알았어요.
Leander Fawn:저기가 지하로 통하는 문이야.
Severin Blanc:(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녀올게요.
Severin Blanc:……(불길한 기운에 잠시 멈칫합니다. 갑자기 위험한 게 튀어나오진 않겠지.)
(가장 가까운 서가부터 차례로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Severin Blanc: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Severin Blanc:(젠장… 시간이 얼마 안 남았잖아. 진짜 있긴 한 건가?)
Severin Blanc:……! 이건…
(꺼내서 펼쳐봅니다.)
Severin Blanc:(무슨 지도지?)
Severin Blanc: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Severin Blanc:…(잡지에 껴있던 스크랩에 따르면, 리앤더를 찾는 지인은 이미 모두 사라졌고, 그의 흔적도 철저히 지워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지도가 가리키는 건 그를 시체 꼴로 만든 놈들의 발자취일 가능성이 큽니다.)
(리앤더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그럼… 노닥거리면서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잖아!)
제길… 그 검은 책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Severin Blanc:(정 안 되면 12시가 넘어도 계속 찾는 수밖에.)
Severin Blanc: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Severin Blanc:(뭐야, 비밀 공간이라도 있는 건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손으로 책장을 더듬으며 살펴봅니다.)
Severin Blanc:(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안쪽에 공간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들이 그 공간을 여는 열쇠일 가능성이 크겠죠.)
(눈을 가늘게 뜬 채 책장을 주시하며 조용히 생각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디어 굴려보겠습니다.)
Severin Blanc: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Severin Blanc:……A, B, C. 알파벳 순이네. (램프를 높게 든 채로 작게 중얼거립니다.)
(꺼낸 책들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망설임 없이 다시 책장에 꽂아 넣습니다.)
Severin Blanc:…(찾았다.)
(서둘러 책을 꺼냅니다.)
Severin Blanc:……(글을 읽은 순간, 한 대 맞은 것처럼 머리가 얼얼해지며 숨이 막힙니다.)
(자신과 상대의 몸을 맞바꾸는 주문이라니. 이런, 이런 게 왜… 설마…)
(혼란과 배신감이 서로 뒤섞여 머릿속에 휘몰아칩니다. 식당에서 잡지를 발견했을 때도, 리앤더가 처음 입을 맞췄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거대하고 무거운 감정이 가슴을 짓눌러옵니다.)
……
(궁금했습니다. 그가 품고 있던 죄책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가 말했던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왜 5년 동안 나를 후원하며, 이렇게까지 잘해줬는지.)
…(그에 대한 답이 설마 이것이라면…)
……
……하,
(머리가 복잡합니다. 아니. 아니야. 아픈 것 같습니다. 뇌 한쪽이 지끈거리고, 욱신거리면서… 점점 더 심해집니다. 분노에 가까운 충격과,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씨발, 진짜, 후우……
(두통에 숨이 가빠집니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몇 번 주먹으로 때리며 눈을 꾸욱 내려감습니다.)
…(여기 혼자 있다가는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일단 나가자… 울렁이는 속을 간신히 억누르며, 파티장으로 돌아갑니다.)
Leander Fawn:딱 맞춰 나왔네.
Leander Fawn:책도… 구한 거 같고.
수고했어.
Severin Blanc:…(반사적으로 주먹이 튀어나갈 뻔했습니다. 간신히 억누른 뒤, 책을 재빨리 뒤로 감추고는 아무 말 없이 리앤더를 응시합니다. 눈빛엔 경계심과 꾹 눌러 담은 분노가 스칩니다.)
…손 치워.
Leander Fawn:…무슨 일 있었어?
(마치 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 듯한 싸늘하고 경계 어린 눈빛에 당황합니다.)
Severin Blanc:(그 말에 울컥, 감정이 북받칩니다.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그의 가슴팍에 확 내던지며 이를 악물고 쏘아붙입니다.)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목적이 뭐길래… 이딴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왜 나한테 찾아오게 한 거냐고!
Leander Fawn:(종이가 가슴에 닿았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그것을 내려다보며 잠시 말이 없습니다. 마치,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순간에 드디어 도달한 것처럼.)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어 세베린을 바라봅니다. 눈동자는 담담한 듯하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정적과 오래 묻어둔 감정들이 엉켜 있습니다.)
……봤구나.
(목소리는 낮고 조용합니다.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는 표정 뒤로 눈가가 아주 미세하게 떨립니다. 무어라 말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짧게 숨을 내쉽니다.)
변명은 하지 않을게.
……미안해.
Severin Blanc:하…! (그 말에 기가 막힌 듯 한숨을 터뜨립니다.)
참 재밌었겠어. 바꿔치기 당할 줄도 모르고, 의미가 되어주겠다느니 그딴 말 지껄이면서 놀아나는 꼴 보는 게.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네가 개싸이코패스 새끼인 거.
Leander Fawn:……세베린,
Severin Blanc:죽어.
(핏발 선 눈동자로 노려보며 독하게 내뱉습니다.)
그냥 죽어버려.
Leander Fawn:……
Severin Blanc:(씨발,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싶은 건 나라고.)
(책을 내던지며 등을 돌립니다. 그리고 매몰차게 말합니다.)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대로 파티장을 나갑니다.)
Severin Blanc:(도망치듯 급히 뛰쳐나옵니다.)
…(출구 밖으로 나오고서야 손등을 입가에 대고, 얼굴을 찡그리며 숨을 고릅니다.)
씨발……
Severin Blanc:……(불쾌하게 눈썹을 찌푸립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떨쳐내고 걸음을 옮깁니다. 계획을 들킨 미친자식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거처부터 옮겨야 합니다.)
집사: 어서 오십시오.
Severin Blanc:……! (자리에 멈춥니다.)
집사: 주인어른께서는 함께 나오시지 않으셨습니까?
Severin Blanc:…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해서 저 먼저 나왔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합니다.)
집사: 그렇군요.
그럼 마차에 올라주시지요.
Severin Blanc:아뇨, 전… 그냥 알아서 가겠습니다.
집사: 도서관에서 무용단 숙소까지는 꽤 거리가 있습니다. 마차를 이용하시는 편이 훨씬 편하실 겁니다.
Severin Blanc:……
집사: 걷기에는 다소 무리가 될 테니, 사양 말고 이용하시지요.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Severin Blanc:……(하아… 짧게 한숨을 내쉽니다. 확실히 여기서 숙소까지 걸어가긴 무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리앤더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아직 집사에게까지 그 소식이 닿진 않았을 테니… 일단은 돌아가는 길 정도는 도움을 받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Severin Blanc:……(입을 꾹 다문 채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집사: 주인어른과 무슨 일이 있으셨던 모양이군요.
Severin Blanc:……아뇨. 그런 일 없습니다.
집사: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두 분이 사이가 좋아 보이셔서 저로서도 내심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Severin Blanc:(……하. 속으로 비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저도 모르게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합니다.)
어차피 후원하고 후원받는 관계일 뿐인데요. 사이 좋을 게 있나…
그 잘난 집이랑 돈으로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귄 모양이죠?
집사: 주인어른께서는 늘 혼자 계시길 원하셨습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셨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지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행동하시는 것을 더 편안해 하셨습니다.
저도 오랜 시간 곁에서 모셨지만, 그분 마음속 깊은 내막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Severin Blanc:……
집사: 그런 주인어른께서 처음으로 마음을 내어주신 분이 바로 세베린 님이십니다.
집사로서 기쁠 수밖에 없지요.
Severin Blanc:……(얼굴이 어두워지고, 표정에 착잡함이 섞입니다.)
집사: 그 강인하신 분이 한 사람이라도 의지할 존재를 얻는다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지요…
Severin Blanc:…남에게 기대봤자 약점만 만드는 꼴 아닌가요? (탐탁지 않다는 듯이 말합니다.)
집사: 약점이라…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변화'라는 거지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Severin Blanc:……?
(불길한 느낌에 살짝 몸을 뒤로 뺍니다.)
집사: 변화, 정확히는 애정이라고 할까요. 아, 사랑이라는 단어도 나쁘진 않겠군…
그런 감정들은 인간을 가장 망치는 것들이라 예로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 재앙 같은 것에는 리앤더라 할지라도 무력하게, 멍청한 놈처럼 휩쓸릴 뿐이고…
Severin Blanc:……당신, 무슨 소리를…
집사: 나는 단지 네가 그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흔들 수 있다는 점이 흐뭇하고, 아주아주… 놀라울 뿐이야. 하하…
덜컹!
Severin Blanc:(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급하게 커튼을 젖힙니다.)
Severin Blanc:……!!
이봐, 지금 어디로 가는……!
Severin Blanc:……! 읍, ……!!
(최대한 숨을 참고 발버둥치며 몸을 비틉니다.)
집사: 저런, 저런…
저항은 무의미하지. 너 또한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
Severin Blanc:(어떻게 반격해볼 새도 없이 의식이 흐려집니다. 버둥거리던 몸은 빠르게 힘을 잃고 곧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됩니다.)
(젠, 장……)
(끊어지는 숨결 사이로 욕지거리를 내뱉다가 이내 고개를 한쪽으로 천천히 떨구고… 결국 까무룩, 정신이 끊깁니다.)
뚝.
#4
Severin Blanc:……(끄윽, 숨을 삼키며 힘겹게 눈을 뜹니다.)
(시야는 흐릿하고, 공기는 탁하고, 머릿속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 멍합니다.)
Severin Blanc:……(말라붙은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이 새어 나옵니다. 점점 더 짙어지는 악취에 본능적으로 코를 막으려다, 양팔이 등 뒤로 꺾인 채 단단히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듯 화들짝 몸을 떱니다.)
윽……! 씨발, 뭐야. 이거…
Severin Blanc:…………
Severin Blanc: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성 감소 : 2
이성 -2
Severin Blanc:……(눈이 부릅뜨이고, 숨이 거칠게 막힙니다.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섬뜩한 광경에 몸이 제어할 수 없이 떨립니다.)
대체… 이게 무슨……
Severin Blanc:……!
옛 단장: 전부… 전부 다 내 작품이야.
옛 단장: 너도 곧 저렇게 만들어줄게.
리앤더 놈이 널 찾으러 제발로 여기까지 온 후에, 나란히.
Severin Blanc:…(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꾸 축 처지려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립니다.)
(이대로는 개죽음 당할 뿐입니다. 씨발, 어떻게든 해야……묶인 팔을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립니다.)
Severin Blanc:(윽…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립니다.)
Severin Blanc:악……!
(머리채를 사납게 잡아당기는 힘에 고개가 확 젖혀지며, 날카로운 통증이 두피를 타고 번집니다. 비명이 저절로 터져 나오고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립니다.)
옛 단장: 허튼 짓 하지 마. 괜히 날 짜증나게 하지 말고…! 조용히 감상이나 해.
안 그럼 네 눈동자부터 파낼 거니까.
Severin Blanc:(창백한 얼굴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필사적으로 끄덕입니다.)
…알겠어요! 안 할게요… 잘못했어요…!
Severin Blanc:(통증에 더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약기운이 머릿속을 질척하게 흔듭니다. 시야는 일그러지고 형체가 겹쳐 보입니다.)
(그 와중에도 무대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살점이 말라붙은 발레리나의 퀭한 안와, 그 텅 빈 구멍 속으로 번들거리는 검은 벌레가 느릿하게 기어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 (숨을 들이마시는 것도 잊은 채,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옛 단장: 흐… 흐흐, 좋아. 아주 잘하고 있어. 완벽해!
Severin Blanc:(두피에 퍼지는 고통을 꾹 참아내며 일단은 얌전히 극을 감상하는 척합니다. 속이 뒤집히도록 역겹지만… 비위를 맞추는 일쯤은 평생 해온 일이기에 자신 있습니다.)
옛 단장: 어떠냐, 세베린… 내가 꾸민 이 무대가!
Severin Blanc:아… 단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걸작을 단장님 외에 감히 누가 만들 수 있겠어요, 윽…!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힘겹게 살살 웃으면서 말합니다.)
옛 단장: 그래… 신에게 춤을 바치는 숭고한 의식, 그런 위대한 일은 나 말고 아무도 할 수 없어. 으흐흐…
Severin Blanc:(그 말에 동의하는 듯 활짝 웃다가 이내 염려스러운 기색을 띠며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저, 그…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무대가 조금 허전해 보이는 것 같은데요…
옛 단장: 지금 내 연출이 부족하다는 거냐?
Severin Blanc:(윽, 아파……!)
아니요! (다급하게 말합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이, 인원이 너무 적어서… 단장님이 의도한 연출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제, 제가 잘못 본 건가요?
옛 단장: ……
Severin Blanc:(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말합니다.) 저를 포함해 두 명이 더 채워지더라도 수가 부족할 것 같은데… 이런 멋진 작품이 완성되지 못한다니 너무 안타까워서요…
혹시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옛 단장: 도와준다니… 어떻게 말이지? 헛소리했다간 뼈도 못 추릴 줄 알아.
Severin Blanc:제, 제가 발레단 사람들을 유인할게요!
Artic Owl 발레단, 아시죠? 제가 소속되어 있는 곳이요…! 거기엔 젊고 재능 있는 무용수들이 많으니까 단장님이 만족할 만한 소재도 충분할 거예요…!
옛 단장: 크흐흐… 지금 동료들을 팔아넘기겠다는 거냐?
Severin Blanc:파, 팔아넘기다뇨…! 저는 그저, 진정한 예술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동료에게 주고 싶어서… (하하… 웃어 보입니다.)
옛 단장: 너는 몇 년이 지나도 예전이랑 똑같군. 여전히 뱀새끼마냥 이기적이고, 교활하고, 영악해.
뭐, 그런 놈으로 키운 건 나다만.
Severin Blanc:(그 말에 눈이 분노로 확 타오릅니다. 씨발, 역시 아까 파티장에서 반 죽여놨어야 됐는데…!)
(속으로 욕을 씹어삼키며 절박하게 말합니다.)
그렇, 죠…! 예전에 단장님께 많이 배웠죠…! 앞으로도 옆에서 열심히 도울 테니까 계속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요? 네? 부탁드릴게요…
Severin Blanc:(후……일단은 한숨 돌립니다.)
옛 단장: ……흐흐.
Severin Blanc:……!?
(예상치 못한 공격에 몸이 무방비하게 앞으로 쏠립니다.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지듯 넘어지자 흉부에 둔탁한 충격이 파고듭니다.)
윽… 컥… 헉…
(숨이 턱 막히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이 저절로 뒤틀립니다. 거칠게 솟구치는 기침을 애써 삼키며, 두려움에 물든 눈으로 단장을 올려다봅니다.)
옛 단장: 내가 네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성싶으냐?
Severin Blanc:…크윽, 흣…
(가슴이 뻑적지근하게 조여옵니다.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깔린 몸을 괴롭게 뒤척이다가 결국 터트리듯 외칩니다.)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옛 단장: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은 못 할까!
널 여기까지 끌고 온 그 집사 놈도 말야, 돈 몇 푼 쥐어주니 어찌나 순순히 넘어오던지!
리앤더 놈이랑 몇 십년을 같이 일했는데도!
옛 단장: 나는 사람은 안 믿어. 특히 너 같은 놈은 더!
Severin Blanc:(식은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숨을 몰아쉽니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숨기며 간절한 눈빛으로 설득을 시도합니다.)
하… 하지만 단장님, 한번만 생각해 보세요. 금전 조달부터 무대 준비, 납치까지… 그걸 전부 혼자 하시겠다고요? 저… 어차피 도망 못 쳐요. 그러니까 끝까지 써먹고 마지막에 버리셔도 늦지 않잖아요.
필요한 건 뭐든 가져다드릴게요. 돈도, 물건도, 사람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무조건 협력할게요!
…솔직히 저만큼 단장님 곁에 오래 머문 사람, 이제 없잖아요. 단장님이 어떤 무대를 꿈꾸고, 어떤 예술을 추구하는지… 저, 진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도움이 될 거예요! 분명히!
옛 단장: 네까짓 게 뭘 안다고 예술을 입에 담아? 너한테 발레는 돈 버는 수단일 뿐이잖냐! 할 줄 아는 거라곤 그거 밖에 없으니까!
표정도 행동도 어느 것 하나 진심이라곤 없지… 가식적인 놈! 돈만 쥐어주면 몸을 굴리는 게 창놈이랑 다를 게 뭐냐? 그런 주제에 감히 극을 논해?!
Severin Blanc:……!!
(머리 위로 들린 술병을 보자 얼굴이 파랗게 질립니다. 차마 피할 생각도 못 하고, 맞을 준비라도 하듯 몸을 와락 웅크립니다.)
와장창!
Severin Blanc:(……윽! 귓가를 스친 찌릿한 통증에 어깨가 움찔 떨립니다.)
……허…, 허억……
(폐가 안으로 쪼그라드는 듯한 감각. 과호흡에 시달리듯 가슴이 가쁘게 들썩이고 입술이 파르르 떨립니다. 물기 어린 시야가 빙글빙글 돕니다.)
(겁에 질린 눈으로 간신히 중얼거립니다.)
사, 살려주세요, 단장님……
Severin Blanc:아윽……! (미간을 깊게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뭅니다.)
……제발……
(목소리는 끊어질 듯 가늘고 떨립니다. 눈물에 번진 시야는 뿌옇게 흐려지고, 죽고 싶지 않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질리지도 않고 간절히 애원합니다.)
뭐든… 뭐든지 할게요…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옛 단장: ……
옛 단장:하하… 그래, 이 얼굴. 여전해.
앳된 맛은 사라졌지만… 이게 더 마음에 드는군. 내 손을 벗어난 5년간 잘도 컸어…
맞을까 봐 벌벌 떨며 필사적으로 빌던 그 얼굴… 그래그래… 잊고 있었지. 다시 보니 기분이 좋아지는데. 흐흐… 적어도 이 얼굴 하나만큼은, 아직 쓸모가 있겠어.
Severin Blanc:……!!
(숨통을 조여오는 손에 온몸이 경직됩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는 발끝으로 바닥을 밀며 몸을 뒤로 빼내려고 합니다.)
Severin Blanc: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89, 95, 89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옛 단장: 으하하, 괴로워 하는 표정 만큼은 일품이군. 이래서 내가…다른 놈들 눈에 안 띄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그런데 리앤더 그 개새끼가 널 채갈 줄이야!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야. 그날 너한테 그놈을 데려간 게…!
Severin Blanc:그, 그만… 컥…!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리는 숨결이 절규로 변합니다.)
윽, 이거, 놔…! 놓으…라고…!
(발끝을 바닥에 필사적으로 굴리며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다가… 이대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묶인 팔로 바닥을 허겁지겁 훑습니다. 유리조각, 유리조각이라도…!)
Severin Blanc:
기준치: 50/25/10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Severin Blanc:……윽, 흡…!
(예리한 단면으로 밧줄을 서둘러 긁습니다. 호흡과 머리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어 머리가 몽롱해지지만 필사적으로 힘을 짜냅니다.)
Severin Blanc:
손놀림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행운! 행운 깎겠습니다!)
Severin Blanc:……! 윽…!
(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쥐고 있던 유리조각으로 단장의 팔을 무자비하게 찍어버립니다.)
옛 단장: 끄아아악!!
Severin Blanc:쿨럭, 큭……!
(거칠게 기침을 쏟아내며 욱신거리는 목을 손으로 감싸쥡니다.)
(그리고 숨 고를 틈도 없이, 아까 파티장에서 걷어찼던 그 다리를 향해 온몸의 힘을 실어 거칠게 발길질을 날립니다.)
Severin Blanc:으흡…, (피비린내가 코를 찌릅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는 가운데, 바닥을 짚고 휘청 일어섭니다. 그리고 그대로 출구를 향해 미친듯이 달립니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어떻게든 뛰어갑니다. 지금 멈추면 진짜 끝이니까.)
Severin Blanc:하아, 하아……!
(숨이 가빠옵니다. 갈비뼈가 쑤시고 폐가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와도,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생각만 가득합니다. 살아야 해.)
Severin Blanc:……!! (욕을 읊조리고는 입술을 초조하게 깨뭅니다. 다른 길은?)
Severin Blanc:(재빠르게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든 뒤, 문을 꽉 닫아 잠급니다.)
Severin Blanc:(다급하게 방 안을 훑어봅니다. 나가는 문, 아니면 숨을 곳, 적어도 무기가 될만한 거라도…!)
그때
쾅!!
옛 단장: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Severin Blanc:헉……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오싹하게 흘러내립니다. 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듯 뛰고 속이 울렁거려 자꾸만 헛구역질이 나옵니다.)
안 돼, 안 돼… 씨발, 뭐라도…(떨리는 손으로 다급하게 탁자 위를 뒤집니다.)
Severin Blanc:(그보다 성냥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성냥갑을 덥석 쥐어 급히 성냥개비 하나를 꺼냅니다.)
(여차하면 불이라도 질러 위협할 셈입니다. 단장 저 미친새끼가 이곳을 유독 아끼는 것 같으니 이걸로 협박하면 어떻게든……)
쾅!! 쾅!!
Severin Blanc:(속으로 욕을 쏟아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성냥개비를 성냥갑에 몇 번이고 긁어댑니다. 마침내 간신히 불이 붙자, 안쪽 책장으로 슬금슬금 다가붙습니다.)
Severin Blanc:……!! 이, 이거…!
(도서관 지하에서 봤던 가짜 책장이잖아!)
(그때처럼, 알파벳 순서대로 책을 하나하나 제자리에 꽂아넣습니다.)
Severin Blanc:(허겁지겁 계단을 오르려다 문득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탁자를 바라봅니다. 리앤더의 이름이 적힌 서류 파일. 혹시 저 안에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 자식은 날 엿먹이려고 했고, 내가 죽을 뻔한 상황에서 코빼기도 안 비치고 있는 데다가, 지금 난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으니까.)
(그래도……!)
젠장……(이를 악물고 파일을 낚아채듯 움켜쥔 뒤, 다시 계단 쪽으로 달려갑니다.)
쾅——!!
옛 단장: 세베린——!
Severin Blanc:(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초록색 눈이 이글거리는 불빛을 반사하듯 번뜩입니다. 불붙은 성냥개비를 단장에게 힘껏 내던지며 독기 서린 목소리로 토해냅니다. )
좆까, 개새끼야! 여기서 불타 뒈져버려!!
옛 단장: 이, 게 뭐, …!
으아악─ 끄, 으으, ㅇ──!
Severin Blanc:(단장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노려보고는, 불길 속에서 몸을 돌려 달려나갑니다.)
Severin Blanc:……!!!
(마치 다이빙하듯 온몸을 내던집니다. 발끝이 불길에 스치기 직전, 간신히 문턱을 넘어 바닥을 굴러 빠져나옵니다.)
쾅!
Severin Blanc:헉… 헉…… 씨발… 사, 살았……
……하아…
(온몸으로 숨을 몰아쉽니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심장은 폭주하듯 뛰고, 팔과 다리는 맥없이 떨립니다. 재와 피는 식은땀과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런데도—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옵니다. 미쳐버린 건지, 아니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 건지.)
(입매를 씰룩이며 비틀린 웃음을 그리다가 그대로 털썩 주저앉습니다.)
(등 뒤로는 여전히 타오르는 소리가 들리고 매캐한 연기가 옷에 달라붙습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숨을 돌려도 되겠죠.)
Severin Blanc:… (지친 얼굴로 헐떡이며 바닥에 떨어진 파일을 내려다봅니다.)
……(잠시 입을 다문 채, 메마른 침을 삼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합니다.)
Severin Blanc:……
Severin Blanc:……하,
Leander Fawn:……세베린!
Leander Fawn:괜찮아? 무슨 일이…
너, 피가……!
(초조한 손길로 피 묻은 부위를 조심스레 살피다가, 큰 상처가 아닌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일단 빨리 병원에 가자, 지금 당장.
Severin Blanc:……
Severin Blanc:……(리앤더의 손을 탁 쳐냅니다.)
Leander Fawn:…세베린?
Severin Blanc:…여긴 왜 온 거야. 분명 말했잖아.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Leander Fawn:(그 말에 잠시 멈칫합니다.) …미안해. 하지만 네가 나 때문에 잡혀갔다는 얘기를 들어서…
Severin Blanc:하… 그럼 더더욱 오지 말았어야지.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걸 알면!
…다리도 망가진 주제에, 뭘 할 수 있는데.
Leander Fawn:……
Leander Fawn:…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어.
그래도… 너를 혼자 둘 수는 없잖아.
Severin Blanc:(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하! 미친새끼……
날 죽이려고 접근한 주제에 이제 와서 그딴 개소리를…
Leander Fawn:그래, 맞아. 처음엔 그저 몸을 바꾸려는 수단에 불과했어.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으니까.
Severin Blanc:……
Leander Fawn:오랫동안 그림자처럼 존재하던 이 빌어먹을 몸을 버리고… 다시 발레를 할 수 있는 몸으로 돌아가고 싶었거든.
…하지만 네 무대를 보고, 네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어.
내가 살기 위해 널 희생시켜도 되는 걸까?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내 못난 집념 때문에 너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어.
Leander Fawn:그래서 한때는 포기하려 했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그런데 네가…
네가 내 삶의 의미가 되어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러겠어…
그 이후로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 너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
너한테는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이게 내 진심이야.
Severin Blanc:……
……그래서, 그게 끝이야?
Leander Fawn:…응?
Severin Blanc:말로만 사과하고 끝이냐고.
너 때문에 입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건데.
당장 몇 시간 후면 공연인데 이렇게 너덜너덜해져서 무대 못 오르면 손해가 얼마인지 알아?
허락도 안 받고 입술 비벼대고 만지작거린 건… 그냥 넘어갔지만 그거 범죄야, 미친놈아.
Leander Fawn:……
Severin Blanc:…씨발, 난 그게 첫키스였는데…
Leander Fawn:……미안.
보상이라면 얼마든지 요구해. 다 해줄 테니까.
Severin Blanc:다 해준다, 라…
그럼, (고개를 들고 리앤더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죽을 수도 있나?
Leander Fawn:(그 말에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어차피 곧 죽을 몸이니까 그 정도면 싸게 먹히는 거지.
…네 손으로 네 이상형을 만들겠다면, 말리진 않아.
Severin Blanc:미친 싸이코자식……
Leander Fawn:이제 알았다면 유감이야.
Severin Blanc:(내 목숨을 이용하려고 했던 개자식. 이미 한 번 죽었다 살아난 이해할 수 없는 괴물. 괜히 엮이지 말고 도망치는 게 최선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하, 이상하지. 이 자식 앞에만 서면 꼭 바보 등신이 되는 것 같아.)
……
(…발레극이란 진부합니다. 다 거기서 거기죠. 뻔한 이야기, 뻔한 감정, 정해진 레일 위를 그저 따라갈 뿐.)
(하지만 이 극만큼은 다릅니다. 이건, 내가 정하는 이야기입니다. 결말도, 운명도──내 선택에 달려 있죠.)
(리앤더를 죽일지, 살릴지. 그조차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
(나는… 그를 구하는 선택을 하겠습니다.)
Leander Fawn:……세베린?
Severin Blanc:(이름 좀 그만 불러. 이러니까 정들잖아. 피식, 웃으며 의아해하는 리앤더 쪽으로 천천히 몸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소생 주문을 속삭입니다.)
마력 : 5 이성 : 2
Severin Blanc:(…윽. 갑작스런 현기증에 중심을 잃고, 리앤더의 어깨로 얼굴을 묻듯 기대버립니다.)
Leander Fawn:세베린!
이게, 무슨…
Leander Fawn:……허,
Severin Blanc:……(어리광 부리듯 느릿하게 이마를 비비다 말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보 같은 표정의 리앤더를 바라봅니다.)
와… 지금 표정 진짜 멍청해 보인다.
뭐, 됐고. 이거 다 빚이니까 살아서 천천히 갚…
Severin Blanc:……!?
(이 개자식이 방금 말했는데 또…!)
Severin Blanc:…………(아, 진짜. 이번만 봐준다.)
Leander Fawn:……(한 손은 세베린의 뒷목을 붙잡고 다른 손은 그의 옷깃을 움켜쥐어 가까이, 더 가까이 끌어당깁니다. 숨이 닿고, 가슴이 겹치고, 모든 혼란과 죄책감, 갈망이 키스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Severin Blanc:…읍, …흣…!
(잠깐, 너무 길잖아! 숨 막혀…!)
(그런 항의조차 리앤더의 탐욕스러운 입맞춤에 그대로 삼켜집니다. 가슴이 쿵, 하고 요동칩니다. 이게 분노인지, 당황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어서…)
Severin Blanc:…흡, 하아…하, (귓가가 멍한 걸 느끼며 숨을 가쁘게 몰아쉽니다.)
Leander Fawn:(세베린 볼을 잡고 입가에 거푸 입술을 부딪힙니다.)
…너, 이거 책임져야 해.
Severin Blanc:미친, 놈아… 이건 네가 나한테 진 빚이잖아…!
책임은 네가 져야,
Leander Fawn:알았어. 책임질게.
(행복한 얼굴로 속삭이더니 지겹지도 않은 듯 다시 입맞춤을 남깁니다. 쪽쪽.)
Severin Blanc:(윽… 낯간지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찡그립니다.)
(귀찮은 게 달라붙은 기분인데. 역시 그냥 떼어버릴 걸 그랬나…)
(…그래도 밀어내진 않고 얌전히 있습니다.)
Leander Fawn:……(키스를 퍼붓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조용히 웃음을 터뜨립니다.)
Severin Blanc:뭐야, 왜 웃어…
Leander Fawn:아니.
내가 네 이상형이 되는 것보다 네가 내 이상형이 되는 게 더 빠를 줄은 몰랐거든.
Severin Blanc:(리앤더의 이상형? 뭐였더라…)
(기억을 되짚다가 이내 생각이 났는지 발끈합니다.)
아니거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Leander Fawn:맞는 것 같은데. (쿡쿡 웃습니다.)
근데 왜 존댓말로 돌아왔어? 네가 편한 대로 해도 괜찮아.
Severin Blanc:……(반사적으로 입에 익은 존댓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곧 작게 중얼거립니다.)
그래도 그쪽이… 나이가 더 많으니까요. 30년 전이면 완전 옛날 사람인 거잖아요.
아무튼 이상형 아니라고요! 언제든지 떠날 수 있거든요?
Leander Fawn:…그래도 아직 몸은 20대야. 너무 옛날 사람처럼 보진 말아줘.
Leander Fawn:곧… 추격자들이 날 찾아올 거야. 너를 두고 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 도시는, 아무래도 떠나야 할 것 같아.
Leander Fawn:…같이 갈래?
Severin Blanc:……
거절할 거라는 거, 알고 있죠?
Leander Fawn:……조금은 기대했어.
Severin Blanc:저도 제 인생이 있어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새삼 깨달았다는 듯 말합니다.) 저는… 발레를 해야 해요.
솔직히 대단한 사명감이나 꿈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해왔으니까.
(살짝 볼을 긁적입니다.)
…그리고 그쪽 덕분에 보람이라는 것도 느끼게 됐고, 제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모든 걸 버리고 한 사람만 믿고 훌쩍 떠나는 짓은…
아직 저한텐 무리예요.
Leander Fawn:……
Severin Blanc:많이 실망했어요?
Leander Fawn:아니. 너다워서 오히려 안심했어.
Severin Blanc:(…애 취급은.)
(머쓱한 듯 자기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리앤더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킵니다.)
Severin Blanc:(…알고는 있는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Leander Fawn:물론.
네가 싫다고 해도 만나게 될 거야.
Severin Blanc:……그럼 됐네요. (희미하게 웃습니다.)
가세요.
Leander Fawn:(세베린의 손등에 조심스레 입을 맞춥니다.)
네가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언젠가 네가, 내 곁이라면 모든 걸 내려놔도 괜찮겠다고 느낄 수 있도록.
Severin Blanc:쉽지 않을 걸요.
Leander Fawn:그래도 해야지.
Severin Blanc:뭐, 힘내세요. 응원은 해드릴게요.
이제 얼른 가요! 몸 조심하시고요.
Leander Fawn: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Severin Blanc:뭔데요, 또.
Leander Fawn:사랑해.
사랑해, 세베린.
Severin Blanc:(그 말에 눈이 살짝 커집니다. …입술을 꾹 깨물다 이내 고개를 조금 떨굽니다.)
…아, 진짜… 헤어질 때 그런 말 하는 거, 되게 치사한 거 알죠.
왜 자꾸 사람을 바보 만들어요…? 저 원래, 진짜 안 이러는데.
(그러다 슬쩍 눈만 들어 그를 쳐다보더니, 약간은 퉁명스럽게 말을 잇습니다.)
…답은,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해드릴게요.
Leander Fawn:(잔잔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
그걸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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