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겪은 일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거듭 되짚었습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과거에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August 23, 2025 10:00PM김솔음: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여기로 와. 읽음
당신은 결국 김솔음이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솔음은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August 23, 2025 10:15PM백사헌:…부르셨어요, 주임님?
(조금 꺼림칙한 표정으로 문을 닫고 들어갑니다.)
August 23, 2025 10:15PM김솔음:……
구덩이 같은 두 개의 검은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August 23, 2025 10:23PM백사헌:(왜 저렇게 꼬라봐.)
뭐, 진상인지 뭔지 알려주신다면서요.
August 23, 2025 10:32PM김솔음:정보 준다니까 좋다고 달려드는 건 여전하네.
딱히 진상이라 부를 건 없고, 이거나 좀 불어줘.
바늘을 든 솔음이 당신에게 풍선 하나를 건넵니다.
August 23, 2025 10:34PM백사헌:(아니… 지가 쳐준대놓고 지랄이야.)
뭔데요, 그게. 아이템이에요?
August 23, 2025 10:35PM김솔음:평범한 풍선인데.
내가 너한테 아이템을 왜 줘. 뭐 이쁘다고.
August 23, 2025 10:40PM백사헌:저희 꽤 오랜만에 보는 거 같은데, 반가움의 표시로 선물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일단 주는 건 냉큼 받습니다.)
아니면 제 정보랑 교환하시든가요. 그동안 꽤 많이 모아놨거든요.
(…최근에는 잘 안 모아서 신선한 소식들은 아니긴 하지만.)
August 23, 2025 10:43PM김솔음: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나중에 하고 풍선이나 불어.
August 23, 2025 10:48PM백사헌:(…흠. 이제 전직장 소문에는 흥미가 떨어졌나? 가십거리를 아이템으로 바꿔먹는 게 꽤 쏠쏠했는데.)
(아쉬운 듯 입맛을 쩝, 다시다가 대수롭지 않게 풍선을 붑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멈칫합니다.)
…근데 갑자기 풍선은 왜요?
August 23, 2025 10:50PM김솔음:불어보면 알겠지.
August 23, 2025 10:58PM백사헌:(이거 뭐, 저주의식 같은 데 쓸 거 아니겠지?)
(찜찜한 표정으로 풍선은 일단 마저 붑니다.)
어쨌든 주임님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온 거니까, 보상은 확실히 해주셔야 됩니다.
호흡으로 부풀린 풍선을 받아든 솔음은 그 끝에 실을 달고,
팽팽해진 고무 위에 검은색 마카로 또박또박 글씨를 씁니다.
선이 그어질 때마다 삑, 삑 마찰 소리가 울립니다.
August 23, 2025 11:03PM백사헌:(초딩이냐? 저딴 걸 좋아하게?)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삐딱하게 서서, 시큰둥한 눈으로 관망합니다.)
August 23, 2025 11:15PM백사헌:…?!
(이, 미친. 진짜 저주가 맞다고?)
대체 뭡니까? 왜 또 괴상한 일에 사람 끌어들이고 난린데요!
August 23, 2025 11:18PM김솔음:그냥 농담이야. 터트려 보든지.
August 23, 2025 11:21PM백사헌:그게 더 거짓말 같은데요.
주임님… 이런 걸로 농담 잘 안 하시잖아요.
(완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봅니다.)
August 23, 2025 11:24PM김솔음:그래서 안 터트리겠다고? (살짝 고개를 기울입니다.)
August 23, 2025 11:26PM백사헌:제가 이게 뭔 줄 알고 터트려요? 거기 적힌 대로면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만약 우리 둘 중에 한 명 죽는 거면 50% 확률인데 미쳤다고 그걸 건드리겠어요?
August 23, 2025 11:30PM김솔음:너한테 피해는 없고,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긴다고 장담하면?
August 23, 2025 11:31PM백사헌:……
August 23, 2025 11:32PM김솔음:네 말대로 난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해. 그건 너무 지루하잖아.
August 23, 2025 11:33PM백사헌:……(망설입니다.)
August 23, 2025 11:34PM김솔음:(짧게 한숨을 쉽니다.) 계속 시간 끌거면 내가 터트린다.
August 23, 2025 11:35PM백사헌:(솔음의 손에서 바늘을 낚아채듯 가져옵니다.)
약속 지키세요.
솔음이 보일 듯 말 듯 가볍게 미소를 짓습니다.
August 23, 2025 11:41PM백사헌:(재수없는 자식…… 콱 죽어버려라.)
(바늘로 고무를 찢어버릴 듯, 신경질적으로 찌릅니다.)
흩어진 육질이 축축한 충격음을 내며 연이어 바닥에 떨어집니다.
August 23, 2025 11:48PM백사헌:……,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 : 5
세상에! 아쉽게도 광기 판정은 생략하겠습니다.
August 23, 2025 11:51PM백사헌:
회피
| 기준치: |
45/22/9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충격에 얼어붙어 있다가, 김솔음 뼈에 두들겨 맞고 뒤로 나동그라집니다.)
악!
솔음의 대퇴골이 당신의 안면을 완벽히 강타했습니다.
August 24, 2025 12:09AM백사헌:수치 :
3
August 24, 2025 12:10AM백사헌:……이, 이……게 뭔……
(코에서 줄줄 흐르는 뜨끈한 감각조차 신경쓸 새 없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밀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납니다.)
(고작 사람이 터져 죽었다고 경악한 건 아닙니다. 이보다 더 잔인하고 참혹한 죽음도 수없이 봐왔으니까.)
(그저… 그 대상이 김솔음이라서. 너무 예상 밖의 일이라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뇌가 혼란하니 통증도 아득합니다.)
(그 싸이코패스 자식이 이렇게 죽을 거라고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었는데.)
(뭐지? 대체 뭐지? 설마… 내가 죽으라고 생각해서 죽은 건가?)
대신 살덩어리 같은 고무조각이 나폴나폴 눈앞에 내려옵니다.
구멍을 따라 길게 이어진 신경 다발, 콸콸 쏟아지는 수액들,
단지 이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을 뿐입니다.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 있으므로 솔음은 터져 죽었습니다.
당신은 겪은 일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거듭 되짚어봅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과거에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August 24, 2025 12:22AM김솔음: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여기로 와. 읽음
당신은 결국 김솔음이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솔음은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August 24, 2025 12:27AM백사헌:……(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성큼성큼 솔음에게 다가갑니다.)
저기요, 주임님.
August 24, 2025 12:29AM김솔음:그래. 너도 바보가 아니니까 알겠지.
진상 같은 건 없어. 그보다 이것 좀 불어줘.
바늘을 든 솔음이 당신에게 풍선 하나를 건넵니다.
August 24, 2025 12:37AM백사헌:(풍선을 흘긋 바라만 봅니다.)
(받을 의사가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불퉁하게 말합니다.)
그 전에 받을 거 먼저 받아야겠는데요.
August 24, 2025 12:40AM김솔음:뭘?
August 24, 2025 12:43AM백사헌:…그쪽이 아까 그, 제가 만난 김 주임이랑 같은 존재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주임님이 확실히 약속했거든요. 풍선을 터트려도 나한테는 피해가 없고,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August 24, 2025 12:48AM김솔음:그래서.
August 24, 2025 12:50AM백사헌:근데 좋은 일은 개뿔, 주임님 뼈에 맞아서 저 얼굴 완전 함몰 됐었거든요??
죽을 거면 좀 곱게 죽던가……
아무튼, 피해보상까지 더해서 제대로 된 보상을 주셔야겠는데요.
솔음의 눈이 당신을 위아래로 한 번 훑습니다.
August 24, 2025 12:53AM김솔음:내 눈엔 멀쩡해 보이는데.
August 24, 2025 12:58AM백사헌:겉으로만… 그런 거예요.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은 그대로인데, 심리적 피해는 피해로도 안 쳐주겠다는 겁니까?
August 24, 2025 12:59AM김솔음:그것까지 포함해서 멀쩡해 보인다는 소리야.
얻어맞은 건 네가 굼떠서 그런 거고, 내가 죽었다면 너한테 좋은 일 맞잖아.
넌 날 죽이고 싶어했으니까. 아니야?
August 24, 2025 1:02AM백사헌:제가 언제요.
August 24, 2025 1:03AM김솔음:세광고에서…
August 24, 2025 1:05AM백사헌:그건 죽여도 안 죽는 어둠이었잖아요! 어차피 명찰도 잔뜩 챙겼을 거면서… (솔음을 못마땅하게 보면서 쯧, 혀를 찹니다.)
뒤끝 진짜 대단하시네요.
August 24, 2025 1:07AM김솔음:내가 죽은 줄 알고 신나서 콧노래까지 부른 사람이 누구였더라?
August 24, 2025 1:13AM백사헌:(뜨끔합니다. …아씨, 그게 문 너머까지 들렸나?)
그거야……
사택을 혼자 쓰게 된다면, 누구라도 좀 들뜨지 않겠습니까? (뻔뻔하게 밀고 나갑니다.)
애초에 이제는 룸메이트도 상사도 아닌 주임님이 죽어봤자 저한테 득 될 거 하나 없어요. 차라리 살아서 아이템 교환이나 해주는 게 훨씬 낫죠.
August 24, 2025 1:17AM김솔음:떨어져 있어도 널 괴롭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왜, 다시 해줘?
연쇄살인마 카톡이 그리운 거면 매일 모닝콜로 해줄 수 있어.
August 24, 2025 1:20AM백사헌:……
August 24, 2025 1:20AM김솔음:할 말 다했으면 이제 풍선이나 불어.
August 24, 2025 1:26AM백사헌:(벌레 씹은 표정으로 홧김에 풍선을 받아 듭니다.)
근데 이 짓을 왜 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해서 주임님이 얻는 게 뭐길래… 아, 혹시 어둠 때문에 제 도움이 필요하신 거예요?
August 24, 2025 1:44AM김솔음:……
당신이 뭔가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August 24, 2025 1:46AM백사헌:…뭘 알아야 협력을 하든가 말든가 하지.
(투덜거리면서 풍선을 붑니다.)
자요.
솔음은 호흡으로 부푼 풍선 끝에 실을 달고, 검은 마카로 글씨를 씁니다.
August 24, 2025 1:50AM백사헌:(겠냐고… 좋던 것도 싫어질 판인데.)
August 24, 2025 1:54AM백사헌:…그거 또 제가 터트려요?
August 24, 2025 1:54AM김솔음:어.
뼈 어쩌고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맞을까 걱정된다면 이번엔 좀 떨어져서 해.
August 24, 2025 2:00AM백사헌:(그 말대로 순순히 멀어집니다. 김솔음이 물풍선처럼 펑 터져서 뒈지더라도 피 한 방울 묻지 않을 거리로…)
(어쩌면 아까 김솔음이 죽은 이유는 내가 김솔음 보고 죽으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다른… 죽는 게 백 번 이득인 꼰대 상사를 떠올리며 풍선에 바늘을 꽂아 넣습니다.)
붉고 질긴 인간의 파편이 폭죽 찌꺼기처럼 날리고,
August 24, 2025 2:13AM백사헌:
SAN Roll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 : 1
(…시발, 이게 아닌가. 뼈에 얻어맞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김솔음 이 새끼 이번엔 대체 뭐에 날 끌어들인 거야…!)
당신이 원망하든 말든, 이제 이 세상에 김솔음은 없습니다.
August 24, 2025 2:34AM백사헌:(김솔음이 사람이기는 해?)
솔음이 사람이든 아니든, 어쨌든 솔음은 풍선이 아닙니다.
단지 이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 있기에,
당신은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인지 거듭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남는 것은 익숙한 공포와 무력감, 그로 인해 싹트는 분노뿐입니다.
August 24, 2025 2:40AM김솔음: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여기로 와. 읽음
당신은 결국 김솔음이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솔음은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10:30PM백사헌:(거침없이 들어가서 다짜고짜 손을 내밉니다.)
그거 내놔요.
당신을 빤히 보던 솔음이 순순히 풍선을 건넵니다.
10:34PM백사헌:(자꾸 날 부르는 걸 보니 뭔가 바라는 게 있겠지. 그걸 믿고 조금 세게 나가보기로 합니다.)
주임님, 제 시간 괜히 뺏지 마시고요. 원하는 게 뭔지 말씀해주시죠.
당신에 말에 솔음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립니다.
10:40PM김솔음:너한테 원하는 건 하나밖에 없어.
풍선을 부는 것.
10:43PM백사헌:…그럼 진상을 알려준다는 건 무슨 소린데요.
풍선을 불면 진상에 대해 알게 되는 겁니까?
10:54PM김솔음:밝혀야 할 진상 같은 건 없어.
그래… 왜 하필 그런 마을에서 태어났는지, 왜 네게만 그런 일이 닥쳤는지 곱씹어도 달라지는 게 없던 것처럼.
살아갈 이유를 고민할수록 허무함만 남고, 가끔은 그냥 모든 걸 끝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 않았어?
근데,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순 없지. 결국 해야 하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넘어지고, 부딪히고, 악착같이 버티면서 살아남는 거.
그게 네가 원래 해오던 방식이잖아.
그러니까ㅡ너답게 굴어, 백사헌.
11:00PM백사헌:…저에 대해 주임님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는 척하지 마시죠. (살짝 불쾌한 표정을 합니다.)
애초에, 진짜 저답게 굴길 원하세요?
(조금 뺀질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스윽, 기울이며 솔음을 바라봅니다.)
아까부터 자꾸 제가 뭘 해주기만 바라시는데… 풍선을 부는 것도 엄연히 제 노동이거든요.
전 자원봉사자도 호구도 아니라서요. 두 번이나 먼저 요구를 들어줬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상거래의 기본이잖아요.
고작 풍선에 바람 넣는 것 정도로 보상을 따지면, 나는 너 압류라도 해야 수지가 맞을 것 같은데.
11:16PM백사헌:저는 주임님한테 뭐 해달라고 한 적 없…!
아니, 애초에 빚은 다 갚았잖아요.
11:18PM김솔음:겨우 사흘치 월급이었지. 변변한 아이템도 못 살 푼돈이었고.
11:20PM백사헌:…주, 주임님이… 분명 원하는 거 없다고…
11:22PM김솔음:그렇게 말했다고 진짜 그런 줄 아네.
너, 눈치로 먹고 사는 놈 아니야? 그런데 왜 눈치 없이 굴어. 아니면 일부러 없는 척하는 건가?
11:31PM백사헌:(…살짝 눈을 굴립니다. 이 논리에 넘어가면 앞으로도 이딴 상황이 있을 때마다 끌려다녀야 합니다. 여기서 결판 지어야 해.)
주임님의 논리는 풍선을 부는 행위가 그만한 가치가 없을 때나 통하는 거죠.
근데 주임님이 이렇게나 필사적인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이젠 룸메도 뭣도 아닌 사람까지 불러가면서 시켜야 할 정도면 꽤 중대한 일이겠죠.
11:40PM김솔음:(피식, 웃습니다.) 착각하는 꼴이 웃기네.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기회를 줘도 걷어차겠다는데…
11:43PM백사헌:뭔 기회요?
주임님을 죽일 기회?
어찌됐든 재미는 있잖아.
11:45PM백사헌:제가 무슨 주임님처럼 사람 죽는 거 보고 즐거워하는 싸패인 줄 아세요?
됐고, 이제 그만 하시죠.
주임님 장난에 어울려줄 여유 없습니다.
솔음은 처량하게 늘어진 고무 풍선을 들고 있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러다 당신이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는지, 곧 자신의 입가로 풍선을 가져다 댑니다.
모든 사람은 풍선에 열광한다더라.
11:52PM백사헌:(…시발, 저게 무슨 사이비 같은 말이야.)
난 안 좋아하는데 싸잡아 말하지 마시죠.
이내 자신의 숨으로 가득찬 풍선 끝에 실을 매달고,
팽팽해진 고무 위에 검은색 마카로 또박또박 글씨를 씁니다.
선이 그어질 때마다 삑, 삑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려요.
12:02AM백사헌:주임님, 혹시 그
기회라는 게…
(무언가 떠올랐는지 표정이 살짝 바뀝니다. 얼떨떨한 듯, 반신반의하는 듯, 어쩌면 기쁨이 스며든 듯한 미묘한 표정입니다.)
(잠시 말을 멈췄다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풍선에 적힌 문장대로… 모든 게 다 이뤄지는 겁니까?
그럼 네가 이어서 적어 보든가.
12:11AM백사헌:(…어쩌면 이건, 소원권과 비슷한 매커니즘의 아이템일지도 모릅니다.)
(저 싸이코패스 김솔음도 풍선쪼가리로 만들어버릴 만큼 강력한…)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더니, 조심스럽게 풍선 위에 글자를 적기 시작합니다. 삑, 삐극… 자꾸만 삑사리 같은 소리가 납니다.)
(터트리면과 사 사이에 세를 적어넣고, 사에는 ㅇ을 받침으로 적습니다.)
(마침내 완성한 문장은…)
(이 풍선을 터트리면 세상에서 괴현상이 전부 사라진다.)
12:16AM백사헌:(목이 꿀꺽 넘어갑니다. …열 손가락을 바짝 세워 풍선을 단단히 움켜쥡니다.)
순간, 세상 전체가 재편되는 듯한 감각이 몰려옵니다.
공기 속에 뒤엉켜 있던 긴장과 모든 왜곡이 순식간에 풀려 사라집니다.
당신의 시야 속 세계가 갑자기 맑고 투명하게 되살아납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 고요하게 호흡하는 세상…
당신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안정과 명료함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12:29AM백사헌:(…끼고 있던 안대를 조심스레 벗어봅니다.)
(보면 안 될 것을 감지하던 검은 안구가 사라지고, 대신 온전한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입꼬리가 울듯 웃듯 살짝 올라갑니다.)
주, 주임님, 이거 진짜…
……김솔음.
(이제야 위화감을 느끼고, 급히 두리번거립니다.)
당신은 사람이 죽는다는 문장 대신, 다른 문장을 적었습니다.
12:34AM백사헌:(장난해? 김솔음 어딨어.)
당신이 괴현상을 지워달라는 글을 적었기 때문에,
솔음은 당신의 소원을 이뤄주고 당신의 눈앞에서 없어졌습니다.
그는 약속한 것을 정말로 해내는 사람이니까요…
12:55AM백사헌:그 자식이 진짜… 인간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사라진 거라고? (눈이 떨립니다.)
(이제 어둠 때문에 죽을 일은 없으니 기뻐해야 마땅한데,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허전합니다.)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허망함이 밀려옵니다.)
당신은 소원을 이뤘습니다. 당연히 기뻐해야죠!
안전한 미래를 얻었는데, 그깟 한 명의 목숨이 뭐가 대수겠습니까?
정 아쉬우면 모두와 함께 사라진 솔음을 기립시다.
잔교마다 풍선을 매달고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춰, 당신…
만약 그 자리에 솔음이 있었다면, 기분 좋게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몰라요.
1:04AM김솔음:백사헌, 모든 인간은 풍선에 열광한대.
너도 그렇다고 해줘.
당신은 미래로 가는 존재인가요? 아니면 어떤 과거로부터 온 것인가요?
당신은 머무르나요?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나요?
오랫동안 당신을 의문스럽게 만들었던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겪은 모든 일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미친듯이 반추해봅니다.
그러나 남는 것은 극도의 혼란… 그리고 죄책감뿐입니다.
피와 체액이 공기 중으로 튀어 당신의 얼굴과 몸을 뒤덮습니다.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끈적한 피, 눈가를 타고 흐르는 붉은 점액…
코와 목을 자극하는 금속성 냄새가 입안과 폐를 메우고,
1:17AM백사헌:
SAN Roll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6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 : 4
……
……시발, 대체 나보고 뭘……
시발, 뭘!! 뭘 어쩌라는 건데!!
(분노에 찬 울분이 터져 나옵니다. 피웅덩이 속에서 나뒹구는 김솔음을 화풀이하듯 차버립니다.)
내가 너보고 죽으랬어? 이딴 기회 달라고 했냐고!!
내가 대체 어떻게 했어야 되는 건데!!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외침이라니… 허망하기 짝이 없군요.
당신은 이 무의미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건가요?
혹시 이 끝에 무언가 근사한 것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가요?
1:38AM백사헌:(김솔음 멱살을 잡든, 주먹을 날리든.)
(이대로는 못 끝내.)
당신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그거 아세요? 모든 인간은 진실로 풍선에 열광합니다.
당신이 차마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끌고 있는 이야기가.
아무리 반복해도 그 이야기의 답을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당신은 이 모든 문장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분석하고 또 고찰했습니다.
1:46AM김솔음: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여기로 와. 읽음
당신은 결국 김솔음이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솔음은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1:50AM백사헌:(…보자마자 한 방 먹이려 했는데, 막상 손이 나가지 않습니다.)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김솔음 앞에서 완전히 굳어 버립니다.) …
1:50AM김솔음:진상은… 궁금하지 않은 것 같네.
그럼 이것 좀 불어줘.
1:55AM백사헌:…(숙인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젓습니다.)
(마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처럼.)
의아한 눈으로 당신을 보던 솔음은 곧 자신의 입가에 풍선을 가져갑니다.
2:00AM김솔음:백사헌, 모든 사람은 풍선에 열광한대.
그 사람에 주임님도 포함되는 겁니까?
2:07AM김솔음:이건 그냥 농담이야. 백사헌 네가 한 번…
2:09AM백사헌:(김솔음의 손목을 잡고 살짝 당깁니다.)
……안 하면 안 돼요?
안 터트리면 안 되는 거냐고요.
2:12AM김솔음:…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왜 그래.
아니, 아무 일 없을 수 있어요. 그 좆같은 풍선만 없으면.
그거 저한테 주세요. 그냥 아무 데나 처박아 두면 되잖아요.
소원이고 뭐고 시발, 필요 없어요. 어차피 다시 리셋될 거고…
2:22AM백사헌:저, 그렇게까지 해서 이루고 싶은 소원도 없어요. 이미 다…
아무튼 그딴 기회 안 줘도 돼요.
주임님, 제발… 그냥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거 주세요.
주임님이야말로 주임님답게 행동하시라고요! 예?
갑자기,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건데요…?
잘 들어. 만나자마자 나한테 모든 일의 진실에 대해서 물어봐.
무서워할 필요 없어. 겁먹지 마. 이건 그냥 풍선일 뿐이야.
그리고 우리는… 여기 존재하잖아.
그렇게 말한 솔음은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떨쳐냅니다.
2:28AM백사헌:……(그 모습을 멍하게 봅니다.)
2:28AM백사헌:
SAN Roll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 : 3
단단한 두개골 안, 솔음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알 수 없는 속을 읽어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의 뇌피질은 이미 눌러붙은 핑크색 풍선껌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단지 이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을 뿐입니다.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 있으므로 솔음은 터져 죽었습니다.
문을 열자 솔음은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2:35AM백사헌:(시발, 지긋지긋해……김솔음이 쥐고 있던 풍선을 뺏어서 내던지고 고함치듯 묻습니다.)
대체 모든 일의 진실이 뭡니까?
2:38AM김솔음:…과거로부터 온 것과 미래로 가는 것은 달라.
너, 여기 왔잖아. 네가 이해 못 하는 걸 이해하려고.
살면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서 이딴 식으로 굴러 다녀야 하는지…
넌 미래로 가고 있잖아. 과거에서 온 게 아니라고.
근데 여기 좀 봐. 풍선이 있어.
그리고 모든 사람은 풍선에 열광한대.
자… 풍선 불어 볼래?
그런데 꼴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봐요.
……하, 하하……
(솔음의 말에 그제야 웃음을 터뜨립니다. 숨이 가쁘게 오르내리고, 어깨가 살짝 떨립니다.)
(이런 일로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솔음의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답을 주고 있었는데.)
(진상 같은 건 없어. 그 말을 믿지 못해서 여기까지 끌고 온 바보 같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희미하게 미소 지은 솔음이 바닥의 풍선을 집어 입가에 댑니다.
모든 사람은… 풍선에 열광한대.
저도 그래요.
숨이 멈춘 솔음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온 것과 미래로 가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왜 이곳에 왔나요?
단지, 모든 인간이 진실로 풍선에 열광했기 때문에 당신은 이곳에 오게 된 것뿐입니다.
그곳에 내렸을 때 상품으로 받게 되는 풍선이 저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꼭 쥐는 것처럼.
그러니까 무서워할 필요 없습니다. 무엇이든 하세요.
우리는 모두 그냥, 어쩌다보니 창조되었습니다.
그저 지금, 상대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가면 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은 진실로 풍선에 열광한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