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ㆍ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단단히 붙잡지 못한 의식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의 뒤로 지하철역의 풍경이 어렴풋 보입니다.
October 02, 2025 3:07AM백사헌:(추위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뒤척이다가 가늘게 뜬 시야에 비치는 풍경을 보고 상체를 벌떡 일으킵니다.)
뭐, 뭐야…?!
October 02, 2025 3:11AM김솔음:…(마찬가지로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킵니다. 귀 따가운 백사헌의 비명을 들으며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합니다.)
시끄러워. 소리 지르지 마.
October 02, 2025 3:15AM백사헌:…! (김솔음이 같이 있는 걸 깨닫고 움찔합니다.)
주임님도 계셨… 아니, 지금 소리 안 지르게 생겼어요?
(몸을 일으켜 사리는 듯 물러나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처음 보는 남자와 김솔음을 번갈아 봅니다.)
October 02, 2025 3:17AM김솔음:백일몽 하루이틀 다녀?
(…라고 말하지만 사실 자신도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두 사람을 깨운 남자는 그런 두 사람을 훑어보다가 묻습니다.
October 02, 2025 3:23AM???:…두 분이 아는 사이예요?
October 02, 2025 3:23AM백사헌:…(대답하지 않습니다. 눈치를 보며 주변을 훑어봅니다.)
October 02, 2025 3:25AM김솔음:(그런 백사헌을 힐끗 보다가 대답합니다.)
회사 동료야.
October 02, 2025 3:27AM???:그래요? 백일몽이면 백일몽 주식회사 말하는 거죠. 되게 대기업 다니시네…
남자는 중얼거린 뒤,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다른 것을 물어옵니다.
October 02, 2025 3:32AM???:근데 혹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세요?
저는 그냥 눈 떠보니까 여기서 깨어났거든요.
그렇게 말한 남자는 지하철역으로 눈짓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도내의 일반 지하철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벽에 붙은 역명 간판에는 【현재역】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찬찬히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표기 / 코인 락커 / 개찰구 / 사무실 / 매점 / 공중전화 / 셔터가 내려진 계단 / 엘리베이터 / 모니터
October 02, 2025 3:38AM김솔음:
지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October 02, 2025 3:38AM백사헌: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역 구조가 자주 이용하던 서울시 내 【서화역】과 동일합니다.
지금 있는 곳은 ‘남쪽 개찰구’ 쪽인 것 같네요.
October 02, 2025 3:43AM백사헌:…(근데 왜 사람이 한 명도 없지? 아무리 봐도 평소의 서화역 같진 않습니다.)
(단독 행동을 할지 고민하다가, 정체 모를 곳을 먼저 탐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김솔음 옆으로 갑니다.)
…주임님, 여기 서화역과 구조가 똑같습니다.
October 02, 2025 3:45AM김솔음:(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눈 뜨기 전까지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October 02, 2025 3:45AM백사헌:(나, 나도.)
October 02, 2025 3:46AM백사헌: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October 02, 2025 3:46AM김솔음:
지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October 02, 2025 3:47AM백사헌:(차가운 곳에서 자서 머리가 굳었나봐…)
감각적으로 보면 오늘은 분명 7/8일일 텐데요.
October 02, 2025 3:48AM김솔음:(기억나는 거 있어? 눈빛으로 물어봅니다.)
October 02, 2025 3:48AM백사헌:…? (쳐다보는 김솔음을 의아하게 보다가 곧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젓습니다.)
October 02, 2025 3:50AM???:…저기, 둘이서 눈싸움만 하지 마시고 대답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October 02, 2025 3:50AM백사헌:(어린 놈이 싸가지 없게…)
October 02, 2025 3:52AM김솔음:(너만 하겠냐.)
음… 나도 너랑 같은 상황이야.
남자는 “그쪽은요?” 하고 묻듯이 백사헌을 바라봅니다.
October 02, 2025 3:54AM백사헌:…(대답 대신 잠시 시선을 끌어보라는 듯 김솔음의 등을 툭 건드립니다.)
October 02, 2025 3:56AM김솔음:(
눈으로 위험한 인물인지 확인하려는 모양이네. 의도를 재빨리 캐치하고 말을 이어갑니다.)
우리가 오기 전까지 계속 혼자 있었던 거야? 무서웠겠다.
October 02, 2025 3:58AM???:네, 뭐… 근데 무섭다기보다는 여기 진짜 이상해요.
계단이 닫혀 있어서 엘리베이터로 나가려고 했거든요? 근데 몇 번이나 계속 여기로 돌아와요.
October 02, 2025 4:00AM백사헌:…(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슬쩍 안대를 들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를 살펴봅니다.)
남자에게는 위협적인 헤일로가 보이지 않습니다.
October 02, 2025 4:01AM백사헌:(불행 중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다시 안대를 내립니다.)
October 02, 2025 4:03AM김솔음:(반응을 보니 안전한가 보네.)
돌아온다고?
October 02, 2025 4:04AM백사헌:어떤 식으로 돌아오는 건데? 자세히 말해봐.
October 02, 2025 4:04AM???:……
남자는 사헌을 쳐다보더니 곧 솔음에게 고개를 돌려 대답합니다.
October 02, 2025 4:07AM???:엘리베이터를 타면 올라가는 느낌은 나는데 갑자기 엄청 졸리더니 정신 차리니까 또 여기에 누워 있었어요.
October 02, 2025 4:12AM김솔음:(벌써 백사헌의 인성을 짐작했나 보구나…)
혹시 다른 행동을 한 건 없었어?
물론 우리도 나갈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네가 최대한 정보를 공유해주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
October 02, 2025 4:17AM백사헌:…(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슥 팔짱을 낍니다.)
(고등학생이 알면 뭐 얼마나 알겠어 하는 얼굴입니다.)
October 02, 2025 4:18AM???:어, 그…
저기 매표기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았어요. 이건데…
남자가 내민 카드에는 이름과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October 02, 2025 4:20AM백사헌:(슬쩍 고개를 빼서 봅니다.)
90?
October 02, 2025 4:21AM김솔음:한도온… 네 이름이야?
October 02, 2025 4:21AM한도온:아, 네.
맞아요, 제 이름.
October 02, 2025 4:22AM김솔음:그래, 반가워, 도온아.
나는 김솔음이야.
October 02, 2025 4:23AM백사헌:…!
(작게 소곤거립니다.) 주임님, 미쳤어요? 여기 어둠 속일지도 모르는데 본명을…!
October 02, 2025 4:24AM김솔음:그리고 이쪽은
백사헌.
October 02, 2025 4:25AM백사헌:…!!
(충격 받은 듯 입을 벌립니다. 이 자식이 지만 망할 것이지 물귀신을…!)
October 02, 2025 4:25AM한도온:와, 형들 이름 진짜 특이하네요.
어떻게 사람 이름이 소름이에요?
October 02, 2025 4:27AM김솔음:…………
(고등학생은… 솔직하구나…)
October 02, 2025 4:29AM백사헌:(풉, 어깨를 들썩입니다.)
October 02, 2025 4:29AM김솔음:백사헌. 죽고 싶어?
October 02, 2025 4:32AM백사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얌전해집니다…)
October 02, 2025 4:36AM한도온:(솔음과 사헌을 힐긋… 번갈아봅니다.)
(저 안대 낀 형이 꼬붕인가 보네. 남고딩이라 서열 파악은 누구보다 잘합니다.)
October 02, 2025 4:37AM김솔음:그럼 이제 우리도 나갈 방법을 찾아볼게.
너무 걱정하지는 마.
October 02, 2025 4:38AM한도온:네, 알겠어요…
저는 저기 매점에 가 있을게요.
October 02, 2025 4:38AM김솔음:혼자서 괜찮겠어?
October 02, 2025 4:42AM백사헌:알아서 하겠죠.
(비뚤게 서서 무관심한 태도로 말합니다.)
고등학생이 앱니까? 머리 다 컸으니 자기 일은 지 스스로 하겠죠.
October 02, 2025 4:44AM김솔음:그래?
그럼 나갈 방법을 찾아도 너한테는 공유 안 해도 되겠네. 너는 알아서 방법을 찾아 나갈 거니까, 그렇지?
October 02, 2025 4:48AM백사헌:그건 말이 다르…!
(확 대꾸하다 입을 다물고 솔음의 눈치를 봅니다.)
…아, 알았어요. 같이 가면 되잖아요.
October 02, 2025 4:48AM김솔음:들었지?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해. 우리랑 같이 다니자.
October 02, 2025 4:49AM한도온:…그럼 그러죠, 뭐. (고개를 끄덕입니다.)
October 02, 2025 4:56AM김솔음:그래.
October 02, 2025 4:56AM백사헌:…(근데 김솔음 이 새끼 왜 착한 척하지? 무슨 꿍꿍이길래…)
October 02, 2025 4:56AM김솔음:(부드럽게 말하다가 금세 표정을 싹 지웁니다.)
백사헌, 넌 잠깐 나 좀 봐.
October 02, 2025 4:56AM백사헌:예…?!
왜, 왜요?
October 02, 2025 5:06AM김솔음:(웃는 얼굴로 백사헌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잠깐 회사 일로 둘만 얘기 좀 하자는 거지.
왜, 싫어?
October 02, 2025 5:07AM백사헌:…아뇨! 해야죠…!
저쪽으로 가실까요? (입꼬리를 간신히 들며 웃어 보입니다.)
October 02, 2025 5:09AM김솔음:(도온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백사헌을 데리고 계단 앞쪽으로 갑니다.)
October 02, 2025 5:13AM김솔음:…(셔터 쪽으로 백사헌을 몰아붙이듯 서서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October 02, 2025 5:13AM백사헌:…(공손한 자세로 굳은 채 열심히 솔음의 시선을 피합니다…)
October 02, 2025 5:14AM김솔음:너, 내가 착한 척한다고 생각했지?
October 02, 2025 5:16AM백사헌:…! 아, 아뇨? (식은땀이 흐르지만 겨우 웃어 보입니다.)
그런 생각보다는… 주임님이 왜 탈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고등학생을 굳이 데리고 가려는지 궁금해서요…!
October 02, 2025 5:17AM김솔음:그거야 뻔하잖아.
October 02, 2025 5:17AM백사헌:아, 미끼로 쓰시려는…
October 02, 2025 5:18AM김솔음:그건 너로 충분하고.
October 02, 2025 5:19AM백사헌:(…시발.)
그럼 어떤…
혹시 도파민 용인가요?
October 02, 2025 5:20AM김솔음:이제야 알아듣네.
October 02, 2025 5:20AM백사헌:……
그건 저로 부족하세요…?
October 02, 2025 5:21AM김솔음:(뭐? 순간 귀를 의심하지만 틈 보이지 않게 바로 말합니다.)
어.
이젠 내성이 생겼는지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서.
고등학생은 감정에 솔직하고 가식이 없잖아, 누구랑 다르게.
게다가 민간인이면… 독특한 변수를 만들어서 날 재밌게 해줄 것 같아.
October 02, 2025 5:27AM백사헌:(재미고 뭐고 감정 조절 못 해서 날뛰다가 문제 생기면 어떡할 건데! 시발, 그 위험을 왜 나까지 감수해야 하냐고!!)
(속으로 욕을 궁얼거립니다.)
October 02, 2025 5:31AM김솔음:알아들었으면 쓸데없이 쟤한테 반감 생기게 해서 초치지 마.
October 02, 2025 5:36AM백사헌:…아,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October 02, 2025 5:37AM김솔음:잘하자, 응?
(백사헌 어깨를 두어 번 툭툭 두드리고는 도온이 있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October 02, 2025 5:39AM백사헌:…(뒤에서 말없이 따라가다가
매표기를 슬쩍 봅니다.)
얼핏 보면 평범하지만, 동전 투입구가 있어야 할 부분에 페트병 크기만한 검은 구멍이 나있습니다.
액정화면에는 두 개의 버튼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October 02, 2025 5:40AM백사헌:(빠르게 노선도도 훑습니다.)
October 02, 2025 5:40AM백사헌:저, 주임님…
October 02, 2025 5:40AM김솔음:왜?
October 02, 2025 5:42AM백사헌:여기 노선도를 보니까… 구조는 똑같아도 확실히 서화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긴 현재역이고 갈 수 있는 다른 역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요.
October 02, 2025 5:43AM한도온:아, 맞다. 저도 아까 그 노선도 봤어요.
그렇게 말한 도온은 백사헌 옆으로 달려옵니다.
October 02, 2025 5:44AM한도온:그래서 역무원한테 그날역에 대해 물어봤는데, 가보면 안다는 말만 하더라고요.
개찰구 넘어가려면 카드를 발행하라길래 그때 카드 뽑은 거예요.
October 02, 2025 5:48AM백사헌:…(잠시 망설이다가 살가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기, 도온이라고 했지? 그럼 카드는 매표기에서 그냥 받은 거야?
돈이나 뭘 지불하진 않았고?
October 02, 2025 5:49AM한도온:…? (갑자기 돌변한 태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습니다.)
네, 그냥 주던데요.
October 02, 2025 5:56AM백사헌:그럼 저희도 한 장씩 뽑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임님?
October 02, 2025 5:57AM김솔음:(매표기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검은 구멍을 살펴봅니다.)
구멍 깊은 곳은 보이지 않지만, 구멍의 벽면에는 아무래도 날붙이처럼 생긴 것이 붙어 있습니다.
October 02, 2025 5:59AM김솔음:(…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질 않지.)
발행 자체는 공짜고, 충전할 때 대가가 필요한 구조인 것 같네.
October 02, 2025 6:00AM백사헌:대가요? (자신도 검은 구멍을 들여다봅니다.)
…(팔다리가 들어가기 딱 좋은 크기의 구멍과 날붙이. 보기만 해도 무슨 용도일지 짐작이 갑니다.)
(사람의 신체 부위를 징수하는 지하철역이라니. 왼쪽 눈을 뺏길 때의 기억이 생각나 절로 목이 넘어갑니다.)
October 02, 2025 6:03AM한도온:왜, 왜요? 뭐가 있어요?
October 02, 2025 6:03AM김솔음:아니야, 신경 안 써도 돼.
일단 충전은 되도록 피해보자.
(카드 발행 버튼을 눌러봅니다.)
October 02, 2025 6:05AM음성: 현재 고객님의 카드를 준비 중입니다. 발행까지 최대 1일 정도 소요될 수 있으니, 불편을 드려 죄송하지만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October 02, 2025 6:07AM백사헌:뭐야, 안 되잖아.
(못미더운 눈빛으로 도온을 보다가 아차 싶어 표정을 고칩니다.)
October 02, 2025 6:08AM한도온:어라? 저는 분명 바로 발행됐는데… 이상하네.
October 02, 2025 7:54PM김솔음:…(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잠시 후 도온에게 묻습니다.)
도온아, 여기서 깨어난 지 얼마나 된 것 같아?
October 02, 2025 7:55PM한도온:한 3, 40분이요…
October 02, 2025 7:55PM김솔음:카드를 발행한 건?
October 02, 2025 7:56PM한도온:음… 엘리베이터 한 번 타고 그 다음에 발행했으니까 15분?
그쯤 뽑았던 거 같아요.
October 02, 2025 7:57PM백사헌:그럼 15분을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타는 게 조건일 수 있겠네요.
October 02, 2025 8:39PM김솔음:(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미 둘 다 해봤다면 위험할 건 없겠지.
순서대로 확인하자.
October 02, 2025 8:41PM백사헌:가만히 시간만 보내기 아까운데 다른 곳도 살펴보죠.
(그렇게 말하며 시계를 봅니다. 아까 일어날 때가 11시 59분쯤이었는데 지금은 몇 시지?)
시계는 여전히 11시 59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시계 바늘이 59분과 정각 사이를 오가며 반복하고 있습니다.
October 03, 2025 2:22AM백사헌:뭐야… 고장?
저것도 단서 같아요? (시계를 가리킵니다.)
October 03, 2025 2:36AM김솔음:그렇게 봐야겠지.
시간이 멈춰 있다는 의미라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쪽이 더 가능성 있겠어.
October 03, 2025 2:39AM백사헌:엘리베이터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을진 모르니까 일단 할 거 다 하고 시도해보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도온이 둥글게 뜬 눈으로 감탄합니다.
October 03, 2025 2:41AM한도온:형들, 되게 똑똑하네요.
방금 엄청 어른 같았어요.
October 03, 2025 2:50AM백사헌:(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 어른
같은 게 아니라 어른…
(퉁명스럽게 대꾸하다가 멈추고 친절한 미소를 짓습니다.)
…성인이니까 당연하지. 우리가 이런 일에 익숙한 편이니까 너는 그냥 우리만 믿어.
(쓸데없이 나대서 망치지 말고.)
도온은 사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 듯 눈을 반짝입니다.
October 03, 2025 2:52AM한도온:…네!
아, 사헌이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October 03, 2025 2:53AM백사헌:부르든지 말든지…
사헌이 X도 관심 없다는 듯 중얼거려도 도온은 신난 듯 웃습니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꽤 기쁘고, 마음이 놓인 모양입니다.
October 03, 2025 3:01AM김솔음:(백사헌의 가식에 홀랑 속아넘어가는 걸 보니 역시 고등학생입니다. 네가 세상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는구나…)
백사헌, 여기 와서 이거나 봐.
October 03, 2025 3:29AM백사헌:뭔데요?
October 03, 2025 3:30AM김솔음:(
코인 락커를 턱짓으로 가리킵니다.)
No.1부터 No.7까지는 사용 중임을 나타내는 붉은 램프가 켜져 있습니다.
No.9와 No.10에는 각각 솔음과 사헌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October 03, 2025 3:34AM백사헌:(솔음을 힐끗…보다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칸을 열어 봅니다.)
그 안에는 사헌의 소지품이 부서진 채 들어 있습니다.
핸드폰이나 지갑 같은 간단히 외출할 때 챙길 만한 것들입니다.
October 03, 2025 3:38AM백사헌:(어쩐지 소지품이 하나도 없더라니…!)
(미련이 남은 듯 완전히 박살 난 휴대폰의 전원을 여러 번 눌러보다가 이내 체념한 듯 놓습니다.)
(그래도 지갑은 챙깁니다. 적어도 돈은 들어있겠지.)
October 03, 2025 3:42AM김솔음:(백사헌 옆에 서서 자신의 락커를 확인합니다.)
솔음의 락커에도 소지품이 부서진 채 들어 있습니다.
산산조각난 핸드폰, 죄다 찢기고 터진 아이템들…
무엇보다 솜이 튀어나온 너덜너덜한 토끼 인형이 보입니다.
October 22, 2025 7:01AM김솔음:…(백사헌의 소지품 상태를 보고 머릿속으로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 어쩔 수 없이 손이 떨리고 입 안이 말라붙습니다.)
(최대한 동요를 감춘 채 망가진 착한 친구를 조심스레 쥐어듭니다.)
……
October 22, 2025 7:05AM한도온:…(서늘하게 가라앉은 솔음의 분위기에 옆에서 눈치를 봅니다.)
괘, 괜찮으세요?
October 22, 2025 7:06AM김솔음:…응. 괜찮아.
(깊게 심호흡을 합니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October 22, 2025 7:09AM한도온:…(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잠시 눈을 굴리다가 사헌에게 다가갑니다.)
형, 잠깐만…
October 22, 2025 7:11AM백사헌:뭔데.
(대충 대꾸하며 사용 중인 락커 문을 열어봅니다.)
No1.에서 No.7까지의 락커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October 22, 2025 11:06AM백사헌:흠.
(열쇠구멍을 들여다보며 잠시 견적을 재봅니다. 구조는 일반 문과 달라도 잘만 하면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October 22, 2025 11:12AM한도온:(눈치 좀 챙기라는 듯 사헌의 옷자락을 슬쩍 잡아당기며 옆으로 눈짓합니다.)
…솔음이 형 기분 안 좋아 보여요.
October 22, 2025 11:12AM백사헌:그래서 어쩌라고.
October 22, 2025 11:12AM한도온:회사 동료라면서요? 어떻게 좀 해봐요.
October 22, 2025 11:18AM백사헌:(귀찮게 웬 오지랖이야… 무시하면 계속 성가시게 굴 것 같아 적당히 대꾸합니다.)
원래 어른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너도 참견하지 말고 놔둬.
October 22, 2025 11:19AM한도온:그래도…
엄청 소중한 게 망가진 것 같던데…
October 22, 2025 11:21AM백사헌:(그 말에 락커에서 눈을 떼고 옆을 봅니다. 김솔음한테 소중한 게 있다고?)
(그제야 김솔음이 쥐고 있는 토끼 인형을 발견합니다.)
…!! (저… 저거, 싸이코 자식이 엄청 아끼는 브라운인가 뭔가 하는 인형이잖아…!)
October 23, 2025 3:16AM김솔음:……
October 23, 2025 3:24AM백사헌:…(순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립니다. 괜히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조용히 숨을 죽입니다.)
(김솔음이 저렇게까지 빡친 건 처음 보는데… 괜히 나한테 불똥 튀는 거 아냐?)
(눈에 띄지 않게 슬금슬금 공중전화기 쪽으로 갑니다…)
October 23, 2025 3:30AM한도온:(동료가 저 상태인데 그냥 방치하고 간다고?)
…저기!
사헌이 형이 할 말 있대요!
October 23, 2025 3:30AM백사헌:…!?
(저 미친 자식이…!)
October 23, 2025 3:35AM김솔음:(한숨을 내쉬더니 엉망이 된
착한 친구를 앞주머니에 넣고 백사헌을 슥 바라봅니다.)
뭔데.
October 23, 2025 3:37AM백사헌:(김솔음을 자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웃습니다.)
그… 사용 중인 락커들도 잘만 하면 열 수 있을 것 같은데 해볼까요?
October 23, 2025 3:40AM한도온:(위로하라고 분위기 다 만들어놨더니 뭐 하는 거야? 무신경함에 경악합니다.)
October 23, 2025 3:41AM김솔음:글쎄.
October 23, 2025 3:41AM백사헌:……
October 23, 2025 3:41AM김솔음:……
October 23, 2025 3:44AM한도온:(미치겠다, 이 싸한 공기… 나라도 나서야겠어.)
근데 그 귀여운 인형은 뭐예요?
October 23, 2025 3:53AM김솔음: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거야.
October 23, 2025 3:56AM한도온:엄청 소중한 거였나 봐요… 근데 이렇게 망가져서 어떡해요?
괜찮으면 여기 나가서 같은 인형이라도 사러 가실래요? 어디서 파는지 여자애들한테 물어볼게요!
October 23, 2025 3:57AM김솔음: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이건 하나밖에 없는 인형이거든.
October 23, 2025 3:59AM한도온:그럼 고치면 되죠!
그렇게 심하게 찢어진 건 아니니까 조금만 손보면 되지 않을까요?
(사헌을 살짝 툭 칩니다.)
형, 바느질 같은 거 할 줄 알아요?
October 23, 2025 4:03AM백사헌:아, 뭐…
(대충 위튜브 보고 따라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필요하시면 나중에 해드릴게요.
October 23, 2025 4:05AM김솔음:…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도 말은 고맙다.
October 23, 2025 4:06AM한도온:(휴우.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기분 좀 괜찮아지신 거 같지?)
October 23, 2025 4:11AM백사헌:그래서 이거 나머지 락커는 어떡할 건데요.
October 23, 2025 4:11AM한도온:……
October 23, 2025 4:14AM김솔음:일단 도온아, 네 락커는 확인 안 해도 돼?
October 23, 2025 4:15AM한도온:아, 맞다! 지금 바로 볼게요.
형들 거 상태 보니까 제 물건도 부서져 있을 것 같지만요.
도온이 락커를 열자, 그 안에는 반으로 부러진 펜싱 검과 뜯긴 손목 보호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구겨지고 찢긴 스케줄러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October 23, 2025 4:20AM한도온:아, 역시…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씁쓸한 마음에 반토막 난 펜싱 검을 만지작거립니다.)
October 23, 2025 4:21AM김솔음:펜싱 배우고 있어?
October 23, 2025 4:23AM한도온:네! 저 학교 펜싱부 부장이거든요. 되게 잘해요.
October 23, 2025 4:22AM백사헌:(스케줄러를 꺼내 휙 넘기며, 어제인 7월 7일과 아마 오늘일 7월 8일의 일정을 살핍니다.)
도온의 7/8일 스케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특별 지도: 신창운 선생님 마중, 서화역 12:00」
October 23, 2025 4:27AM백사헌:(서화역 12시라… 장소랑 시간이 얼추 맞네.)
October 23, 2025 4:28AM김솔음:펜싱 검을 들고 나온 건 오늘 훈련이 있어서 그런 거야?
October 23, 2025 4:30AM한도온:네! 다른 학교에 엄청 유명한 코치 분이 계신데 그분이 직접 가르쳐주시기로 했어요!
October 23, 2025 4:38AM백사헌:(슬그머니 스케줄러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October 23, 2025 4:38AM김솔음:…(백사헌이 스케줄러를 몰래 훔쳐보고 돌려놓는 걸 곁눈질로 지켜봅니다.)
그래. 오늘만 기다렸을 텐데 얼른 나가서 훈련 잘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
October 23, 2025 4:49AM한도온:(약간 시무룩해집니다.) 그럴 수 있겠죠…?
아! 진짜 중요한 날인데 어쩌다 이런 곳에 와서…
October 23, 2025 4:56AM백사헌:(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부러진 신용카드 조각을 이용해 No.7 락커 걸쇠를 열어봅니다.)
October 23, 2025 4:56AM백사헌:
열쇠공
| 기준치: |
51/25/10 |
| 굴림: |
4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헌이 몇 번 각도를 바꿔가며 카드를 밀어 넣자, 달칵 소리와 함께 락커의 잠금이 풀립니다.
(자축할 틈도 없이 곧장 안을 들여다봅니다.)
느닷없이 이쪽을 보고 있는 무언가와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것은 생기를 잃은 채 탁하게 흐려진 인간의 두 눈.
좁은 락커 안에 욱여넣어진 피투성이 시체는 마치 압축포장된 물건처럼 꺾이고 구부러져 있습니다.
뒤틀린 팔다리 틈으로 마치 죽은 생선처럼 텅 빈 안구가 보입니다.
2:08AM백사헌: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으악, 씹…!
2:09AM김솔음:(백사헌이 기겁하자 재빠르게 도온의 눈부터 가립니다.)
(화들짝 놀라는 도온을 진정시키고는 백사헌을 부릅니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묻습니다. 뭐야?)
2:12AM백사헌:(풍겨오는 악취에 표정을 찌푸리고는 입을 뻐끔거립니다.)
(시, 시체요.)
(일단 닫아.)
2:16AM백사헌:…(고개를 끄덕이며 락커를 닫습니다.)
바로 옆에서 무언가가 찍히는 듯한 ‘꾹’ 소리가 들립니다.
(언제든 도망칠 기세로 옆을 바라봅니다.)
옆 락커 문에는 타르처럼 새까만 사람 손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손자국은 다른 락커로 퍼져가며 하나씩 늘어납니다.
‘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꾹’
곧 얼어붙은 두 사람의 발밑에서도 소리가 들립니다.
바닥을 내려다보자 「얼른 이쪽으로 와」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2:25AM백사헌:…(숨을 죽인 채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락커에서 물러납니다.)
무슨 일 있어요? 어디서 썩은내가 나는데…
검은 손자국은 이내 살아 있는 액체처럼 일렁이며 퍼지더니,
2:32AM김솔음:……(그제야 멈춰 있던 숨을 내쉽니다.)
(손에 땀이 나는 걸 느끼며 도온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립니다.)
2:32AM한도온:(굳어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봅니다.)
…?
2:35AM김솔음:(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댑니다. 쉿.)
(그리고 도온에게 말합니다.)
도온아. 잠시 매점에 가 있어.
절대 아무것도 사지 말고 위험한 물건은 만지지 마. 그냥 구경만 해, 알았지?
2:36AM한도온:(심각한 솔음의 표정을 보고 눈치 보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알겠어요…
도온은 뒤를 두어 번 돌아보더니 매점 안으로 사라집니다.
2:39AM백사헌:얼른 이쪽으로 오라는 게 무슨 뜻 같아요?
“너희도 나처럼 죽어.” 아닐까.
2:45AM백사헌:…(긴장을 숨기려는 듯 팔짱을 낍니다.)
그럼 사용 중인 락커가 다…
2:48AM김솔음:…아마 전부 시체가 들어 있겠지.
2:50AM백사헌:(7번 락커의 명찰을 확인합니다.)
2:54AM백사헌:이 시체는 여기 붙은 명찰의 주인일 가능성이 크겠네요.
2:55AM김솔음:이 사람 다음은… 도온이네.
2:57AM백사헌:(번호순대로 죽는 거라면 그나마 내가 제일 마지막이네.)
(어떤 식으로 죽는 건지 지켜볼 기회는 있겠지.)
3:02AM김솔음:…(또 혼자 살아남을 궁리나 하는 듯한 백사헌을 빤히 바라봅니다.)
너 아까 뭔가 알아낸 것 같던데.
천천히 보라고 일부러 시간까지 끌어줬는데 설마 입 싹 닫을 생각이었어?
무, 물론 공유하려고 했죠!
3:07AM김솔음:그래. 앞으로는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말해.
3:08AM백사헌:저 녀석 오늘… 그러니까 7월 8일에 서화역에서 12시 약속이 있더라고요.
저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8일이면 토요일이라 주말이고, 외출할 때는 거의 서화역을 이용하니까 12시에 서화역에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해요.
주임님도 그렇죠?
3:13AM김솔음:서화역이라면 확실히 나도 많이 이용하긴 해.
그러니까 네 말은, 락커에 적힌 사람들이 그냥 무작위로 뽑힌 게 아니라 12시에 서화역에 있던 사람들 같다는 거지?
순서는 아직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요.
(생각보다 머리를 잘 굴리는 백사헌을 의외라는 듯 바라봅니다. 역시 독사답네.)
3:28AM백사헌:락커 속 시체 말인데요, 저거 꺼내서 카드 충전할 때 쓰면 어떨까요?
3:30AM백사헌:도온인가 뭔가 하는 녀석이 신경 쓰이시면 못 보게 팔다리만 잘라서 구멍에 던져 넣으면 될 것 같은데.
(역시, 독사답네.)
뭐하러?
3:33AM백사헌:혹시 여러 군데에 쓰게 되면 카드 점수가 부족할 수도 있잖아요.
그때를 대비해서…
네가 있는데.
3:35AM김솔음:(백사헌의 사지에 차례로 눈길을 줍니다.)
하나, 둘, 셋, 넷…
많네. 근데 왜 굳이 냄새나는 시체를 만져.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네요!
(웃으면서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붓습니다. 김솔음 이 씨발새끼 죽어!!)
3:47AM김솔음:(이 자식은 여차하면 날 기습해서 내 팔을 충전에 쓸 놈입니다. 절대 풀어둬선 안 돼.)
(틈틈이 두드려 놓기로 하고…)
아까 역무원 있다고 했지? 거기로 가보자.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텅 비어 있습니다.
파이프 의자에 앉은 역무원은 나른한 표정으로 건너편 벽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무실에는 작은 창문 하나만 있을 뿐 들어가는 문은 전혀 없습니다.
4:00AM백사헌:(창문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저… 안녕하세요.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4:11AM백사헌:이 역에 저희 말고 다른 사람이 온 적 있나요?
4:12AM역무원: 글쎄요─. 저는 개찰구를 멋대로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지 망만 보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 외의 부분에는 도움이 되어드릴 수 없답니다─.
4:13AM백사헌:(…존나 월급 루팡이네. 씨발, 나도 하고 싶다.)
그럼 엘리베이터 말고 여기서 나갈 방법이 있을까요?
4:14AM역무원: 없습니다─. 엘리베이터로만 갈 수 있어요─.
4:16AM김솔음:(백사헌이 역무원과 이야기하는 동안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4:17AM백사헌:…(별 도움이 되지 않는 역무원을 속으로 욕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김솔음을 따라 모니터를 바라봅니다.)
모니터에는 지하철역 플랫폼의 상황이 비춰집니다.
하지만 개찰구 건너편 플랫폼에는 사람이 전혀 없는 반면, 영상 속 역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면 속 사람들은 모두 작업복을 입고 무언가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한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CH0’(채널 제로)라는 표시가 떠 있습니다.
4:21AM백사헌:(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역무원에게 물어봅니다.)
저기, 여기서 사고가 있었나요? 비 때문에 무너졌다든지…
4:21AM역무원: 글쎄요─. 저는 개찰구를 멋대로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지 망만 보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 외의 부분에는 도움이 되어드릴 수 없답니다─.
아, 네…
(애써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까딱이고는 김솔음 쪽으로 다가갑니다.)
4:27AM백사헌:(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합니다.)
그 고등학생보다 무쓸모예요.
근데 건너편 플랫폼에 아무도 없는 걸 보면, 이 영상은 여기 역을 보여주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4:31AM김솔음:녹화된 영상일 수도 있잖아.
너도 그래서 사고에 대해 물어본 거 아니야?
4:35AM김솔음:그럼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과거 영상이거나…
현재이면서, 여기와는 다른 ‘진짜’ 서화역을 보여주고 있거나.
그러니까 진짜 서화역에서 역을 수리할 정도의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저희가 여기로 끌려왔다는 겁니까?
하지만 역 이름이 ‘현재’와 ‘그날’로 구분되어 있는 걸 보면 둘 중에서는 후자 쪽이 더 그럴듯해.
‘그날’ 사건이 있었고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게 순서상 맞으니까.
4:40AM백사헌:자세히 알려면 그날역을 가봐야 한다는 거네요.
그때 멀리서 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4:48AM한도온:형, 형! 여기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것 같아요!
6:38AM김솔음:단서를 찾은 것 같으니까 가보자.
두 사람이 매점에 들어서자 점원이 가벼운 말투로 인사합니다.
6:39AM점원: 안녕하심까─. 어서오십셔─.
여기서는 카드 점수를 사용해서 쇼핑할 수 있답니다─. 카드로밖에 쇼핑은 못 해요─.
6:40AM백사헌:(이 새끼도 역무원처럼 도움 안 될 것 같은데…)
6:41AM한도온:이거 봐요! 서화역에 관한 신문이에요!
(도온의 손에서 신문을 쑥 빼앗습니다.)
6:44AM한도온:(이제 사헌의 인성질이 익숙해졌는지 별 반응 없이 옆에 찰싹 붙어서 조잘거립니다.)
오늘 분명 8일인데 신문 날짜는 17일로 되어 있어요!
내용도 뭔가 이상하고요.
주임님, 저희가 아까 한 추측이 맞는 것 같습니다.
6:47AM김솔음:그럼 ‘현재’는 17일이고 ‘그날’은 8일이라는 거네.
저 모니터는 현재, 즉 17일의 서화역 상황을 보여주는 거고.
6:55AM백사헌:그날역에도 모니터가 있다면 8일의 플랫폼 상황을 볼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9일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뭐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신문에서 본 폭발 사고 때문에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있고…
그 상태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걸지도.
이게 지금 꿈이라고요?
7:02AM한도온:그치만… 꿈치고는 너무 생생하잖아요.
(제 볼을 세게 꼬집다가 작게 악 소리를 지릅니다.)
으… 아픔도 추위도 다 느껴지는데요?
7:04AM백사헌:(하… 귀찮아.) 자각몽일 수도 있지.
7:04AM한도온:자각몽이면 감각이 다 느껴져요?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몰랐어요!
(사실 모르지만 뻔뻔하게 둘러댑니다.)
7:07AM김솔음:(뻔히 속이는 건 알아도 굳이 막지는 않습니다.)
…(도온에게는 나중에 설명해주자.)
October 25, 2025 3:15PM백사헌:그럼 이제 그날역으로 가는 겁니까?
근데 역무원 때문에 카드 없이는 개찰구를 넘어가기 힘들 것 같은데요.
October 25, 2025 3:16PM김솔음:억지로 통과하는 방법도 있긴 해.
October 25, 2025 3:16PM백사헌:전 반대예요.
그러다 강제 정산 당해서 다리라도 잘리면 누가 책임질 건데요.
October 25, 2025 3:20PM김솔음:…흠.
(카드 충전에 신체 일부를 쓰는 걸 보면 정산도 그것으로 이뤄질 확률이 높습니다.)
(괜히 규칙을 어기다가 더 큰 값을 치를 수도 있으니 지금은 따르는 게 현명한가.)
October 25, 2025 3:21PM백사헌:아니면… (도온을 바라봅니다.)
October 25, 2025 3:21PM한도온:?
왜요, 형?
October 25, 2025 3:22PM김솔음:(이 자식이 또…)
백사헌.
October 25, 2025 3:23PM백사헌:…!
아, 아니, 그냥 보는 거였어요…
October 25, 2025 3:26PM김솔음:(보나마나 카드를 가진 도온을 혼자 보내거나 카드를 빼앗으려고 했겠지.)
(진짜 한결같은 놈. 질린다는 듯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매점을 나갑니다.)
October 25, 2025 3:28PM한도온:가, 같이 가요!
(허둥지둥 뒤따르다 사헌을 돌아봅니다.)
빨리 따라가요, 형!
October 25, 2025 3:29PM백사헌:(무시한 채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아이템으로 보이는 게 있는지 확인합니다.)
매점에는 신문과 잡지, 과자, 음료 등 평범한 물품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October 25, 2025 3:31PM백사헌:(쯧. 건질 건 없네.)
October 25, 2025 3:34PM한도온:아, 빨리 가자고요!
(사헌의 팔을 힘껏 끌어당깁니다.)
October 25, 2025 3:44PM백사헌:…!
(갑자기 잡아당기는 힘에 휘청거립니다.)
(신경질적으로 팔을 뿌리치려다 이 이상 도온에게 반감을 샀다간 김솔음이 또 뭔 지랄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욕만 중얼거리며 얌전히 매점을 나옵니다.)
October 25, 2025 3:49PM백사헌:카드 뽑혀요?
솔음이 발행 버튼을 누르자, 매표기에서는 아까와 똑같은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October 25, 2025 3:56PM김솔음:(시간은 이미 꽤 지났는데 발행이 안 된다는 건…)
역시 엘리베이터를 타는 수밖에 없겠어.
October 25, 2025 3:57PM백사헌:그럼 저희만 타고 도온이는 여기 남으면 어때요?
October 25, 2025 3:57PM김솔음:너…
October 25, 2025 3:58PM백사헌:아, 아니… 어차피 다시 돌아온다면서요.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떻게 돌아오는 건지 알 수 있잖아요.
October 25, 2025 4:02PM김솔음:……
(맞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무서울 텐데.)
October 25, 2025 4:06PM백사헌:(…살짝 솔음의 눈치를 살핍니다.)
놔두고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이 정도는 그냥 협력 아닙니까?
주임님이 왜 그렇게 망설이시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October 25, 2025 4:07PM김솔음:(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엽니다.)
그래도 안…
October 25, 2025 4:07PM한도온:다녀오세요!
October 25, 2025 4:07PM김솔음:…!
October 25, 2025 10:51PM한도온:저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형들끼리 다녀오세요.
혼자 놀고먹는 느낌이라 찜찜했는데 이렇게라도 보탬이 되면 좋죠.
October 25, 2025 10:53PM김솔음:진짜 괜찮겠어?
(혹시 매점에 둘만 남았을 때 백사헌이 협박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무서우면 무섭다고 해도 돼.
October 25, 2025 10:55PM한도온:엥, 별로 안 무서운데요.
너무 조용해서 기분 이상하긴 한데 딱히 무섭진 않아요.
저 그렇게 쫄보 아니거든요?
October 25, 2025 10:57PM김솔음:……
(나는 무서웠을 것 같은데…)
(도온의 말에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습니다. 그래, 난 쫄보다…)
October 25, 2025 11:02PM백사헌:우리 오기 전에 지하철에 뭐 변하는 거 없는지 잘 보고 있어.
딴짓하느라 한눈팔지 말고.
October 25, 2025 11:02PM한도온:넵, 알겠습니다!
형 올 때 메로나요.
October 25, 2025 11:03PM백사헌:알아서 사 먹어.
October 25, 2025 11:07PM한도온:어른이 어린애한테 이런 거 하나 못 사줘요?
회사도 좋은 데 다니면서 쩨쩨하게!
October 25, 2025 11:11PM백사헌:누가 어린애…
(말하다 말고 김솔음을 봅니다. 하 씨, 저 자식 때문에 뭐라고 말도 못 하겠네.)
(지갑에서 너덜너덜한 만 원짜리 지폐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이걸로 사 먹든지.
October 25, 2025 11:15PM한도온:앗싸~ 용돈!
(환하게 웃습니다.)
October 25, 2025 11:24PM김솔음:…(생각보다 백사헌을 잘 따르는 도온을 의외라는 듯 봅니다.)
(정작 백사헌은 처음만 좀 사렸지 이후로는 꾸준히 막 대하는 거 같은데…)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심리랑 비슷한 건가?)
October 25, 2025 11:33PM백사헌:가죠, 주임님.
October 25, 2025 11:34PM김솔음:어.
(가기 전에 도온에게 주의를 줍니다.)
도온아, 아이스크림은 밖에서 사줄 테니까 여기서는 아무것도 사거나 먹지 마.
October 25, 2025 11:35PM한도온:? 네!
그럼 저 베라 사주시면 안 돼요?
October 25, 2025 11:35PM김솔음:그래, 사줄게.
October 25, 2025 11:44PM한도온:와, 쿼터 사서 셋이서 각자 좋아하는 맛으로 골라 먹어요!
제가 두 개 골라도 돼요?
October 25, 2025 11:45PM김솔음:너 하고 싶은 대로 해.
October 25, 2025 11:45PM백사헌:전 안 갈 건데요.
October 25, 2025 11:46PM김솔음:(부드러운 표정 그대로 백사헌 허리를 퍽 칩니다.)
October 25, 2025 11:46PM백사헌:악!
……아, 알았어요… 가면 되잖아요, 가면…
(욱신거리는 허리를 문지릅니다. 이 무식하게 힘 쎈 새끼…)
October 25, 2025 11:49PM김솔음:엘리베이터 타고 올 테니까 잠시만 혼자 있어.
October 25, 2025 11:49PM한도온:넵!
October 25, 2025 11:49PM백사헌:(엘리베이터로 가서
《↑》 버튼을 누릅니다.)
October 25, 2025 11:51PM백사헌:(안으로 들어가서 한 번 휙 둘러봅니다.)
문은 닫기 버튼 외에 『여기』와 『현실』 버튼이 있습니다.
층 표시용 전광 패널에는 아무 표시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October 25, 2025 11:56PM김솔음:(현실로 가는 버튼이 있다는 건 여기가 현실이 아니라는 거겠지.)
October 25, 2025 11:57PM백사헌:주임님 말대로 진짜 꿈일 수도 있겠는데요.
현실로 갈 때 의식이 끊긴다는 건 현실의 저희가 깰 수 없는 상태라는 거겠죠?
October 26, 2025 12:01AM김솔음:그렇겠지.
일단 가보자.
October 26, 2025 12:01AM백사헌:예.
(현실 버튼을 누릅니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October 26, 2025 12:03AM백사헌:…(구석에 팔짱을 끼고 서서 은은하게 떨리는 진동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조금 전까지 아무 표시가 없던 전광 패널에 갑자기 숫자가 깜빡입니다.
곧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며 시야가 희미해집니다.
정신을 붙들 겨를도 없이 시야가 급격히 검게 물들고,
두 사람은 마치 물속으로 가라앉듯 잠에 빠집니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머릿속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립니다.
“갱신되지 않았습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갑니다.”
딱딱한 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피부에 닿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몸을 흔드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October 26, 2025 12:09AM한도온:형들, 일어나요.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두 사람은 딱딱한 바닥 위에 누워 있음을 깨닫습니다.
October 26, 2025 12:11AM백사헌:(윽… 몽롱한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킵니다.)
October 26, 2025 12:22AM김솔음:…(천천히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른 점이라면 매표기에 녹색 램프가 깜빡이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October 26, 2025 12:33AM한도온:괜찮아요?
October 26, 2025 12:34AM백사헌:(표정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우리가 여기 돌아올 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봤어?
October 26, 2025 12:35AM한도온:안 놓치려고 눈 부릅뜨고 있었거든요?
근데 한 번 깜빡하니까 형들이 여기 뒹굴고 있었어요.
October 26, 2025 12:35AM백사헌:시간은?
October 26, 2025 12:35AM한도온:한… 5분 정도?
October 26, 2025 12:43AM김솔음:매표기에 불빛이 들어온 걸 보면
체감과는 상관없이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시간이 움직이는 것 같네.
October 26, 2025 12:43AM백사헌:하루 단위로요?
October 26, 2025 12:43AM김솔음:아마도.
October 26, 2025 12:44AM백사헌:야… 가 아니라, 도온아.
매점 가서 신문 날짜 좀 보고 와.
October 26, 2025 12:51AM한도온:아, 넵!
October 26, 2025 12:53AM김솔음:…(자연스럽게 도온을 부려먹는 백사헌을 빤히 봅니다.)
October 26, 2025 12:55AM백사헌:…! (살짝 움찔합니다.)
쟤, 쟤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대가 없이 데리고 다녀주는데 시켜 먹기라도 해야죠.
October 26, 2025 12:56AM김솔음:그래? 알았어.
나도 앞으로는 그냥 데리고 다니지 말고 좀 시켜야겠다.
October 26, 2025 1:02AM백사헌:아니, 제 말은…
그냥 도움을 받기만 하는 입장도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라도 자기 역할을 맡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October 26, 2025 1:05AM김솔음:(이 무슨 뻔뻔한 새끼가…)
(그동안 도움은 싹 받아먹고 보답은커녕 고맙다는 말조차 없던 놈이,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니 기가 막힙니다…)
그러니까 너도 역할을 주겠다는 거잖아.
미끼 역할.
October 26, 2025 1:10AM백사헌:저, 저는 그것 말고도 도움이 되잖아요…
October 26, 2025 1:10AM김솔음:네가? 언제.
(무엇부터 시킬지 고르는 듯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개찰구 너머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내가 준 눈도 있으니까 그날역은 네가 앞장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주임님이 상사시니까 먼저 가셔야 하는 게…
4:04AM김솔음:왜? 너도 성인이면서 너보다 몇 살이나 어린 애를 앞세우려고 하잖아.
나는 그러면 안 돼?
4:07AM백사헌:(…눈을 굴리다가 최대한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희는 동료잖아요…
생판 남하고 비교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4:08AM김솔음:너는 꼭 너 아쉬울 때만 동료니 동기니 하지.
그때 도온이 매점 쪽에서 헐레벌떡 뛰어옵니다.
4:10AM한도온:형! 날짜가
18일로 바뀌었어요!
진짜 엘리베이터 타니까 하루가…
…?
(전속력으로 달려오다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의아한 얼굴로 멈춰섭니다.)
4:12AM백사헌:…(괜히 말 잘못 꺼냈다가 김솔음을 자극할까 봐 눈치만 봅니다.)
…솔음이 형…
또 사헌이 형 혼내셨어요?
4:14AM김솔음:뭐?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합니다.)
4:16AM한도온:사헌이 형이 좀 퉁명스럽고 배려가 없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4:19AM백사헌:…! (그 말에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떠올랐는지 주춤주춤 솔음에게서 멀어져 도온에게 다가갑니다.)
(마치 상사에게 깨진 신입사원처럼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4:31AM한도온:(주눅든 사헌 앞으로 조심스레 팔을 뻗습니다…)
(주인에게 혼나는 개를 감싸듯이.)
4:34AM김솔음:(잠깐, 왜 내가 악역처럼 된 거지?)
(뻔히 성격을 알면서 백사헌 얼굴에 속는 도온도 도온이지만 백사헌 저 자식은 뻔뻔하게 애 뒤에 숨어? 그것도 몇 번이나 이용해먹으려고 했으면서?)
……
(도온에게 백사헌의 실체를 까발릴까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합니다.)
(하긴, 직접 겪어보기 전엔 저 얼굴로 성격 파탄자라 하면 누가 믿겠어. 독사의 기록을 읽었던 나조차 처음엔 믿기 어려웠으니까…)
그런 거 아니고 잠깐 다음 일정을 상의한 거야.
그럼 이제 저희 뭐해요?
4:42AM김솔음:카드만 뽑고 그날역으로 가보려고.
4:55AM백사헌:어… 음, 그게 있잖아, 도온아.
(최대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합니다.)
우리는 그날역의 ‘그날’이 폭발사고가 일어난 8일이 아닐까 생각 중이야.
너 그날 서화역에서 12시에 약속 있었지? 우리도 서화역은 자주 이용하거든.
아마 락커에 적혀 있는 사람들은 12시 서화역에 있었던 사람들이고, 폭발사고에 휘말린 뒤 여기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커.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실로 돌아갔을 때 의식을 잃은 건 현실의 우리가 그런 상태이기 때문일 거고.
아무튼 그래서… 그날역으로 가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때다 싶어 호감작을 해둡니다.)
4:57AM한도온:아… 아! 진짜 그럴 수 있겠네요!
형들 진짜 대단해요! 설명 듣고 나니까 이해가 쏙쏙 돼요!
백사헌, 이리 와서 카드 뽑아.
5:04AM백사헌:…(고개를 끄덕이고는 매표기로 다가갑니다.)
5:05AM음성: 카드 발행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카드를 받아 가세요.
5:05AM백사헌:(카드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5:06AM김솔음:(자신도 카드를 발행합니다.)
동일하게 이름과 숫자가 적힌 카드가 나옵니다.
5:07AM백사헌:주임님이랑 저는 점수가 같네요.
5:08AM한도온:나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걸까요? 청소년은 좀 낮게 나오는 식이라든가!
5:09AM김솔음:글쎄… 이것도 뭔가 의미가 있겠지.
(개찰구 쪽으로 걸어가려다 아차 싶어 뒤로 빠집니다.)
(그리고 도온을 힐끗 바라봅니다.)
(이 고딩 오지랖 부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무서운 척하면 알아서 나서주겠지.)
5:20AM한도온:…! 아, 제가 먼저 갈게요!
5:21AM김솔음:(백사헌 저 자식이 진짜…)
아니야. 내가 먼저 갈게.
백사헌, 너도 미적거리지 말고 빨리 뒤에 붙어.
12:13AM김솔음:(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넘어갑니다.)
12:16AM백사헌:…(김솔음의 카드를 슬쩍 훔쳐본 뒤 자신도 카드를 찍고는 뒤쫓아갑니다.)
세 사람은 차례로 개찰구를 통과해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그러자 잠시 후 플랫폼 끝에서 전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며 터널 속을 가르듯 다가옵니다.
쇳바퀴가 레일을 긁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밀려들고,
브레이크가 삑— 소리를 내며 멈춰 서자 문이 동시에 열립니다.
12:20AM김솔음:(전차 안으로 들어갑니다.)
12:21AM백사헌:(주변을 훑어보며 조심스레 김솔음의 뒤를 따릅니다.)
또한 전차 안의 액정 패널에 광고가 뜨고 있습니다.
12:24AM광고:시간 여행을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인간 여러분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 시간철도입니다.
본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간 여행은 고객님의 정신을 지정된 시점의 자기 자신에게 덮어쓰는 ‘정신 이전형 타임 트립’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타임 패러독스의 발생, 포식자와의 조우 등 기존 시간 여행에 뒤따르던 모든 위험 요소로부터 고객님을 완벽하게 보호합니다.
부디 안심하고 쾌적한 시간 여행을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12:27AM백사헌:(과거로 가는 게 맞나 보네.)
12:28AM한도온:우와… 우리 지금 시간 여행하는 거예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곧 전차 문이 닫히고 차체가 살짝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12:31AM안내 방송:금일은 시간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역은 그날, 그날…
내리시는 문은 왼쪽입니다.
한 정거장쯤 지나자 ‘칙’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열립니다.
전차 안에서 바라본 그날 역은 현재 역과 구조가 완전히 같아 보입니다.
12:49AM김솔음:(플랫폼으로 나오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 연결 통로 쪽으로 향합니다.)
12:51AM백사헌:…? (혼자 움직이는 김솔음을 반사적으로 따라갑니다.)
12:52AM한도온:저 화장실에서 손 좀 씻고 올게요!
(무심하게 놔두고 가려다 멈칫합니다.)
(잠깐. 얘랑 떨어지면 김솔음이 왜 너 혼자 왔냐고 뭐라 할 텐데.)
……
아니다, 같이 가자.
12:56AM한도온:네? 괜찮아요? 따라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방패막이 없이 둘만 있으면 김솔음이 또 무슨 싸패소리를 할지 모른다고…!)
12:59AM한도온:와… 저 지금 좀 감동했어요.
(뭉클한 표정으로 사헌을 바라봅니다.)
1:00AM백사헌:개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기나 해.
평범한 화장실 안에는 딱 한 칸의 문만 닫혀 있습니다.
(설마 우리 말고도 사람이 있나?)
누구 있나 봐요!
(작게 소곤거립니다.)
1:08AM백사헌:(여긴 과거니까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어쩌지… 열어 봐? 아니면 김솔음을 불러?)
1:12AM한도온:(고민하는 듯한 사헌을 힐끔 봅니다.)
형, 비켜봐요. 제가 열게요!
형이 절 위해서 같이 와줬으니까 저도 보답해야죠.
됐어. 너는 가서 손이나 씻어.
(그렇게 말하곤 닫힌 칸의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누구 계십니까?
1:17AM백사헌:(기척은? 숨소리라도 안 들리나?)
1:17AM백사헌:
듣기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19AM백사헌:(문을 따봐야겠네. 주머니를 뒤져 카드를 꺼냅니다.)
(재빨리 옆칸으로 달려가 변기 위에 올라섭니다.)
(그대로 칸막이 벽을 붙잡고 훌쩍 뛰어올라 닫힌 칸 안으로 넘어갑니다.)
도약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2:46AM백사헌:(그 장면을 보고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넣습니다.)
(운동부라더니 무슨 날다람쥐 같네. 앞으로 몸 쓰는 일은 쟤 시키면 되겠다.)
저 잘했죠!
(뿌듯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칭찬해달라는 얼굴.)
안에 뭐 있어?
카드가 한 장 있어요.
2:52AM백사헌:내가 볼게. 좁으니까 밖으로 나와 있어.
2:53AM백사헌:(카드부터 확인합니다. 누구 거지?)
(일단 카드는 챙기고 종이를 살펴봅니다.)
3:02AM백사헌:(뭐야, 도움 될만한 정보를 적어놓으라고.)
3:04AM한도온:(물 묻은 손을 멀리 탈탈 털며 옆에 딱 붙어 글을 읽습니다.)
형들이 추측한 거랑 거의 비슷하네요.
어, 내 이름이다… 근데 이분은 어디 간 걸까요?
3:07AM백사헌:몰라. 카드 점수가 0이 돼서 사라졌거나…
잠들면서 현실 세계로 돌아가버렸을 가능성도 있고.
3:10AM한도온:어, 근데 현실로 돌아가면 좋은 거 아니에요?
3:14AM백사헌:(뭔 당연한 말을 하냐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여기 ‘갱신’이라는 단어 안 보여?
아무것도 안 하고 현실로 돌아가면 여전히 의식 없는 상태 그대로일 거 아냐.
그럼 갱신은 어떻게 해요?
8일로 돌아왔으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실로 가서 사고를 막거나 그런 거겠지.
3:22AM한도온:형, 아까부터 모른다면서 다 알려주네요.
(도온을 한 번 노려보고는 화장실을 나갑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사헌을 따라갑니다.)
화장실을 나오던 두 사람은 들어오려던 솔음과 딱 마주칩니다.
3:34AM백사헌:아, 도온이가 손 좀 씻고 싶다고 해서요.
(살짝 변명하듯 말합니다.)
3:34AM한도온:죄송해요, 손에 먼지가 묻어서…
그나저나 뭐 발견한 것 같은데.
(사헌이 들고 있는 종이에 눈짓을 합니다.)
주임님은 뭐 보고 오신 건데요?
3:37AM김솔음:플랫폼 쪽 연결 통로를 살펴봤는데 막혀 있더라.
3:40AM백사헌:닫혀 있는 칸에서 종이를 발견했어요.
윤상수인가 하는 사람이 쓴 거 같은데.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도온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건네받은 글을 읽습니다.)
3:48AM백사헌:아무래도 그날역에서 사고를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나가서 얘기하죠.
(화장실을 나오며 옆의 여자 화장실을 봅니다. 그러곤 대수롭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이대로 개찰구를 넘어가면 다시 플랫폼으로는 못 나올 테니까 다 보고 가야지.)
(칸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7:12AM백사헌:(없으면 말고. 다시 태연하게 화장실을 나옵니다.)
7:18AM한도온:형… 무신경하기로는 진짜 끝판왕이네요.
일단 살고 봐야할 거 아냐.
7:35AM한도온: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
근데 저는 노력하는 사람 좋아해요!
매점에 가서 날짜 확인하고 와.
7:40AM한도온:(그 말에 파하하, 즐겁게 웃더니 개찰구를 넘어가 손을 붕붕 흔들며 매점으로 향합니다.)
다녀올게요!
7:41AM김솔음:…(다 읽은 종이를 들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봅니다.)
7:45AM백사헌:(여전히 둘만 있기는 꺼림칙해도 이제는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봐요, 좋아서 하는 거 맞잖아요.
7:50AM김솔음:(도온이 억지로 따르는 게 아니라면 다행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
백사헌, 너도 미끼 역할 좋아서 하는 거 아니었어?
7:54AM백사헌:아니… (황당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당연히 싫죠!
미끼로 부려먹히는 게 싫었다면 처음부터 같이 다니지 말고 다른 노선 탔으면 됐잖아.
단독 행동도 잘하는 놈이.
그냥 아는 사이도 아니고 동기에 룸메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서로 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디까지나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기를 원한 거지 미끼로 쓰이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요!
8:00AM김솔음:상사로서 책임져주기는 원하면서 그 반대는 싫다?
그동안 내가 널 그냥 부려먹은 적은 없지 않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텐데.
그 말은…
미끼 역할을 하면 뭔가 대가를 주겠다는 겁니까?
8:06AM김솔음:글쎄. 그건 너 하는 거에 달렸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러니까 뭐라도 얻고 싶으면 도온이 뒤에 숨지 말고 네 할 일을 해.
8:16AM백사헌:…(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기를 돌립니다.)
아… 알았어요.
진짜로 주시는 거죠?
8:18AM백사헌:아뇨, 믿어요. 믿는다고요.
(살짝 눈치를 보다가 덧붙입니다.)
그럼 이왕이면 만년필 돌려주시면…
8:21AM백사헌:뭘 주시든 달게 받겠습니다!
(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개찰구로 향합니다.)
가실까요?
(미끼로 쓰이는 건 불안하지만, 김솔음이 준다고 한 아이템을 안 준 적은 없고 게다가 김솔음과 있을 때는 항상 살아남았으니 확률상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득 본 셈 치며 기분 좋게 먼저 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나섭니다.)
(뒤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백사헌을 따라 개찰구를 통과합니다.)
10:12AM김솔음:잠깐, 락커 먼저 확인하자.
(아, 사고 전이니까 멀쩡한 소지품이 있겠네. 코인락커 쪽으로 가 자신의 락커를 열어봅니다.)
예상대로 망가지지 않은 소지품들이 들어 있습니다.
화면은 정상적으로 켜지지만 서비스 불가 지역으로 표시됩니다.
10:18AM백사헌:(현실이 아니니까 당연하겠지.)
(일단 소지품들은 다 챙기고 김솔음을 봅니다.)
역시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이라 그런지 물건들이 다 멀쩡하네요.
10:19AM김솔음:(자신의 락커를 열고 온전한
착한 친구를 살며시 집어 듭니다.)
(…혹시 대화가 될까?)
10:21AM김솔음:(그렇다면 다른 아이템들도 쓸 수 없겠지. 여기는 정신세계니까.)
10:24AM백사헌:…(김솔음이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 슬쩍 살펴봅니다.)
10:25AM김솔음:(탁. 락커를 닫습니다. 다 보여.)
10:28AM백사헌:(그럼 다른 사람들 락커라도 확인해봅니다. 일단 1번부터.)
안에는 <검은 표지의 책>과 <푸른 액체>가 있습니다.
10:30AM백사헌:(뭐야? 엄청 불길한데. 손 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주임님, 여기 뭔가 이상한 책이 있는데요.
(나가서 받을 달콤한 아이템을 생각합니다.)
(수온을 가늠하는 것처럼 책 표지를 살짝 건드린 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잡아 펼칩니다.)
척 보기만 해도 전문용어가 가득해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페이지 중간중간에는 내용을 요약한 듯한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총 4개의 포스트잇에는 무언가의 주문이 적혀 있는 듯합니다.
또한 그와 함께 습득 방법이 짧게 적혀 있습니다.
(각각의 주문을 이해하려면 <지능>으로 어려운 판정에 성공해야 합니다.)
11:34AM백사헌:(이거 진짜 마법 주문 같은 건가? 그냥 망상으로 써놓은 건 아니겠지?)
11:44AM김솔음:(첫 번째 포스트잇을 가리킵니다.)
이 주문, 성공할 경우 격렬한 폭풍을 일으켜 파괴를 초래한다고 적혀 있어.
설마 지하철에서 이 주문을 발동시켜 폭발 사고가 일어난 거라면…
11:46AM김솔음:이 1번 칸의 사람이 주동자일 가능성이 크겠어.
11:50AM백사헌:그럼 이 녀석만 막으면 되는 거네요!
현실로 돌아가서 주문을 못 외게만 하면 끝 아닙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
11:55AM김솔음:일단은… 그렇게 생각해보자.
혹시 모르니까 다른 락커들도 열어보죠.
(2번 락커를 열어봅니다.)
명찰에는 「아만 탐정 사무소 탐정 장효준」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11:57AM백사헌:이 사람은 탐정인가 본데요.
(수첩은 뭐가 적혀 있지?)
1번 락커의 이니셜과 같아.
12:00PM백사헌:이상한 놈인 걸 알고 쫓고 있었나 보네요.
하긴, 이딴 수상한 액체도 들고 다니니까…
(푸른 액체를 살짝 흔들어 봅니다.)
(3번부터 연달아 열어 봅니다.)
3번부터 7번까지의 락커에는 다음과 같은 물건들이 들어 있습니다.
No 3. 조영아 - 스탭증 「텟카동 전문 체인『프리지야』스탭 조영아」
No 6. 이성훈 - 일렉트릭 기타와 이펙트 케이스
No 7. 윤상수 - 소설 「맑은 뒤에 비 오나」(작가 윤상수)
12:07PM백사헌:사건과 관련된 물건은 딱히 없네요.
(도온의 락커도 열어 봅니다.)
그리고 신문이랑 잡지 다 뒤져봤는데 사고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었어요!
12:09PM백사헌:(도온을 한 번 쳐다보고는 락커를 벌컥 엽니다.)
안에는 펜싱 검과 스케줄러, 학생증 등이 들어 있습니다.
(얼굴 표정이 확 펴집니다. 펜싱 검을 꺼내더니 품에 꽈악 껴안습니다.)
다시 사야 하나 걱정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야~!
12:16PM한도온:어, 네! 저 서화고등학교 다녀요.
혹시 사헌이 형도 저희 학교 나오셨어요?
지나가다가 본 게 다야.
12:20PM한도온:아…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저희 학교, 하복이 화사하고 예쁘기로 되게 유명한데!
생각해보니까 사헌이 형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나중에 한 번 입어주시면 안 돼요?
12:21PM백사헌:(질색합니다.) 내가 왜? 싫어.
12:21PM한도온:왜요~ 동심으로 돌아가면 좋잖아요.
12:23PM백사헌:동심 같은 소리하네. 그딴 거 필요 없어.
12:23PM한도온:(시무룩합니다.) 형이 교복 입은 모습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순간적으로 ‘난 봤는데’라고 말할 뻔했다가 황급히 혀를 깨물어 참습니다.)
12:28PM김솔음:…아니야. (뭐하냐 김솔음, 고등학생 상대로…)
12:31PM한도온:…? (사헌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의아하게 눈을 깜빡입니다.)
근데 이제 저희 뭐 해요?
12:38PM백사헌:(성가시게… 그래도 일단 밀어내지는 않습니다.)
12:40PM백사헌:주임님,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모니터 확인할까요?
그럼 안 할 생각이었어?
12:43PM백사헌:(아니, 왜 갑자기 발작이야…)
지, 지금 할게요.
형이 그러니까 제 친형보다 훨씬 무서워요…
(몸을 잔뜩 떨며 사헌에게 달라붙습니다.)
…근데 사헌이 형 같은 동생 두면 저라도 화낼 것 같긴 해요!
(빙글거리는 낯을 콱 짚어 밀어냅니다.)
꺼져 좀.
9:50PM한도온:아, 악, 형, 저 목 나가요.
(엄살 부리면서 떨어져 나갑니다.)
10:42PM김솔음:(…저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갔습니다. 이게 아닌데
…)
…모니터나 보자.
(모니터로 가는 동안에도 사헌의 뒤에서 종알거립니다.)
근데 사헌이 형, 혹시 남매 있어요?
여동생 있으면 저 소개 좀 시켜줘요. 형 닮았으면 진짜 귀여울 것 같은데.
11:03PM백사헌:(김솔음처럼 말 짧게 툭툭 던지는 것도 짜증 나지만 이 놈처럼 쓸데없이 말이 긴 것도 열받습니다.)
(무시하자.)
11:04PM한도온:아니면 누나는요? 제 형이랑 한 번만 만나 보라고 해주시면 안 돼요?
저희 형 서울대 출신에 키도 저보다 커요.
죽었어.
11:05PM백사헌:죽어서 없다고. 그러니까 좀 닥쳐.
(사헌의 말에 당황해 입을 다뭅니다. 안절부절못하며 살짝 눈치를 봅니다.)
11:07PM백사헌:(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올려다봅니다.)
모니터에는 마찬가지로 역 플랫폼 모습이 비치지만,
이쪽은 특별히 공사 중인 건 아니어서 이용자가 드문드문 보입니다.
11:13PM김솔음:…(모니터를 바라보는 백사헌을 힐끗 봅니다.)
(방금 말 사실일까? …아니, 백사헌이라면 분명 도온의 입을 막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던졌을 겁니다. 마치 개인사를 캐묻는 무례한 택시 기사에게 그러는 것처럼.)
11:19PM백사헌:주임님, 여기서 범인 모습을 찾아보면 어때요?
위치를 미리 알아두면 잡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대형 사고를 일으키려는 사람이 이런 CCTV가 있는 곳에서 대놓고 행동하진 않았을 텐데.
11:23PM백사헌:평범한 범죄자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악마를 믿는 미친놈이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진 않은데요.
게다가 이 정도 중증이면 분명 겉으로도 티가 날 걸요.
11:25PM김솔음:그럼 찾아봐. 나도 같이 볼 테니까.
저도 볼게요!
11:26PM백사헌: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1:26PM김솔음: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1:26PM한도온:
관찰력
| 기준치: |
40/20/8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실패 |
솔음과 사헌은 영상 속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외에는 기타를 든 남자나 펜싱 검집을 든 학생 등도 보이지만,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1:13AM백사헌:여기 기타 든 남자는 6번 락커 같은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네요.
1:13AM김솔음:딱히 거동이 수상한 사람도 없어.
사각지대나 화장실에 있다면 이 화면으로는 안 보이겠지.
1:22AM한도온:(열심히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얼굴이 확 밝아집니다.)
어, 어! 여기 안대 낀 사람, 사헌이 형이죠!
이쪽에는 솔음이 형도 있어요. 주머니에 핑크 인형!
1:27AM백사헌:어. 그래. (대충 반응하고는 솔음에게 말합니다.)
그래도 셋이서 찾으면 금방 찾겠죠.
이제 엘리베이터 탈까요?
1:28AM김솔음:…(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1:28AM백사헌:왜요. 혹시 뭐가 걸리세요?
1:32AM백사헌:뭐… 한 번에 못 잡아도 기회는 있겠죠.
엘리베이터 탈 때 숫자가 3에서 2로 줄어든 걸 보면 앞으로 두 번은 더 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39AM김솔음:…(꺼림칙한 구석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으니 현실로 가보는 것이 차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
하지만 사헌의 뒤에 딱 붙어 다니던 도온이 이번에는 따라오지 않습니다.
1:42AM백사헌:(왜 저래?) 안 오면 버리고 간다.
1:42AM김솔음:(도온의 어깨를 살짝 흔듭니다.) 도온아.
(그제야 정신이 든 듯 퍼뜩 고개를 듭니다.)
아… 아, 네, 가요!
1:45AM백사헌:(위로 가는 버튼을 누릅니다.)
그 순간 도온이 문에서 한 발 물러서며 말합니다.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뗍니다.)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
(쟤 없으면 범인 찾으러 다닐 사람이 하나 줄어드는데.)
1:50AM김솔음: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은데.
1:53AM한도온:아, 아니에요. 그냥…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팔을 살짝 문지르며 시선을 피합니다.)
어차피 형들이 해결해서 폭발 사고를 없었던 일로 만들면 저도 살아나는 거잖아요.
이대로는 전 방해만 될 것 같아요.
1:55AM백사헌:(아까 날라다니더만 무슨.)
그래도 네가 있어야…
여기 있어, 도온아. 우리 둘이 알아서 할게.
(빨리 타라는 듯 백사헌의 등을 밉니다.)
진짜 두고 가게요?
신체적으로 뛰어나더라도 아직 어린 데다 일반인이야.
굳이 끌어들이지 말고 대기시키는 게 나아.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입니다.)
두 사람은 도온을 남겨두고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돌아봅니다.)
형, 저희…
또 볼 수 있겠죠…?
2:30AM백사헌:너 바보야? 그게 걱정되면 엘리베이터를 타.
사헌의 무신경한 말에 도온이 작게 웃음을 터트립니다.
2:44AM한도온:진짜 형은 끝까지 한결같네요.
그런 점이 좋아요.
2:44AM백사헌:그래서 탈 거야, 말 거야?
(잡고 있던 옷을 팩 놓으면서 새침하게 말합니다.)
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남자 아니거든요?
2:48AM백사헌:그럼 네가 말 한대로 기다리고 있어.
2:51AM한도온:넵!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2:58AM백사헌:간다. (짧게 말한 뒤, 솔음을 바라봅니다.)
문 닫을게요?
버튼을 누르자 ‘딩—’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닫힙니다.
바깥에서 도온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시야에 스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내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진동하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조용한 밀폐된 공간 안에선 기계음과 숨소리만이 작게 섞여 들립니다.
아무 표시도 없던 전광 패널에 불이 깜박이며 들어옵니다.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지며 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무언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 신체를 짓뭉개고 있습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휘날리고, 건물이 조각조각 무너지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들립니다.
(통증과 소음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설마 벌써 폭발이…?)
사헌은 이곳이 지하철역 플랫폼이며 자신이 거대한 잔해에 끼어 있다는 사실을 간신히 깨닫습니다.
플랫폼은 이미 폭발에 휩쓸린 듯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습니다.
3:21AM백사헌:(이 씹, 윽… 초점을 잡으려고 애쓰며 눈을 힘겹게 굴립니다.)
(김솔음, 은…)
순간, 사헌은 자신의 주변에 산산조각 난 펜싱 검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너머에는 한 사람이 엎드린 채 쓰러져 있습니다.
도온은 떨리는 오른손으로 펜을 움켜쥐고 엉망이 된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다 쓰자 얼굴을 들어 사헌을 바라봅니다.
뾰족한 잔해 조각이 박힌 도온의 왼쪽 얼굴에서 붉은 피가 세차게 흘러내립니다.
역에서 나오기 전에…… 윽, 이걸로 범인을…… 찾아서……
나한테…….!
도온은 마지막 힘을 다해 수첩을 쥔 오른손을 사헌에게 뻗습니다.
하지만 손은 곧 중력에 굴복하듯 힘없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도온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 빠진 풍선 같은 폐로 간신히 숨을 몰아쉽니다. 철근이 몸을 관통해서인지 숨을 들이킬 때마다 눈앞이 핑 돕니다.)
(이를 악물면서 필사적으로 수첩에 적힌 글을 확인합니다.)
3:51AM백사헌:
정신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죽을 힘을 다해 뻗은 사헌의 손이 수첩에 닿은 순간,
우지끈—! 하는 굉음과 함께 머리 위로 잔해가 쏟아집니다.
(죽……)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사헌의 의식은 천천히 어둠 속으로 추락해 갑니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머릿속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갱신되지 않았습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갑니다.”
딱딱한 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피부에 닿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두 사람은 자신이 딱딱한 바닥 위에 누워 있음을 깨닫습니다.
(튕겨오르듯 상체를 일으키며 아직도 통증의 잔상이 남은 듯한 머리와 갈비뼈를 본능적으로 감쌉니다.)
(숨을 헐떡이기도 잠시, 황급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4:20AM김솔음:…(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도온은?)
4:26AM김솔음:…(‘현재역’이라고 적힌 간판을 바라봅니다.)
(역시 실패인가. 착잡한 표정으로 아직 혼란스러운 듯한 백사헌에게 다가갑니다.)
뭐가… 어떻게… 아니, 주임님도 거기 있었던 거죠?
폭발 현장에…
4:29AM김솔음:그래. 너랑은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 같지만.
4:31AM백사헌:한도온… 걔가 알아낸 게 있다면서 저한테 뭘 넘겨주려 했는데…
(관절이 시큰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켜 주변을 살핍니다.)
근데 그 자식은 여기서 안 움직이고 기다린다더니…
그때, 코인 락커 쪽에서 ‘철컥’ 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쪽을 흠칫 쳐다봅니다.)
4:34AM김솔음:…(표정이 눈에 띄게 굳습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칩니다.)
아니, 분명 아직 기회는… 저희보다 한 번 먼저 탔을 뿐이잖아요!
4:39AM김솔음:…도온이가 초반에 했던 말 기억 나?
엘리베이터로 나가려는데 몇 번이나 계속 돌아온다고 했던 거.
4:40AM김솔음:도온이는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엘리베이터를 두 번 이상 탔던 거야.
그래서……
(그 이상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습니다.)
주임님,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래서 그냥 놓고 가자고 한 거고요?
하지만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날짜가 넘어가는 것만으로 영향이 간 것 같네.
주임님이 망설였던 게…
도온이… 죽을까 봐 그랬던 겁니까?
4:56AM김솔음:그것도 맞지만 다는 아니야.
지하철 역의 시간은 11시 59분과 정각 사이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어.
즉, 12시 이후의 상황은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지.
그게 왜라고 생각해?
12시에, 폭발이 일어나서…
4:59AM김솔음:…만약 현실에서 시간이 흘러버리면 범인을 잡을 시간조차 없이 바로 폭발이 일어나.
과거도 못 바꾸고 기회만 허비하는 꼴이 되는 거야.
5:00AM김솔음:하지만 여기서 범인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도박을 건 거였는데…
역시 그렇게 간단하진 않나 보네.
5:52AM백사헌:…(그 말에 도온의 말을 떠올립니다.)
역에서 나오기 전에, 범인을 찾아서, 나한테…
(그때 녀석은 왜 ‘나한테’라고 말할 수 있었지? 자기가 죽을 줄 몰라서?)
(아니면…)
……전화.
6:51AM백사헌:전화요. 그러고 보니 여기 공중전화기가 있잖아요!
그걸로 저나 주임님한테 전화해서 범인 위치를 알아내 제압하라고 하면…!
(그 말에 잠시 고심합니다.)
통화 시간도 1분밖에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시도해볼 만해.
6:57AM백사헌:그럼 빨리 그날역으로 가서…
…아.
(무언가 떠올랐는지 안색이 나빠집니다.)
6:59AM김솔음:…(무슨 생각인지 알 것 같습니다.)
…카드에 남은 건 40점뿐이야.
그날역으로 가려면, 너도 나도 충전을 해야 해.
(곧 코인 락커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곧장 뒤를 따라가 백사헌을 붙잡습니다.)
이런 상황은 이미 겪어봤잖아. 어차피 시체는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김솔음의 손을 뿌리치고 8번 락커를 살핍니다.)
『한도온』이라고 적힌 락커는 사용 중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7:07AM백사헌:(카드 조각을 이용해 락커의 잠금을 엽니다.)
7:07AM백사헌:
열쇠공
| 기준치: |
51/25/10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7:09AM백사헌:…(한 박자 숨을 고른 뒤 락커 문을 엽니다.)
그 안에는 다른 락커와 마찬가지로 억지로 밀어넣어진 인간의 시체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그것이 도온의 시체임을 깨닫습니다.
7:10AM백사헌: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7:10AM김솔음: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7:13AM백사헌:…(미간을 찌푸리며 시체에 손을 쑤셔 넣고 무언가를 찾듯 뒤적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에서 수첩 하나가 잡힙니다.
(곧바로 꺼내 내용을 읽습니다.)
피와 모래로 더러워진 종이에 지저분한 글씨로 전화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7:17AM백사헌:네. 그날역으로 가면 이제 여긴 못 올 테니까요.
(잔인한 장면에 약한 입장으로서는 보기만 해도 손이 떨립니다…)
7:25AM백사헌:그 자식이 마지막에 남긴 거니까…
뭐라도 도움이 되겠죠.
(설마 그 독사가 정이라도 느낀 건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왠지 속이 울렁거립니다. 매표기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막상 충전을 하려니 눈이 뽑힐 때의 고통이 떠올라 몸이 경직됩니다.)
혹시 그…
매점에 있는 놈을 잡아오면…
강제 정산보다 더 큰 값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저, 저 먼저 해요?
7:38AM김솔음:당연하지. 아이템 받기 싫어?
(기계에 카드를 밀어넣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검은 구멍 앞에 섭니다.)
…(아무래도 다리가 없어지면 뭔 일이 생겼을 때 도망치기 힘들겠지. 떨리는 손으로 왼팔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천천히 구멍 속으로 팔을 집어넣습니다.)
차가운 금속이 팔뚝을 스치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이내 구멍의 입구가 꽉—! 조여들며 팔의 뼈마디까지 옥죄어 옵니다.
곧 안쪽에서 윙— 하고 기계가 도는 소리가 울립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 팔 전체가 찢기고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옵니다.
심장이 폭주하듯 뛰고, 기계의 진동이 거세질 때마다 고통이 뼛속 깊이 스며듭니다.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눈을 질끈 감고 비명 섞인 신음을 토해냅니다.)
통렬한 고통 끝에 마침내 ‘툭’ 하고 끊어지는 감각과 함께─
깊숙이 고정되어 있던 윗 팔뚝이 기계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그 밑으로 남은 건 불처럼 솟구치는 열감뿐입니다.
8:05AM백사헌:
정신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윽… 큭……
(뇌까지 타고 오르는 극심한 통증에 어깨를 본능적으로 움켜쥐며 창백한 얼굴로 휘청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끝까지 기절하지 않고 버팁니다.)
8:10AM김솔음:…(여긴 정신 세계니까 과다출혈로 죽을 일은 없겠지만.)
손 치워봐.
(겉옷을 벗어 반으로 자른 뒤, 백사헌의 어깨에 감고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꽉 묶어 지혈합니다.)
(날카로운 신경통에 발작하듯 소스라칩니다. 씨발… 정신 날아갈 뻔했어…)
8:16AM백사헌:보면 몰라요…?! 씹, 아파 뒈지겠네…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입니다.)
주임님도… 윽, 빨리 해요…
8:19AM김솔음:(일단 카드를 넣습니다. 그리고 백사헌에게 말합니다.)
매점 가서 목발 하나 사와.
아니, 주임님, 다리로 하시려고요?
8:21AM김솔음:그럼 네가 한 손으로 지혈해줄 생각이야?
근데… 제 카드로 삽니까?
8:24AM김솔음:어차피 여기선 더 쓸 데도 없을 텐데 밖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걸로 돌려받는 게 낫지 않아?
사 올게요.
사헌이 매점으로 가면 점원은 가벼운 말투로 인사를 건네옵니다.
여기서는 카드 점수를 사용해서 쇼핑할 수 있답니다─. 카드로밖에 쇼핑은 못 해요─.
8:29AM백사헌:(피를 흘려서인지 살짝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발이 꼬이지 않게 조심하며 매점 구석에 있는 목발을 집어 듭니다.)
저… 이거 얼마인가요?
8:33AM백사헌:(손이 하나뿐이라 여러모로 불편합니다…)
(일단 도온의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목발을 든 채 김솔음에게 돌아갑니다.)
8:36AM김솔음:(그새 잘린 왼쪽 다리를 남은 겉옷으로 단단히 지혈하고 있습니다.)
…후우.
(얼굴을 찌푸린 채 고통을 참듯 심호흡을 내쉬다가 다가오는 사헌을 봅니다.)
(목발을 건넵니다.)
10점이나 하더라고요.
8:38AM김솔음:(목발을 짚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몸을 세웁니다.)
(그리고 가볍게 몇 걸음 움직여 봅니다.)
(생각보다 다루기 어렵진 않지만 속도는 원래보다 확실히 느리네.)
8:49AM백사헌:그럼… 이제 다시 그날역으로 가요.
(김솔음 다리가 어쨌든 간에 혼자 열심히 개찰구로 걸어갑니다.)
허락 없이 나한테서 0.1m 이상 떨어지지 마.
(개길 각을 좀 재나 싶더니 그냥 얌전히 김솔음 옆에 섭니다.)
플랫폼에 발을 들이자 저번과 마찬가지로 전차가 들어옵니다.
동일한 광고와 안내를 들은 뒤 다음 정거장인 그날역에 하차합니다.
9:14AM백사헌:(김솔음과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공중전화기 앞으로 갑니다.)
전화, 누구한테 걸어요?
October 29, 2025 5:32AM김솔음:일단 연결되는지부터 보자.
너한테 걸어봐.
다만 동전 투입구는 없고 「이 전화는 카드로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October 29, 2025 5:36AM백사헌:(카드를 넣은 후 수화기를 어깨와 턱에 사이에 끼고 자신의 번호를 누릅니다.)
그러자 통화 연결음 대신 음성 메시지가 재생됩니다.
October 29, 2025 5:43AM음성 메세지:통화 대상은 현재 시간 여행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님의 정신 이전 행선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통화를 차단하오니, 통화를 원하실 경우 해당 고객님께서 서비스 이용을 종료하신 뒤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가 끊기고, 점수 차감 없이 카드가 도로 배출됩니다.
October 29, 2025 9:44AM김솔음:안 받아?
October 29, 2025 9:46AM백사헌:…어, 그러니까…
시간 여행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은 통화가 안 된다는데요.
그럼 주임님도…
October 29, 2025 9:57AM김솔음:너도 나도 안 된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네.
October 29, 2025 10:01AM백사헌:…(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냅니다.)
근데 지금 걔 입장에선 저희는 생판 남이잖아요.
전화한다고 바로 믿을까요?
October 29, 2025 10:04AM김솔음:…사정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짧은 시간에 납득시키긴 어렵겠지.
그럼 속이는 수밖에.
October 29, 2025 10:08AM백사헌:그 펜싱 코치라는 사람을 이용해서요?
October 29, 2025 10:11AM김솔음:(고개를 끄덕입니다.)
코치를 만나는 걸 꽤 기대하던 눈치였으니까 말은 들어줄 거야.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어.
민간인이 그 짧은 시간 안에 범인을 찾고 제압까지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지.
October 29, 2025 10:18AM백사헌:그렇죠.
범인의 위치를 미리 알고, 제압할 수단까지 준비돼야 가능할까 말까인데…
October 29, 2025 1:12PM김솔음:제압 방법은 어느 정도 생각해뒀어. 중요한 건 범인의 위치야.
October 29, 2025 1:15PM백사헌:여러 번 통화하면서 모니터에 안 잡히는 곳들을 하나씩 체크해보는 방법은요?
October 29, 2025 1:23PM김솔음:그러기엔 범위가 너무 넓어
October 29, 2025 1:26PM백사헌:흠…
모니터를 한 번 더 볼까요?
저희가 놓친 곳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October 29, 2025 1:32PM김솔음:(지금 위치 정보를 알 방법은 현실을 보여주는 모니터뿐입니다.)
(해결책을 찾으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지.)
그래, 가자.
모니터에는 드문드문 서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CH0’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October 29, 2025 1:37PM백사헌:…! (화면의 표시를 보고 순간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주임님…!
October 29, 2025 1:38PM김솔음:…하, 바보같이 저걸 잊고 있었네.
October 29, 2025 1:41PM백사헌:(채널 0이 있다는 건 1이나 2도 있다는 뜻. 채널을 돌리면 분명 다른 화면이 나올 겁니다.)
(모니터에 다가가 살펴봅니다. 채널을 바꾸는 버튼은 없나?)
October 29, 2025 1:42PM백사헌: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October 29, 2025 1:42PM김솔음: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헌이 모니터를 살피는 동안, 솔음은 사무실 속 역무원이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October 29, 2025 1:45PM김솔음:…!
(역무원에게 다가갑니다.)
실례합니다. 그 리모컨을 잠시 빌릴 수 있을까요?
October 29, 2025 1:49PM백사헌:(리모컨? 솔음을 따라 사무실 앞으로 갑니다.)
October 29, 2025 1:51PM역무원: 아, 모니터 리모컨 말씀이신가요─. 뭐, 빌려줄 수 없는 건 아닌데요─.
어디 보자… 카드 포인트로 구매할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드릴 수도 없고─…
October 29, 2025 1:52PM백사헌:그래서 빌려주겠다는 겁니까, 말겠다는 겁니까?
(느려터진 말투가 답답한지 재촉하듯 묻습니다.)
October 29, 2025 1:57PM역무원: 그럼 이렇게 하죠─.
저는 당신들의 문화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요─.
그와 관련해 무언가 알려준다면 리모컨을 빌려 드리죠─.
October 29, 2025 2:23PM백사헌:문화?
October 29, 2025 2:23PM김솔음:문화라… 애매한데.
October 29, 2025 2:24PM백사헌:…어떤 걸 말하는 건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데요.
October 29, 2025 2:26PM역무원: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음악, 무용, 문학, 공예, 학문, 스포츠, 요리, 축제, 풍습…
October 29, 2025 2:27PM역무원: 뭐, 그런 것들 말이죠─.
October 29, 2025 2:30PM백사헌:……
(얼굴에 잠깐 어두운 기색이 스칩니다.)
October 29, 2025 2:32PM김솔음:(뭐지, 저 녀석 갑자기 표정이…)
백사헌, 보여줄 만한 거 있어?
없으면 노래라도 해.
October 29, 2025 2:39PM백사헌:여기가 무슨 회식 자립니까? 태평하게 노래나 부르게…
October 29, 2025 2:39PM역무원:아, 흔한 것들은 의미 없어요─.
제가 찾는 건 특별하고 다른 데선 접하기 어려운 문화거든요─.
October 29, 2025 2:43PM김솔음:…(백일몽에 다닐 정도니 어둠과 관련된 경험담은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여긴 괴담이 널리고 깔린 세계. 과연 그런 이야기를 특별하다고 여겨줄지는 의문입니다.)
October 29, 2025 2:58PM백사헌:…(입을 꽉 다문 채 망설이다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엽니다.)
(그리고 한 마을의 독특한 풍습과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세세한 건 숨기고 가능한 한 건조하게.)
October 29, 2025 2:59PM역무원: 호오.
역무원은 사헌의 말을 흥미롭다는 듯 귀 기울여 듣습니다.
October 29, 2025 3:00PM김솔음:(…백사헌 표정이 안 좋은데.)
(덤덤한 척하고 있지만 어딘가 겁에 질린 듯한…)
…(하지만 간섭하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습니다.)
October 29, 2025 4:27PM백사헌:(적당한 선에서 얘기를 끊습니다.)
이 정도 들었으면 이제 리모컨 주시죠.
October 29, 2025 4:28PM역무원: 하하, 역시 인간은 재미 있군요.
자, 리모컨은 여기 있습니다─.
October 29, 2025 4:31PM백사헌:(탁, 리모컨을 낚아채듯 받아 듭니다.)
(그리고 김솔음을 봅니다.)
주임님, 이번 건 제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는데…
(아이템 좀 더 얹어달라는 의미로 살짝 던져봅니다.)
October 29, 2025 4:41PM김솔음:(음, 평소의 백사헌이네.)
(분위기가 어두워서 살짝 신경 쓰였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채널부터 돌려.
October 29, 2025 5:13PM백사헌:…(리모컨으로 채널을 변경합니다.)
버튼을 누르자 화면 상단의 표시가 ‘CH1’로 바뀝니다.
또한 화면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직접 보는 듯한 1인칭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October 29, 2025 5:16PM백사헌:(뭐가 보이지?)
주변은 거의 보이지 않고 좁은 통로 같은 장소인 것만 짐작됩니다.
사헌은 그 책이 1번 락커에서 꺼낸 주문서임을 알아챕니다.
October 29, 2025 5:28PM백사헌:(이 책을 보고 있다는 건, 즉….)
October 29, 2025 5:29PM김솔음:범인의 시점이네.
October 29, 2025 5:30PM백사헌:맞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걸 봐도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네요.
…이런 통로가 역에 있었나?
October 29, 2025 5:42PM김솔음:…연결 통로.
October 29, 2025 5:42PM백사헌:예?
October 29, 2025 5:43PM김솔음:내가 막혀 있었다고 한 통로. 거기가 이런 느낌이었어.
October 29, 2025 5:49PM백사헌:…!
그럼 이제 범인 위치는 특정된 거죠?
빨리 그 녀석한테… 아니, 근데 제압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생각해둔 거 있다면서요.
October 29, 2025 5:55PM김솔음:어, 있어.
그 책에 있는 주문.
October 29, 2025 6:10PM백사헌:(눈썹을 살짝 올립니다. 주문이라면…)
아, 혹시 익사시키는…?
October 29, 2025 6:23PM김솔음:‘대상의 모습만 보이면 어디서든’이라는 건,
이 화면에 범인의 모습만 비추면 우리가 직접 저주를 걸 수도 있다는 거야.
October 29, 2025 6:28PM백사헌:…(잠시 생각하다가 1번 락커에서 다시 책을 꺼냅니다.)
(그리고 호흡을 방해하는 주문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October 29, 2025 6:28PM백사헌: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읽다가 미간을 찌푸립니다.)
하, 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건지 잘 감이 안 잡히는데요.
October 29, 2025 6:31PM김솔음:(옆에서 함께 읽어봅니다.)
지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솔음은 주문의 구조와 의미를 하나씩 짚어갑니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주문의 원리가 명확해지기 시작합니다.
October 29, 2025 7:16PM김솔음:(주문을 외우려면 정신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게 골치지만 어쩔 수 없나.)
주문은 내가 걸 테니 넌 도온이를 유인해.
October 29, 2025 7:19PM백사헌:코치를 사칭해서 연결 통로로 부르면 되는 거죠?
(전화를 걸기 전에 모니터를 8번 채널로 바꿉니다.)
October 29, 2025 7:19PM김솔음:어.
(모니터를 봅니다.)
남쪽 출구 개찰구 앞에서 역 플랫폼 쪽을 비추고 있습니다.
October 29, 2025 7:22PM백사헌:(코치를 만나는 게 어지간히 떨리나 보네.)
전화 걸게요.
(공중전화기에 카드를 넣고 수첩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October 29, 2025 7:23PM백사헌:(낯선 번호라고 안 받는 거 아니겠지?)
사헌의 걱정이 무색하게 곧 달칵하고 통화가 연결됩니다.
October 29, 2025 7:24PM한도온:네, 한도온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약간 긴장한 도온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October 29, 2025 7:28PM백사헌:(큼큼… 최대한 상냥한 톤을 뽑아냅니다.)
안녕, 도온이니?
오늘 만나기로 한 신창운 선생님이야.
October 29, 2025 7:31PM김솔음:…(처음 들어보는 나긋나긋한 백사헌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습니다.)
(정신 팔리지 않게 화면에 집중합니다.)
October 29, 2025 7:32PM한도온: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지금 서화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October 29, 2025 7:34PM백사헌:아이고, 길이 엇갈렸나 보다.
선생님은 지금 연결 통로에 있는데 미안하지만 이쪽으로 좀 와줄래?
October 29, 2025 7:35PM한도온:네! 바로 갈게요!!
그와 동시에 모니터의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October 29, 2025 7:35PM김솔음:…!
October 29, 2025 8:00PM백사헌:(수화기를 든 채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합니다.)
화면은 플랫폼을 가로지르더니 곧 우회전해 연결 통로로 진입합니다.
그곳에는 상체를 구부정하게 굽힌 채, 책에 얼굴을 바짝 들이댄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October 29, 2025 8:03PM한도온:어, 저기… 선생님이세요?
도온이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남자를 향해 다가갑니다.
October 29, 2025 8:06PM한도온:선, 생님…?
October 29, 2025 8:06PM백사헌:주임님!!
October 29, 2025 8:07PM김솔음:(화면 속 남자를 주시하며 주문을 외웁니다.)
October 29, 2025 8:07PM김솔음:수치 :
1
솔음이 주문을 외우자 돌연 화면 속 남자가 몸을 뒤틀며 괴로운 듯 몸부림칩니다.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목을 붙잡고 검은 타르 같은 액체를 마구 토해냅니다.
잠시 후 남자는 경련하듯 한 번 크게 몸을 떨고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October 29, 2025 8:10PM한도온:저, 저기…!!
괜찮으세요?!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도온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짧은 비명이 겹쳐 들려옵니다.
October 29, 2025 8:13PM백사헌:(뚜, 뚜, 뚜─… 통화 종료음이 이어지자 초조하게 숨을 쉬며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되, 된 거죠? 갱신인가 뭔가 된 거 맞죠?
사헌의 물음에 답하듯 역 안에 방송이 울립니다.
“대규모 갱신이 감지되었습니다. 계단을 통해 현실로 복귀 후, 갱신을 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October 29, 2025 8:15PM백사헌:……!!
(그 안내에 마침내 안심한 표정을 짓습니다. 씨발, 살았다…!)
October 29, 2025 8:18PM김솔음:(…
…후.)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목격한 도온이 조금 걱정되지만 일단 살았다는 것에 안도합니다.)
October 29, 2025 8:21PM백사헌:빨리 계단으로 가자고요…! 이딴 빌어먹을 곳에 1초도 더 있기 싫으니까!
October 29, 2025 8:23PM김솔음:(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백사헌을 빤히 봅니다.)
0.1m. 잊었어?
October 29, 2025 8:24PM백사헌:…!
(초조한 얼굴로 계단 쪽을 힐끗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김솔음 옆으로 갑니다.)
…아이템 주기로 한 약속 잊지 마세요.
9:41AM김솔음:(그 말에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래.
이번엔 잘했어.
두 사람은 목발을 짚은 솔음의 걸음에 맞춰 계단을 올라갑니다.
의식이 따스한 빛에 감싸이며, 서서히 정화되어 가는 듯한 감각이 퍼져갑니다.
사헌이 만년필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솔음이 응징과 아이템 회수를 위해 사헌을 뒤쫓았고,
목숨 걸고 달아나던 사헌은 결국 이곳, 서화역까지 도망쳐왔다는 사실을.
……(X됐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머릿속 어딘가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갱신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갑니다.”
웅성거림 사이로 들려오는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
두 사람을 흘깃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도온이 물어옵니다.
3:24PM한도온:이런 곳에 쓰러져 계시길래 깜짝 놀랐어요… 구급차 불러드릴까요?
4:26PM백사헌:(뭐야, 사람 죽은 거 보고도 멀쩡하잖아. 딱히 걱정은 안 했지만.)
(아무튼 살아난 걸 봤으니 됐습니다. 김솔음이 정신 차리기 전에 잽싸게 튀어야…)
4:26PM김솔음:…(뒤에서 백사헌 어깨를
세게 잡습니다.)
4:33PM김솔음:(백사헌이 도망갈 엄두조차 못 내도록 단단히 붙든 채 도온을 향해 말합니다.)
구급차는 괜찮아.
네가 우리를 깨워준 거야?
4:37PM백사헌:…(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팔이 잘렸을 때 만큼이나 식은땀을 흘립니다.)
(씨발, 지금 안 도망치면 진짜 X될 거 같은데…)
다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에요.
근데 왜 여기 누워 있던 거예요? 노숙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자면 입 돌아가요…!
신경 꺼.
남이사 바닥에 누워 있든 말든.
도온은 사헌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합니다.
4:46PM한도온:생각보다 기분이 안 나빠서요.
4:47PM백사헌:(눈썹을 찌푸립니다.) 넌 어린 놈이 취향이 왜 그 꼬라지야?
4:48PM김솔음:(사실, 자신도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백사헌을 좋아한다는 것부터 보통 애는 아니야…)
(일단 백사헌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반사적으로 발버둥칩니다.)
4:59PM김솔음:(
가만히 있어. 무언의 압박을 줍니다.)
미안, 무시해줘.
그나저나 도와준 보답을 하고 싶은데 이름을 알려줄래?
나는 김솔음이야.
그리고 이쪽은 백사헌.
5:03PM한도온:(눈을 크게 뜹니다.) 형들 이름 진짜 특이하네요.
어떻게 사람 이름이 소름이에요?
5:17PM김솔음:(그 말에 피식 웃어버립니다. 처음이랑 똑같네.)
(몸을 비틀더니 참지 못하고 김솔음의 손을 떼어냅니다.)
숨 막힌다고요! 인간적으로 코는 막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5:20PM김솔음:멋대로 방 뒤져서 아이템 훔쳐가는 건 인간적이고?
5:24PM백사헌:…훔친 게 아니라 잠깐 빌린 거죠!
다시 드리면 되잖아요!
주기로 한 아이템 이걸로 퉁쳐요…!
(라고 말은 해도 고생하긴 했으니 적당한 걸로 던져줄 생각입니다.)
5:28PM백사헌:(씨, 내 아이템… 작게 욕을 중얼거리더니 퉁명스럽게 도온을 부릅니다.)
야.
6:16PM백사헌:베라인지 뭔지 먹을 거면 내일 서화고등학교 앞으로 와.
어? 사주시게요?
근데 제가 서화고 다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6:23PM한도온:아, 아뇨…! 좋아요!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아, 그럼 제 번호 드릴까요?
6:25PM백사헌:필요 없어. (어차피 이미 알아.)
내일 12시까지 안 오면 그냥 갈 거니까 시간 맞춰 와.
6:26PM한도온:네!! (눈을 반짝입니다.)
저 맛 여러 개 골라도 돼요?
6:29PM김솔음:(작게 웃으며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귀엽네.)
괜찮으세요? 몸상태가 안 좋으십니까?
6:30PM김솔음:괜찮습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6:31PM역무원:아, 다행입니다… 그래도 혹시 어지럽거나 하시면 꼭 병원에 가보세요.
그렇게 당부한 역무원은 도온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6:34PM역무원: 그, 최초 목격자분 맞으시죠? 몇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 잠시만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도온은 인사하고 떠나는 역무원을 따라가다 다시 두 사람을 돌아봅니다.
또 만나요, 형들!
6:42PM김솔음:(가볍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6:46PM백사헌:(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뚱하게 바라보다, 살짝 보일 듯 말 듯 웃습니다.)
너 지금 웃었지.
6:48PM김솔음:…(백사헌을 빤히 봅니다.)
…그래요. 웃었어요, 뭐요!
6:50PM김솔음:평소에도 좀 그렇게 웃고 다녀.
6:53PM백사헌:(막상 웃으면 왜 실실 쪼개냐고 지랄할 거면서 무슨…)
아이템 주시면 생각해볼게요.
7:07PM김솔음:(…아이템으로 백사헌을 웃길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백사헌뿐만 아니라 자신도 좀 이상해진 모양입니다.)
(게다가 도온에게 지기 싫다는 유치한 경쟁심까지 드는데…)
7:13PM백사헌:생각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딜 가.
만년필 주고 가야지.
사택에 있어요. 나중에 드릴게요.
어차피 너 갈 데도 없잖아.
7:24PM백사헌:주말인데 사택에 처박혀 있으라고요? 저 그렇게 안 한가합니다.
7:31PM김솔음:만년필 주면 쓸만한 아이템 챙겨줄게.
진짜요? (목소리가 확 밝아집니다.)
갈 거지?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이게 웬 횡재냐!)
아, 그럼 밥도 집에서 먹게 먹을 것 좀 사가도 돼요?
7:41PM백사헌:(아니, 같이 먹자고? 개껄끄러운데.)
(하지만 아이템을 뜯어낼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인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뭐. 그러죠!
(이왕 사준다는 거 존나 비싼 걸로 시켜야겠다.)
(티 나지 않게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가자.
참상의 한복판에 있었고, 죽음을 되돌릴 기회를 얻었으며, 도온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연들이 평소와 다르지 않게 느껴질지라도, 분명 새로운 경험을 얻은 것은 틀림없겠죠.
두 사람은 새로 얻은 삶을 늘 그랬듯 평범하게 살아내기로 합니다.
『See You Again 또 만나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