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자 x 발레리노 AU
* 서양배경으로 영문이름을 사용합니다.
김솔음: Leander Fawn
백사헌: Severin Blanc
*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시나리오의 원본 링크 : https://www.postype.com/@yelloduck72/post/9761711
* 上 : https://winter123.tistory.com/25
Severin Blanc:…(리앤더보다는 조금 더 깊게 고개를 숙입니다.)
Leander Fawn:얘, 레몬물 좀 갖다 줘.
Severin Blanc:(거울로 얼굴을 힐끔 체크합니다. 아, 확실히 부었네…)
저 세수 좀 하고 올게요.
참, 어제 화장실 급했던 건 어떻게 됐어?
Severin Blanc:당연히 구라였죠. 화장실 저쪽이죠?
Leander Fawn:(당당함에 잠시 말문이 막힙니다… 일단 물으니까 고개는 끄덕여줍니다.)
Severin Blanc:
(성큼성큼 화장실로 갑니다.)
…어제는 좀 더 귀여웠는데.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Severin Blanc:(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찬물로 길게 세수합니다. 보송한 수건으로 얼굴을 가볍게 눌러 닦고, 거울 앞에서 외모를 정돈하고 나옵니다.)
(단정하게 손질된 머리카락과 말끔한 얼굴. 불과 어제 고열에 시달렸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한 모습이 됩니다.)
Severin Blanc:카펫 진짜 부드럽고 푹신하네… 여기서 스트레칭 좀 해도 돼요?
Severin Blanc:(평소 아침 루틴대로 스트레칭을 시작합니다. 먼저 사이드 스플릿 자세부터.)
(양다리를 좌우 일자로 길게 벌린 채,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입니다.)
Leander Fawn:……(턱을 괴고 그 모습을 빤히 지켜봅니다.)
Severin Blanc:
(가슴이 바닥에 닿을 듯, 힘을 주어 몸을 깊게 누릅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립니다.) ……?
Leander Fawn:…(시선을 재빠르게 슥 옆으로 돌립니다. 안 본 척.)
Severin Blanc:(눈썹을 한 번 들썩이고는 아무렇지 않게 스트레칭을 이어갑니다.)
(뭐, 설령 보고 있었더라도 이제 와서 엉덩이에 쏠리는 시선쯤은 익숙하다 못해 무감각해졌습니다.)
(발레를 시작한 이후로 자신의 몸은 늘 누군가의 시선 안에 있었으니까요.)
……(민망함에 살짝 붉어진 얼굴로, 최대한, 그, 안 보려고 노력합니다…)
Leander Fawn:이제 할 건 다 했어?
Severin Blanc:뭐, 대강… 이제 나가나요?
Leander Fawn:어. 방에 가서 준비해. 옷은 이미 가져다 놨으니까 그거 입고.
Severin Blanc:
네, 네. (방에 가서 빠르게 외출 준비를 마칩니다. 아침에 응급처치를 해둔 덕분인지 얼굴 붓기도 제법 가라앉아 있습니다.)
(발레리노도 보이는 게 중요한 직업이라 아무리 급해도 이런 부분은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Leander Fawn:걸을래? 가까운 거리야.
Leander Fawn:오늘 밤 파티에 대해서는 가면서 설명해줄게.
Severin Blanc:(바로 뒤에 따라붙습니다.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발을 맞춥니다.) ……
Leander Fawn:
(평소대로 돌아오니 과묵해졌네. 어제는 시끄럽게 조잘거리더니.)
…오늘 자선 무도회는 도서관장이 주최했어. 컨셉은 '백색 가장 무도회.'
Leander Fawn:복장은 반드시 흰색이어야 하고, 주최 측에서 배포한 가면을 써야만 입장할 수 있어.
그리고 자정 전까지는 가면을 절대 벗어선 안 된다는 조건도 붙어 있지.
Severin Blanc:
…여러모로 귀찮네요. (살짝 눈가를 찡그립니다.)
Leander Fawn:
어쨌든 너한테 나쁜 기회는 아닐걸. 인맥도 쌓을 수 있고, 참석만 해도 평판은 올라가.
Severin Blanc:예술계 쪽 사람들도 많이 오나요?
Leander Fawn:예술계만큼 사회적 평판과 인맥을 중시하는 곳도 드물지.
이런 자리는 빠짐없이 얼굴을 비출 거야.
아, 그렇구나… (심드렁했던 표정에 조금 욕심이 차오릅니다.)
Leander Fawn:(…의욕이 생겼나 보네. 방금까지는 시간 낭비라는 표정이더니.)
Severin Blanc:
(그 무도회에서 다른 후원자 눈에 들 수 있다면, 굳이 이 자식 하나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어지겠죠.)
(꼭 그게 아니라도 손뻗을 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Leander Fawn:
(꽤 발칙한 생각을 하나 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손을 거쳐놓고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꼴이 우스워 웃음이 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넌 내 파트너 신분이라는 걸 명심해.
리앤더 씨의 명성에 흠집 나지 않게 최선을 다할게요.
(순박하게 웃습니다. 응, 발 뻗을 자리만 생기면 바로 갈아타주마.)
Severin Blanc:(…가격대가 예사롭지 않겠는데. 리앤더를 슬쩍 바라봅니다.)
(그동안 보내준 옷들이 유난히 고급스럽다 싶더니 설마 이런 데서 사온 건가…?)
Leander Fawn: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
Severin Blanc:
(뭐, 옷이 거기서 거기지… 괜히 오래 고르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강 훑다가 이내 종업원에게 다가갑니다. 살짝 난감한 듯한 미소를 얹은 얼굴로.)
저기… 제가 무도회에 가게 됐는데, 혹시 어울릴 만한 옷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데는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
아, 드레스코드는 흰색이에요. 제가 괜히 고르다 망치느니 감각 있으신 분이 골라주시면 훨씬 나을 것 같아서요.
종업원:
세상에, 세베린 블랑 선생님…! 직접 뵙는 건 처음이에요! 믿을 수가 없네요, 여기서 뵙다니…!
'백야의 정원' 마지막 회차, 제가 앞줄에서 봤거든요! 클라이맥스에서 선생님이 독무하실 때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정말, 정말 팬이에요!
Severin Blanc:
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부족한 무대였는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종업원: 부족하다뇨! 천만에요! 전 진짜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니까요!
무대 위에서 선생님이 팔을 뻗는 순간—정말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숨도 못 쉬겠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저, 아직도 그 장면만 생각하면 울컥해요!
(…이제 감탄은 그만하고 옷이나 골라줬으면.)
종업원: 아, 그렇지요! 옷을 골라드려야 했죠… 어머, 제가 너무 들떠서 실례를…
하지만… 세베린 선생님께 어울릴 옷이라니요. 이건, 이건 거의 신의 조각상에 베일을 입히는 일 아닌가요!
Severin Blanc:(…허. 당황과 황당이 섞인 얼굴로 여자를 보다가, 급히 표정을 수습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Severin Blanc:(주먹을 꽉 쥐면서 애써 눈웃음을 유지합니다.)
종업원: 어깨와 허리를 부드럽게 타고 흐르는 실루엣이 정말 매력적인 의상이에요. 실크 라펠도, 보세요. 은은한 광택이 아름답죠…
셔츠는 얇은 주름 장식이 잡힌 고급 면으로 만들어졌고, 스탠드 칼라에는 자개 단추를 정성스럽게 박아 넣었어요.
허리에는 슬림한 실버 새시가 더해져 자연스럽게 라인을 잡아줄 거예요. 선생님처럼 움직임이 우아하신 분께 정말 완벽하게 어울릴 것 같아요!
Severin Blanc:정성스러운 추천 감사드립니다. 정말 마음에 드네요.
(미소를 머금고 손끝으로 천을 가볍게 쓸어보며, 슬쩍 리앤더 쪽을 바라봅니다.)
이 의상으로 하겠습니다.
Severin Blanc:네. 이분이 골라주셨어요.
Leander Fawn:…그냥 보기만 했을 뿐인데.
Severin Blanc:그 인상으론 조심하셔야죠. 밤에 마주쳤으면 저라도 경찰 불렀을걸요?
Leander Fawn:그래, 유약한 인상이라 좋겠네. 밤길에 사람 안 놀라게 할 수 있으니까.
종업원 분이 그러던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Leander Fawn:아니, 신의 조각상이었나?
Severin Blanc:(지랄, 놀리는 거면서…)
(짧게 한숨을 쉽니다.) 그런 말, 솔직히 아무 의미 없어요. 다 무대용 얼굴 보고 떠드는 거잖아요.
난 그냥 돈 받고 몸 굴리는 사람일 뿐인데… 천사니 조각상이니, 어차피 조명 좀 받으면 누구나 신 같아 보여요.
(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각이 없네.)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탄 자체는 진짜였잖아.
무대 위 모습만 보고 한 말이라 해도, 그 순간만큼은 분명 진심이었을 거야.
그런 반응까지 전부 밀어낼 필요는 없지 않아?
Leander Fawn:그게 꼭 고맙진 않더라도… 전혀 감흥이 없진 않을 것 같은데.
보람 정도는 느껴도 괜찮다는 소리야.
Severin Blanc:……(입을 다물고 고개를 살짝 숙입니다. 긴 침묵이 이어집니다.)
뭐, 네 감정은 네 자유니까.
(가볍게 넘기려다 문득 생각이 스칩니다. …근데, 내가 아름답다고 했을 땐 분명히 부끄러워했잖아?)
(호의를 죄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녀석이라면 그런 반응은 안 나왔을 텐데……)
Severin Blanc:……골랐으니까 빨리 계산하고 나가죠.
(툭 내뱉듯 말하며 카운터로 몸을 돌립니다. 하지만 귀끝이 어딘가 살짝 붉어져 있습니다…)
Leander Fawn: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습니다. 솔직하지 못하긴. 아직 한참 어리네.)
Leander Fawn:(금화로 값을 지불합니다.) 이 옷에 어울릴만한 구두도 같이 계산 부탁드리죠.
저도 전문가의 안목을 믿어보겠습니다.
종업원: 구두는… 이게 좋겠어요! 선생님 분위기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Severin Blanc:
아, 네…(흘리듯 대답합니다.)
음…
Severin Blanc:아, 아뇨! 그거 좋아요. 그걸로 주세요.
(빠르게 대답하고는 또 망설입니다.) 으음……
(그러다 결심한 듯 입을 엽니다.) 저기, 내일 제가 공연이 있는데요…
혹시 괜찮으시면 보러 와주세요. 자리 하나 비워둘게요.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서…(살짝 시선을 굴리며 볼을 긁적입니다.)
종업원: 정말요?! 저, 정말 괜찮은 건가요?!
종업원: 세상에, 선생님 공연을 또 볼 수 있다니…! 저, 꼭 갈게요! 아…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종업원: 설령 하늘이 두 쪽 난대도, 무조건 보러 갈게요!
Severin Blanc:
(그 반응에 후, 가볍게 웃습니다.)
네. 기다릴게요.
이미 전석 매진된 극을, 어떻게 보게 해주겠다는 거야?
Severin Blanc:(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후원자 뒀다가 뭐하겠어요. 이럴 때 쓰는 거죠.
Leander Fawn:…허. (뻔뻔한 얼굴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봅니다. …이번만 봐준다.)
Severin Blanc:저는 안 배고픈데요.
Severin Blanc:(씨, 그러면 묻질 말던가.)
알았어요! 가요.
Severin Blanc:(떨떠름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넘깁니다. 아, 오늘은 진짜 안 먹으려고 했는데…)
(먹고 토해내는 미련한 짓까진 안 해도, 가벼운 거식 증세는 발레리노라면 피할 수 없는 직업병입니다. 최대한 가볍고 부담 없는 메뉴를 고릅니다.)
하우스 샐러드로 할게요. 드레싱은 빼고요.
Severin Blanc:(되게 고급 스테이크만 먹을 것 같은데 의외네…)
Leander Fawn: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먼저 먹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더 시키고.
Severin Blanc:네. (고개를 끄덕입니다.)
Severin Blanc:(흠… 곧게 앉은 채, 고개만 비스듬히 젖혀 가게 안을 훑어봅니다.)
Severin Blanc: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everin Blanc:(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일어나, 잡지대 앞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Severin Blanc:(뭐가 이렇게 많아… 손에 잡히는 대로 한 권을 꺼내 봅니다.)
주인:
내가 이 잡지 모으는 걸 좀 좋아하거든. 특히 이거 말이요, 다른 건 몰라도 이 호는 구하기가 참 어렵더라고.
Severin Blanc:(괜히 찢어져 배상이라도 하게 될까 조심하며, 얼결에 손에 들게 된 잡지를 펼쳐봅니다.)
Severin Blanc:……(이…미친. 이게 무슨 개소리야.)
Severin Blanc:……(한순간 유령을 마주한 듯 리앤더를 바라보다가 황급히 표정을 수습합니다. 속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뒤엉킨 생각들 속에서 무엇이 현실인지조차 아득해집니다.)
(이 자식 설마 인간이 아닌 건가? 아니, 동명이인일 수도 있… 씨발, 어떤 새끼가 또 Leander Fawn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그래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닙니다. 게다가 설령 본인이 맞더라도, 섣불리 이 사실을 캐물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할지 모릅니다.)
(마약범이라고 오해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섬뜩한 공포가 밀려옵니다.)
Severin Blanc:…아무것도 아니에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한 뒤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잡지에 시선이 머물지 않도록 일부러 말을 건넵니다.)
담배 피우고 왔죠?
Leander Fawn:
…어떻게 알았어?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짓습니다.)
Severin Blanc:식사 전에 갑자기 나갈 일이 또 뭐 있겠어요.
냄새 가린다고 향수까지 뿌리셔놓고.
Leander Fawn:…네가 담배 냄새 싫어할까봐.
간접흡연할 때마다 신체적 피해보상 청구하고 싶은 거 간신히 참고 있거든요.
Severin Blanc:그래도 후원자 님께서 원하신다면 담배 연기쯤이야 기꺼이 마셔드릴 수 있죠. 그쪽은 보상도 화끈하게 해줄 것 같으니까.
Leander Fawn:아니. 몸에 해로우니까 절대 하지 마. (단호하게 말합니다.)
(일단 관심 돌리기는 성공인 모양이네.)
Severin Blanc:(성의 없는 포크질 끝에 케일 한 조각을 입에 넣습니다. 그리고 시간이나 떼우려는 것처럼 오래 씹습니다.)
Leander Fawn:너, 네 체격에 그것만 먹고 버티려고?
아무리 발레리노라도 무작정 굶다간 병 나.
Severin Blanc:누구 덕분에 설탕덩어리를 잔뜩 먹어서요.
Leander Fawn:그렇다고 안 먹으면 체력 떨어져.
무대 위에선 그런 거 티 안 날 것 같지? 근데 다 보여. 안무 틀리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야.
Severin Blanc:그래요? 잘 아시네.
(포크를 살짝 내려놓으며, 별 거 아닌 듯 묻습니다.)
혹시 예전에 발레 하셨어요?
Severin Blanc:그냥 좀 궁금해서요. 괜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하시면 별 수 없지만…
무대 사정도 잘 아시고, 옷에 죄다 가려져 있긴 해도 몸이 단련된 사람이라는 건 느껴지더라고요.
자세며 체형도 그렇고… 발레 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런 게 보이잖아요.
익숙한 흔적들이랄까, 특이점이.
Leander Fawn:네 말대로 쓸데없는 호기심이네.
Leander Fawn:내가 발레리노였으면, 그게 너한테 무슨 득이 되는데?
(오히려 그 죽은 발레리노가 정말 맞다면 내 입장에선 완전 재앙인 거고.)
(하지만……)
그냥… 그동안 저한테 잘해주셨으니까.
(살짝 머뭇거리다가 이내 눈을 마주치고 덧붙입니다.)
알고 싶어진 거죠.
Leander Fawn:…너한테 그럴 소리 들을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말하지 않았나? 너한테 원하는 게 있으니까 후원하는 거라고.
Severin Blanc:
근데 정작 요구한 건 없잖아요.
Severin Blanc:뭐, 파티 같이 가자는 거? 오히려 저한텐 기회죠. 손해 볼 것도 없고.
Severin Blanc:어딜 봐도 그쪽이 저한테 잘해준 게 맞는데…
그럼 이런 말 들을 이유도 있는 거 아니에요?
Severin Blanc:
리앤더 씨가 그랬잖아요. 비록 한쪽 모습만 보고 한 말이라도 진심일 테니까, 보람 정도는 느껴도 된다고.
저는 그 말… 꽤 좋았거든요.
음, 그러니까… (손끝을 만지작거립니다.)
그쪽도 느껴도 되지 않나 하고요. 보람이란 거…
(낮고 단호한 목소리지만, 분노가 아니라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감정이 배어 있습니다.)
너까지 그런 말을 하면,
진짜로 내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만 같잖아.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웃습니다. 그 웃음은 자기 자신을 향한 냉소에 가깝습니다.)
그게… 나한테는 정말 무서운 일이거든.
Leander Fawn:그 말 듣고 기뻐하는 순간,
나 자신도, 살아있고 싶다는 마음도,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으니까…
……(사실, 이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 무언가에 붙잡혀 떠도는 유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진짜 죽음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있던 거잖아. 하긴, 세상에 진심으로 죽고 싶다고 바라는 멍청이가 존재할 리 없습니다. 설령 죽음을 원한다 해도 그건 삶이 너무 버거워 도피하려는 것뿐이니까.)
(잠시 숨을 고르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잇습니다.)
그럼… 제가 그 의미가 되어드리는 건요?
자기 사정에 맞춰서 남 이용하는 거,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제가 그쪽 이용한 만큼은 그쪽도 저 이용해도 돼요.
그동안 저 사는 거 그쪽이 도와줬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최대한 도와드리겠다는 말, 아직 유효하거든요.
Severin Blanc:
…그쪽은 뭘 좋아해요?
저야 이미 다 말했고, 어차피 다 알고 있겠지만, 전 마들렌 좋아해요. 식단 관리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지만요.
늘 연습에 쫓기느라 자주는 못 해도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뒹구는 거 좋아하고요.
손에 상처 날까 봐 금지 당했지만 조각도 좋아해요.
생각해 보니 X발, 발레 때문에 다 못하네.
(새삼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좋아하는 거 있어요?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마침내 세베린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네 공연 보는 거, 좋아해.
Leander Fawn:…발레를 할 수 없게 됐을 때, 모든 게 거기서 끝난 줄 알았어.
더는 살아야 할 이유도, 살아갈 방향도 찾을 수 없었거든.
그런데 너는… 죽을 힘을 다해 발레를 붙잡고 있더라.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사람처럼.
버티고, 또 버티면서, 곧 부서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춤을 추더라고.
그래서 처음 네 무대를 봤을 때 그 순간이… 나한텐 참 이상했어.
억울하지도 않았고 부럽지도 않았는데 묘하게 위안이 되더라.
내가 잃어버린 걸, 네가 대신 껴안고 있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인지 너를 보고 있으면 잠깐이라도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좋아해.
(…짧게 숨을 쉬고는 덧붙입니다.)
네 무대를.
Severin Blanc:…(그 말에 작게 웃습니다.)
그럼 됐네요.
Severin Blanc:
저는 그쪽의 의미가 되고, 그쪽은 제 보람이 되고.
그 정도면 꽤 공평한 거래 같은데요?
뭐, 춤은 계속 춰드릴게요. 솔직히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어차피 저는 첫무대는 항상 그쪽을 위해 췄으니까.
Leander Fawn:(그 말에 처음으로 푸핫, 하고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Leander Fawn:
아니, 흡…… (웃음을 참으려 입을 틀어막고 어깨를 들썩입니다. 그 영향인지 귀끝으로 피가 몰려 살짝 붉어집니다.)
(겨우 진정하고서야 말합니다.)
…딱 프로포즈할 때 하는 말 같아서.
……?!?! 미쳤어요?
Leander Fawn:응, 내가 지금 잠시 정신이 나갔나 봐.
Leander Fawn:근데 네 탓이야. 책임져야 돼.
……뭘 어떻게 져드리면 되는데요.
Leander Fawn:
(아, 나 진짜 미쳤나 보다. 왜 이리 귀엽게 보이지.)
(한 입 크기로 자른 살리스버리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세베린 입가에 댑니다.)
Severin Blanc:……(미간을 찡긋거리다가 마지못해 입을 벌려 받아먹습니다.)
(우물…)
Leander Fawn:
(짓궂은 미소를 띤 채, 한 조각씩 계속 입에 넣어줍니다.)
Severin Blanc:
……(먹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하지만, 결국 체념한 듯 입을 벌립니다. 거부하는 목구멍을 억지로 열어 꾸역꾸역 삼킵니다.)
(욱, 느끼해……)
Leander Fawn:
(괴롭게 찌푸려진 눈썹과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입술에 무심코 눈길이 갑니다.)
(아, 키스하고 싶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스스로도 놀란 듯, 어깨를 작게 움찔거립니다.) ……
Severin Blanc:
(참고 참다가 더는 못 먹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으, 흐…… 저, 그만 먹을래요. 배불러요…
Leander Fawn:
(빠져나오기 힘든 파렴치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머지, 무심코 관성대로 스테이크 한 조각을 또 찍어 세베린 쪽으로 내밉니다.)
Severin Blanc:으…… (거의 울상을 지으며 힘겹게 받아먹습니다.)
(입에 들어간 순간부터 표정이 미묘하게 굳습니다. 꼭꼭 씹는 척은 하지만, 턱이 움직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입 안에서 도는 기름기와 냄새에 안색이 나빠집니다. …목, 에서 안 넘어가…)
Leander Fawn:…! (그제야 상황을 인식한 듯, 얼른 포크를 내려놓습니다.)
억지로 먹지 마. 뱉어.
Severin Blanc:(이, 씨발… 지가 먹여놓고 이제 와서…)
(입을 벌렸다간 다 토해낼 것 같아 꿀꺽…겨우 삼키고는 창백한 얼굴로 헉… 헉, 숨을 몰아쉽니다.)
……
……
안 괜찮아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다급히 자리를 박차 화장실로 향합니다.)
Leander Fawn:세베린! (지팡이를 짚으며 황급히 뒤를 쫓아갑니다.)
(아, 망했다……)
Severin Blanc:(침대에 옆으로 누운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봅니다.)
(기껏 호의를 베풀었더니 식고문으로 돌아온 이 상황이 그냥 빡치고, 어이가 없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최고급 레스토랑의 식사권을 받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그자식의 정체를 기삿거리로 팔아넘길 뻔했습니다.)
……하아, (아직도 속이 분노로 부글부글 끓는데. 이건 진짜 두고두고 뜯어먹어야지.)
Severin Blanc:(몸을 홱 뒤집어 문을 등진 채 눕습니다.)
……들어오든가요. (퉁명스럽게 내뱉습니다.)
Leander Fawn:…(침대에 걸터앉으며 볼을 긁적입니다. 음… 아직도 많이 화났나 보네.)
Severin Blanc:…저 쉬고 싶은데요. 왜 왔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Leander Fawn:…내가 발레했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
추측이라고 하기엔 꽤 확신에 차 있었잖아.
Severin Blanc:
심리학
| 기준치: |
45/22/9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everin Blanc:
(방을 훔쳐보던 걸 걸렸을 때 리앤더가 지었던 눈빛이 떠오릅니다. 아직 들켜선 안 되는 비밀이다—차갑고 날카로웠던 그 경고까지.)
(…잡지에 적힌 내용까지 알고 있다는 건 아직 들키면 안 되겠지.)
그냥 던진 말에 그쪽이 술술 불어놓고 뭔 소리예요.
먹기 싫다는 거 억지로 먹이더니 이젠 시비까지? 아, 후원자 무서워서 어디 무대 서겠나…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하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습니다. 걍 좀 넘어가라…)
Severin Blanc:
말재주
| 기준치: |
45/22/9 |
| 굴림: |
2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Leander Fawn:
심리학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Leander Fawn:…아니야. 의심해서 미안하다.
Leander Fawn:아직 속이 불편해? 무도회 못 갈 것 같으면 말해.
(걱정스레 말하며, 손으로 세베린의 윗배 부근을 부드럽게 쓰다듬습니다.)
Severin Blanc:(생각보다 쉽게 넘어가 안도하려던 순간, 갑작스러운 접촉에 움찔하며 몸이 굳어버립니다. 긴장한 복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갑니다.)
……옷도 다 사뒀는데 어떻게 안 가요. 그 정도는 아니니까 됐어요.
Leander Fawn:옷은 다른 파티에서 입으면 되고,
네가 제일 중요하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Severin Blanc:……(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킵니다.)
(하씨… 아까 저 자식이 프로포즈 같은 개소리를 해서 괜히 나까지 신경 쓰이잖아…)
(게다가 손을 치울 생각도 없어 보이고…)
(배 위에 얹힌 손길이 살짝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다가, 그와 마주 보도록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손을 자연스럽게 밀어냅니다.)
제가 가고 싶어요, 무도회.
예술계 유명 인사들도 온다면서요. 한 번쯤 인사는 해둬야죠.
Leander Fawn:
…고리타분한 늙은이들뿐이야.
Severin Blanc:(되게 단정해서 말하네. 예전에 많이 데였나?)
그래도 뽑아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뽑아먹어야죠.
오히려 꼰대일수록 비위만 잘 맞추면 되니까 상대하기는 편해요.
Leander Fawn:그래, 너한테는 쉽겠네.
(세베린의 턱을 손가락으로 슥 들어올립니다.)
이 얼굴로 순박한 눈웃음 한 번이면, 다음 껌뻑 속아넘어갈 테니까.
Leander Fawn:…나도 그랬고. (말을 마치곤 고개를 천천히 기울입니다.)
(눈을 굴리며 허겁지겁 다른 화제를 꺼냅니다.) 그, 그나저나 좌석은 구했어요? 당장 내일인데…
Leander Fawn:(무시하고 그대로 입을 맞춥니다.)
(눈이 크게 뜨입니다.)
Leander Fawn:(침대를 짚은 세베린의 손에 제 손을 얹으며 뻣뻣하게 닫힌 입술을 혀로 핥습니다.)
(점막을 훑는 진득한 감각에 소름이 쫙 끼칩니다. 뭐야.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입을 열어야 하는 건가? 손은, 손은 어디에 둬야…)
(씹,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밀어내야……!)
Leander Fawn:(입술을 묵직하게 누르다가 잠시 떨어집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입술을 붙입니다.)
(좌석 얘긴지, 내 속마음을 들킨 건지 묻기도 전에 도로 입술이 겹쳐집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이 뚝 끊깁니다.)
Leander Fawn:(당황해서 얼어붙은 세베린의 볼을 움켜쥐고, 고개가 젖혀질 만큼 깊숙이 파고듭니다.)
Severin Blanc:……읍, 흐…! (몸이 휘청거리자 마치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처럼 시트를 힘껏 움켜쥡니다.)
Leander Fawn:
(중심을 잃은 몸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느슨하게 힘이 빠진 세베린의 몸이 반쯤 눕혀질 때까지.)
Severin Blanc:(고개를 조금 뒤로 물리며 겁먹은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저 아까 토했는데…… (양치는 했지만…)
(그 말을 듣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습니다. 어떤 변명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다시 주저없이 입을 맞춥니다.)
Severin Blanc:
(연달아 이어지는 키스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뭐지, 뭐지…? 이 자식 왜 당당한데. 내가 식당에서 말을 오해하게 했나? 설마 무대가 좋다던 말은 다 구라고, 처음부터 내 몸이 목적이었던 건…)
(맞닿은 입술에서 감도는 낯선 열기에 당혹감과 배신감이 뒤섞여,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Leander Fawn:……(고개를 살짝 틀어 혀끝으로 안쪽을 더듬으며 장갑 낀 손으로 그의 티셔츠 아래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군살 하나 없는 복부를 천천히 쓸어내리자, 격렬한 훈련으로 다져졌음에도 과시적이지 않은 절제된 선이 손끝에 닿아옵니다. 숨결이 깊어질수록 유연하게 일렁이는 복직근의 흐름을 따라 손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미끄러집니다.)
Severin Blanc:……!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입술을 급히 떼어냅니다. 떨리는 손으로 리앤더의 어깨를 밀어냅니다.)
잠, 잠깐만요… 이거 뭔가 이상, 저, 저 안 할래요.
Severin Blanc:
왜냐뇨…! 그쪽이 갑자기, 이런…
Leander Fawn:내 삶의 의미가 되어주겠다면서.
(밀어내는 손을 단단히 움켜쥐고 눈가에 짧게 키스합니다.)
Leander Fawn:이 정도 각오도 없이 말한 거야?
Severin Blanc:
그거랑은 얘기가 다르죠…! 제가 언제 이런 짓까지 한다고,
Leander Fawn:그럼 피했어야지. 키스하기 전에.
Leander Fawn:가만히 있던 걸 보면, 너도 싫지는 않았던 거잖아.
Severin Blanc:
그, 그게…(눈이 흔들립니다. 뭐지? 왠지 모르게 설득력이 있어서 반박을 못 하겠어…)
아닌데……
저 남자 안 좋아하는데……
너 누나 빼고는 아무도 안 좋아하잖아
Severin Blanc:……(혼란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꾹 다뭅니다.)
한 번도 남이랑 이렇게 가까이서, 네 몸을 온전히 맡겨본 적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어색하고 긴장되는 거야.
Leander Fawn:…그래서 아까 말했잖아.
(속삭이듯 낮게 중얼거리며, 열기로 달아오른 허벅지 안쪽을 따라 손길을 느릿하게 미끄러뜨립니다. 닿을 듯한 그 움직임에 숨결이 얕아집니다.)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고.
Severin Blanc:
……! (퍼뜩 문을 바라봅니다. 이내 불안한 눈빛으로 다시 리앤더를 보며 소리없이 입술을 달싹입니다.)
(사, 사람…)
Leander Fawn:……무슨 용건이지? (싸늘한 어조로 말합니다.)
Severin Blanc:…(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닌데도 지레 겁먹고 몸을 움츠립니다.)
Leander Fawn:나중에 입어볼 테니까 그쪽에 둬.
Leander Fawn:……하,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쉽니다.)
Severin Blanc:……! (벗어날 기회다. 리앤더의 팔을 급히 잡고 작게 속삭입니다.)
뒤, 뒤는 나중에 하면 되잖아요.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
Leander Fawn:
(세베린을 잠시 바라보다가 문밖의 집사에게 말을 건넵니다.)
곧 내려가겠다고 전해.
Severin Blanc:……(꼼짝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괜한 소리라도 낼까봐 조심조심 숨 쉬며 눈동자만 슬쩍 움직입니다.)
Leander Fawn:
……(눈치 보는 모습이 위험할 만큼 귀엽게 느껴집니다. 취향이 이상해질 것 같은데.)
(미련이 남았는지, 입술 가장자리에 마지막 키스를 남기고는 몸을 일으킵니다.)
먼저 갈 테니까 진정하면 내려와.
Severin Blanc:
(뭘 진정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Severin Blanc:(목을 움츠린 채 웅크리고 있다가 문이 닫히는 순간 상체를 벌떡 일으킵니다.)
……허억, (진짜 X될 뻔했네… 벌렁거리는 심장께를 움켜쥔 채, 타액에 젖은 입가를 손등으로 몇 번 훑어냅니다.)
(다 포기한 것 같은 꼴이 안쓰러워 보여서 그냥 좋은 말 좀 해준 건데… 잠깐의 동정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뭔가 잘못 건드린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젠장… 역시 안 되겠어. 무도회에서 적당한 줄을 찾아서 갈아타야…)
(스스로의 몰골에 깜짝 놀라 멍해집니다. 살면서 처음 보는 낯선 얼굴. 미친, 저게 진짜 나라고…?)
(왜, 왜 저렇게 빨간데. 당황한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두 손으로 황급히 마른 세수를 합니다. 문득, 리앤더의 말이 스쳐지나갑니다. 너도 싫지는 않았던 거잖아.)
(설마 그게 진짜라고…? …하, 하하.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오고, 몇 번의 현실 부정 끝에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합니다. 씨발, 나도 모르겠다.)
Severin Blanc:
(도저히 이 얼굴로 다른 사람 앞에 나설 순 없습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며 열을 좀 가라앉힙니다.)
(최대한 특기─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기─를 발휘해서 표정을 정돈한 뒤, 평소처럼 태연한 얼굴로 1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디자이너:
아, 옷의 주인 분이시군요. 저희 살롱을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Severin Blanc:
(표정을 다듬으며 입꼬리를 정중하게 살짝 올립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입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음, 그런데, 보통은 이렇게 직접 찾아뵈어 착용을 도와주시는 경우가 흔한가요?
디자이너:
댁에 방문하여 착용을 도와드리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만, 리앤더 님께서 오랜 단골이시기도 하고…
또 저희 직원들 사이에서 특별히 신경 써 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Severin Blanc:아, 그렇군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Severin Blanc:(…다른 사람이 옷시중을 들어주는 건 처음이라 약간 머쓱한 기색으로 갈아입습니다.)
디자이너: 역시 발레리노는 몸선이 다르군요. 피팅 없이도 의상의 디테일이 이토록 완벽하게 살아나다니… 대단합니다.
디자이너: 정말… 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입니다. 테일코트가 주인을 제대로 만났네요. 이 옷도 분명 기뻐하고 있을 겁니다.
Severin Blanc:
(칭찬이 연달아 쏟아지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기만 합니다.)
디자이너: 자, 움직여 보시고 혹시 불편하거나 당기는 곳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Severin Blanc:(그 말에 맞춰 가볍게 걸음을 옮겨 봅니다. 어깨를 돌리고, 허리를 조금 틀어보며 몸의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딱 괜찮은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편하네요.
디자이너: 다행입니다. 몸에 잘 맞는다니 저도 안심이 되는군요.
(부드럽게 한 걸음 물러섭니다.) 모든 준비가 마무리된 것 같으니, 이제 거실로 나가보시죠.
리앤더 님께서 분명 흐뭇해하실 겁니다.
Severin Blanc:음… 괜찮아 보여요? 저는 마음에 드는데.
Severin Blanc:(그 말에 저도 모르게 작게 웃습니다.) 그럼 됐네요.
Severin Blanc:……(뭘 저렇게까지 뚫어져라 쳐다봐…)
(왜요.) (입술만 살짝 움직여 묻습니다.)
Leander Fawn:(무슨 생각이 스친 건지, 얼굴이 살짝 달아오릅니다. 시선을 슥 피하며 말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Severin Blanc:(…?! 그 표정에 소름이 오소소 돋습니다.)
(이…이 미친 자식아! 게이인 거 들키고 싶어서 환장했냐!)
(…라고 소리칠 뻔한 걸 간신히 눌러 참습니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급히 상황을 수습합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디자이너 님. 덕분에 좋은 경험이었어요.
바쁘실 텐데 이만 돌아가 보세요.
디자이너: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오늘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집사: 저도 마차 준비를 위해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Severin Blanc:(보는 눈, 듣는 귀들이 사라지자 리앤더를 향해 씩씩대며 말합니다.)
내 평판 깎아먹으려고 작정했어요!? 사람들 보는 앞에서 대놓고 그런 표정 짓고, 뭐하자는 건데요 진짜!
Leander Fawn:
내가 쌓아준 평판이니까 망치는 것도 내 마음 아닌가.
Severin Blanc:……맞는 말이긴, 한데요. (씨이…)
그래도 저도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절반은 제 몫이죠!
Leander Fawn:그래, 알았어. 미안해.
(손가락을 까딱여 부릅니다.)
그래서 파티 데려가 주잖아.
Severin Blanc: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제가 같이 가주는 거죠.
(투덜대며 옆에 털썩 앉습니다.)
Leander Fawn:(언제는 기회라면서 왜 나한테 잘해주냐고 하더니…)
(아주 자기 입맛대로 말 바꾸는 거엔 도가 텄지.)
Severin Blanc:후원도 뭐, 제가 해달라고 했나… 그쪽이 그냥 다 퍼줘놓고, 이제 와서 원하는 거 있다느니 멋대로 키스나 하고…(궁시렁거립니다.)
Leander Fawn:
(허… 괘씸한 자식 같으니라고.)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알고 뻔뻔하게 건방진 태도로 나오는 게 좀 열받습니다.)
계속 불평하면 키스한다.
Severin Blanc:……(그 말에 입을 합 다뭅니다.)
Leander Fawn:(좀만 풀어주면 금세 버릇없어진다니까…)
(기강을 좀 잡아야겠어. 살짝 세베린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묻습니다.)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는 안 궁금해?
Severin Blanc:…(시선을 한 번 굴립니다.) 아, 안 궁금한데요.
Leander Fawn:그래? (눈썹을 한 번 들썩입니다.)
괜찮아, 나중에 침대에서 알려줄게.
Severin Blanc:
와, 궁금해요! 엄청 궁금해요!
그러니까 지금 알려주세요!
너, 생각보다 발랑 까졌구나.
Severin Blanc:
(X발, 어쩌라는 건데…!)
(눈이 혼란스럽게 흔들립니다.)
Leander Fawn:
(그 모습을 보고 겨우 웃음을 삼킵니다.)
귀엽기는.
(대놓고 귀엽다고 하면 또 기고만장해지겠지.) 너 표정 웃기다고. 길 잃은 강아지야? 왜 자꾸 두리번거려.
Severin Blanc:아, 아니… 그냥… 좀… 그러니까… 어, 정신없어서…
그, 그쪽이 자꾸 이상한 말 하니까…!
옷 좀 갈아입었다고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제가 개새끼면 그쪽은 변태게요?! (생각해 보니 빡쳐서 발끈합니다.)
Leander Fawn:내가 뭔 생각을 했는데.
Leander Fawn:응? 내가 뭔 생각을 했는데.
Severin Blanc:(주저하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입니다.) …그쪽이 더 잘 알 거 아니예요.
Leander Fawn:전혀 모르겠는데. (입매가 호선을 그립니다.)
내가 뭔 생각을 했는지 나도 참 궁금한데, 좀 알려줘.
Severin Blanc:이제 와서 발뺌…윽, 그만 좀 다가와요…
(또 입술부터 들이댈까봐 미리 손으로 막습니다.)
Leander Fawn:……(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세베린의 손바닥을 혀로 핥습니다.)
(화들짝 놀라 손을 치워냅니다.)
(자유로워진 입으로 할 일이야 뻔합니다.)
Severin Blanc:(다가오는 입술을 고개를 비틀어 피합니다.)
아,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저도 나중에 침대에서 알려드릴게요…(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Leander Fawn:
(그 말에 웃습니다.) 그래. 기대할게.
(그러더니 세베린 너머의 괘종시계를 흘깃 봅니다.) 시간 됐네. 먼저 나가 있어.
Severin Blanc:(하, 마침 잘됐다. 고개를 끄덕이곤 얼른 일어섭니다.)
(둘만 있으면 자꾸 이상한 분위기로 흐르니까 파티에서는 되도록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후다닥 저택에서 나와 마차로 갑니다.)
下로 이어집니다…